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갑작스럽게 달성군 가창면을 수성구로 편입하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편입에 따른 유불리를 면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6월 2일 대구시의회에 경계 변경 조정에 대한 동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알아봅니다.
발표한 지 석 달 정도 됐는데,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정확히 지난 3월 9일이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동인청사에 있는 기자실을 찾아 간담회를 하면서 불쑥 "가창면은 수성구에 가까워 편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달성군수나 수성구청장과는 논의한 적이 없다"라고도 했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달성군수는 편입을 반대한다고 언론에 밝혔고, 수성구청장은 찬성인지 반대인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홍 시장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기에 그냥 넘어가나보다 했더니 이후 대구시는 편입을 위한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5월 30일에는 가창면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이 동시에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민설명회는 파행됐습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는 것만 확인했고, 이후 설명회나 공청회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찬성하는 쪽, 반대하는 쪽은 어떤 이유를 들고 있습니까?
◀기자▶
찬성 측은 가창면이 이미 수성구 생활권인 점과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성구가 되면 땅값, 집값이 조금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달성군청까지 너무 멀어서 행정 업무를 볼 때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에 반대 측은 도농 복합 지역이라서 받았던 각종 지원과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나 개발은 그저 기대일 뿐이라며 오히려 수성구 외곽으로 들러리가 되어 수성구 중심지에 짓기를 꺼리는 혐오 시설이 들어서지나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가창면은 달성군 면적의 26%로 달성군의회와 가창면 출신 대구시의원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가창면·화원읍을 대표하는 하중환 대구시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하중환 대구시의원(가창면·화원읍)▶
"면적도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우리가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그래도 주민의 대표가 군수, 군의원, 시의원 이런 분이 주민의 대표 아닙니까? 이 선출직 주민의 대표들이 전원 반대하고 있거든요."
◀앵커▶
선출직 대표도 반대하고, 주민 의견 수렴도 안 했는데, 의회로 동의안을 넘겼다는 말인가요?
◀기자▶
홍 시장 발언 뒤 고작 3개월 만에 편입 결정을 시의회로 떠넘겼습니다.
대구시의회는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대구시에 관련 의안을 제출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대구시는 6월 2일 경계 변경 조정에 대한 동의안을 시의회에 냈습니다.
그래서 시의회가 부랴부랴 주민 의견을 듣느라 바빠졌는데요.
6월 9일 찬성, 반대 주민들을 따로 만나서 의견을 들었고요.
15일은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대구정책연구원 박사 등 전문가 의견을 듣습니다.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안건 심사는 23일로 시간이 촉박하기만 한데요.
임인환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말 들어보시죠.
◀임인환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
"23일에 우리 상임위원회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일단 의결을 할 것입니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의결을 마치면은 본회의에 상정될는지 안 될는지···"
상임위 심사에서 의원 6명이 부결하면 편입 추진은 중단됩니다.
본회의로 넘긴다면 32명의 시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참석해 그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통과됩니다.
이후 대구시가 행정안전부에 관할구역 경계 변경 조정 신청을 하면 관련 절차가 진행됩니다.
◀앵커▶
너무 무책임하게 시의회로 공을 넘긴 것 아닌가요?
◀기자▶
상황이 좀 그렇게 보이죠?
그런데 신청사 건립 예산 편성이 무산됐을 때와 너무나 닮았습니다.
대구시가 2023년도 예산을 짤 때요, 홍 시장은 달서구에 신청사를 지을 돈이 없다면서 땅의 절반을 팔겠다고 계획을 바꾸고는 시의회로 승인해달라고 넘겼습니다.
공원을 품은 넓고 쾌적한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이었는데, 시의원들은 반쪽짜리 청사로 전락할 것이라며 관련 예산을 승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신청사 건립 추진이 중단된 것은 시의원들 탓이라며 책임을 미뤘습니다.
이번에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문제도 시선이 시의회로 쏠렸습니다.
편입 찬성이 나와도, 반대가 나와도 주민들은 의회 탓을 할 게 뻔합니다.
'안 되면 말고' 식의 대구시의 즉흥적인 정책 결정에 비난의 화살은 또다시 대구시의회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