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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온통 짙은 녹색으로 뒤덮인 낙동강···2018년 조류 대발생 사태 반복되나


최근 낙동강의 녹조가 창궐하면서 식수원이 유해 남세균이 뿜어내는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우려가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 형태로 떠다니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 당국에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온통 짙은 녹색으로 뒤덮인 낙동강···환경단체 "조류 대발생 경보가 내려진 2018년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같은 상황 되풀이될 수 있어"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을 통과하는 낙동강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이른바 '녹조라테'라고 불릴 정도로 극심한 녹조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8월 5일부터 녹조 띠가 목격되기 시작해 지금은 낙동강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물 흐름이 느려지고 오염원이 많이 배출되는 대구가 있는 중류는 그 양상이 더욱 심각합니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에 조류 대발생 경보가 내려진 2018년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주일 만에 표면에 약간 붙이던 게 지금 거의 뭐 강 전반을 덮었으니까 이 속도가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다음 주 되면 모르긴 몰라도 조류 대발생 정도까지 가지 않을까 그렇게 짐작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유해 남세균 급증하면···'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위험 커져
녹조 현상으로 유해 남세균이 급증하면 식수원이 청산가리보다 수천 배나 독성이 강한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될 위험이 커집니다.

실제로 2022년 7월 대구 문화방송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제공받은 정수를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검출됐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0.226 ~ 0.281ppb 농도로 우리나라 기준치인 1ppb보다 낮지만 미국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정자 수 감소 등의 이유로 허용 기준치를 0.03ppb로 훨씬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잣대로 하면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0.281ppb~0.226ppb는 약 7.5배에서 9.3배나 높습니다.

2023년 9월에도 환경단체가 경북 고령군 지역의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국내 기준치의 2배가량인 1.9ppb가 검출됐습니다.

검사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효소면역측정법과 환경부가 채택 중인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을 함께 사용한 결과였습니다.

녹조 연구의 권위자인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정수 공정에서 완벽하게 독소 물질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에 정수 공정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마시는 원수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간·생식 기능 등에 악영향 주는 마이크로시스틴···'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서 검출되기도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손상을 주는 독성물질이자 생식 기능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이크로시스틴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서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창원대와 부경대가 환경단체들과 함께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낙동강에서 3.7㎞가 떨어진 양산의 한 아파트 거실에서 1세제곱미터당 0.54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입니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는 "이제 강에도 녹조가 심하고 공기 중으로도 지금 계속해서 녹조 독이나 유해 남세균들이 계속해서 전파가 된다는 이야기죠 지금까지 연구에서 보면 조금 더 낮은 독성에도 우리 기관지가 더 많은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환경 당국 "정수 처리하면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안 돼"···환경단체 "정부에서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어"
하지만 환경 당국은 정수 처리를 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은 검출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녹조는 매우 심각한 독입니다. 어떻게 보면 국민 재난 사태인데 이것을 너무 정부에서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낙동강 물로 재배한 농작물에도 매우 높은 수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다면서 환경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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