◀앵커▶
제주와 남부지방에 머물던 장마전선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경북 북부지역도 이번 주 후반부터 장마에 접어들겠습니다.
이렇게 장마철이 눈앞까지 다가왔지만, 지난해 수해의 흔적이 여전한 경북 지역의 재해복구율은 52%로 크게 더딘 상황입니다.
이유가 뭔지, 엄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23년 7월 극한 호우로 산 정상에서 토사와 집채만 한 바위가 쏟아져 내려 주민 2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컸던 예천 벌방리 마을.
마을에서 산 입구로 연결되는 경사면에 폭 20미터가 넘는 사방댐이 들어섰습니다.
예천군은 지난 3월 산 계곡부 9곳에 돌이나 흙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 사방댐 건설에 착공했고, 2주 전 마을과 접한 하단부 2개 댐을 완공했습니다.
◀황재극 예천군 안전재난과장▶
"나머지는 곧 일주일 이내에 완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7월 초·중순 정도 되면 전체가 완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아직 어수선합니다.
흙먼지에 덮인 채 골조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집들이 여러 채.
산사태 당시 굴러 내려온 돌덩이들은 덮개로 가린 채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산사태 악몽이 불과 엊그제인 것 같이 스산한 모습입니다.
복구에 손을 놓고 있는 걸까?
예천군은 사유재산인 주택은 보상 협의 등 행정절차상 즉시 철거가 어렵고, 유실된 암석은 사방댐 등 정비사업 자재로 활용하기 위해 야적해뒀다고 밝혔습니다.
◀황재극 예천군 안전재난과장▶
"외부에서 보기에는 방치되었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한데 저희들이 사유 재산이니까 보상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바로 철거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예천의 재해복구율은 54.2%, 경북 전체로 넓혀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벌방리 마을 곳곳에서 복구 공사가 한창인데요. 지난해 폭우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경북의 재해복구율은 52%, 전국에서 가장 더딘 상황입니다.
산사태 발생 1년이 다 돼가도록 아직 절반밖에 복구가 안 됐다는 건데, 무엇보다 피해 규모가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컸던 게 일차적인 원인입니다.
지난해 경북의 호우 피해 건수는 전국 피해 건수의 무려 30%를 차지하면서, 복구대상 지역이 경북에 집중됐고 건당 피해 규모도 타지역보다 컸습니다.
◀박성수 경북도 안전행정실장▶
"(2023년) 피해 건수가 2,400건이 넘고 복구 금액이 6,100억 원이 넘는 형태로 타시도의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피해 건수와 복구액이 (복구가 더딘) 큰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한 행정절차도 복구 속도를 더디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100억 원 이상 사업비가 소요되는 복구공사는 중앙정부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 필요한 행정절차가 복잡해 공사 착공까지 2~3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경상북도는 시급한 공사 현장은 이번 주 안에 최대한 복구를 마무리하고, 행정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공사 구간에 대해선 정부에 절차 간소화를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