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극심한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계속되면서 대구 식수원의 기준인 강정고령 지점이 역대 최대 경계 발령 일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대구지방환경청은 주민들에게 낙동강에서 잡힌 어패류를 먹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고지까지 하도록 하는 대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류경보제'를 환경 당국이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입니다.
심병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낙동강은 9월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심각한 녹조 현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 식수원의 녹조 독소 문제를 대표하는 강정고령 지점은 8월 22일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됐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계' 경보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1주일에 두 차례 하는 검사에서 유해 남세균 개체 수가 두 번 연속 ㎖ 당 1만 개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매주 두 차례씩 검사를 하고 있으니까 조류경보가 아래 단계로 내려가려면 최소한 1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9월 24일 기준으로 조류경보 '경계' 발령일이 34일로 2024년에는 최소 37일을 넘길 전망입니다.
이는 역대 최대 '경계' 발령일을 기록한 2022년의 35일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조류가 사실은 폭발적으로 증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시민들이 볼 때도 굉장히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환경보전법에 따라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지방환경청 등은 즉시 어패류 어획과 식용, 가축 방목 등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현수막 등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장은 8월 22일 보도 자료를 통해 경계 발령을 고지하면서 친수 활동만 자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어패류 어획과 식용, 가축 방목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하지 않았고 현수막 등으로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현수막 등으로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이 이런 사실을 지적하자 대구지방환경청은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
"대중 매체를 통해서도 사실은 이거를 고지를 했으면 가장 논란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사실 저희가 그때 이제 보도 자료 낼 때는 이 내용이 사실 빠져 있었던 것도 저희도 그때 확인했거든요."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경계 발령이 내려진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권고 사항을 대중매체를 통해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녹조 독소의 경우 어패류 등의 몸에 잘 쌓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독소 전공)▶
"물에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녹조 독성 물질이 어패류 몸에 남아 있게 되는데요. 특히 식용 범위에 남아 있게 되면 위해성... 사람의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좀 세부적으로 조사가 필요합니다."
심각한 녹조 현상이 지속되면서 먹는 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소극적인 환경 당국의 대응에 국민 건강은 외면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