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환경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

[심층]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녹조 배양소' 됐다"···6년 만에 조류 대발생 경보 내려지나?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낙동강의 녹조 현상이 계속 심해지고 있습니다.

2024년은 2023년보다 녹조 현상이 더욱 심각해 환경단체들은 조류 대발생 경보 수준까지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단체들은 낙동강에서 녹조 공동 조사를 벌였습니다.


대한하천학회·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녹조 공동 조사 착수···"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극심한 녹조"
대한하천학회와 낙동강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은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낙동강 하구부터 상류 영주댐까지 주요 지점에서 녹조 공동 조사에 나섰습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낙동강 상류 영주댐 일원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90만 개를 기록해 이미 '대발생'(100만 개)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극심한 녹조 탓에 '녹조 배양소'가 됐다"면서 이번 공동 조사 목적을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지난 8월 20일 공동 조사단이 대구 화원유원지 부근 낙동강에서 수질 검사를 위해 물을 채집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공동조사단이 유리그릇에 담은 물은 온통 짙은 녹색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강변의 물도 녹색으로 변하고 있고 색깔의 정도도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변에 있는 돌멩이에는 녹색 물질이 달라붙어 덩어리째 마르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으로 전파 가능···미국에서는 녹조 심각하면 레저 활동 금지
이 녹색 물질에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내뿜는 유해 남세균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매우 위험합니다.

유해 남세균 등이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창근 공동조사단장(가톨릭관동대 교수)은 "이제 공기 중으로도 에어로졸 형태로 독성 물질이 날아다니거든요. 이런 독성 물질들은 청산가리의 6천 배 정도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노출돼 있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창원대 김태형 교수와 부경대 이승준 교수가 2023년 6월부터 10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낙동강 주변의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공기 채집에 성공한 지점 11곳에서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0.1(경남 합천군 저수지)~6.8ng/㎥(대동선착장 배 위) 검출됐습니다.

미국 뉴햄프셔주 강 분석 사례와 비교했을 때 최대 300배가 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입니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미국에서는 녹조가 일정 수치를 넘으면 강이나 호숫물에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레저 활동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에어로졸 효과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공동조사단이 8월 20일 대구 인근 낙동강에 대한 조사에 나섰을 때도 낙동강에서는 버젓이 수상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박창근 공동조사단장은 "국민들의 안전 측면에서 특히 어린 애들 청소년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오늘도 오다 보니까 수상 놀이를 많이 하더라고요"라며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습니다.


8월 5일부터 낙동강에 나타나기 시작한 녹조···22일에는 조류 경보 '경계' 발령
공동조사단에 따르면 8월 5일부터 대구 인근 낙동강에서 녹조 띠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1일부터는 낙동강 전역에서 녹조가 창궐하고 있습니다.

8월 22일에는 낙동강 강정 고령 지점에 조류 경보 '경계'가 발령됐습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8월 22일 오후 3시를 기해 낙동강 강정 고령 지점(강정고령보 상류 7km)의 조류경보를 '관심'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한다고 밝혔습니다.

8월 19일 기준으로 유해 남세균 세포 수를 분석한 결과, 강정 고령 지점은 밀리미터 당 11만 6,875개로 관찰됐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유해 남세균이 2주 연속 밀리리터 당 1만 개를 넘어섰기 때문에 조류경보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8월 16일에 '관심' 단계를 발령한 낙동강 해평 지점도 밀리리터 당 1만 1,210개로 나타나 '경계' 단계를 1회 초과한 상황입니다.

환경단체 "이런 상황이면 6년 만에 조류 대발생 경보 내려질 수도···당장 낙동강 보 수문 열어야"
환경단체들은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낙동강에 조류 대발생 경보가 내려진 2018년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 당국은 보 개방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 대신 녹조 제거선 운영과 같은 실효성 없는 녹조 대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박창근 공동조사단장은 "이런 독성 물질이 사람들의 몸에 들어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단체들은 녹조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심각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정치적 진영 논리를 떠나 당장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촉구했습니다.

공동조사단은 낙동강의 에어로졸과 원수, 퇴적토의 녹조 독소 농도를 분석한 뒤 9월쯤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심병철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