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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서면 불안"···허울뿐인 '장애인 이동권'

◀앵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경북에도 안동시 인구보다 많은 18만여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데요.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장애인은 이동하는 데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안동시 법상동의 한 주택.

장애인 부부가 아침부터 외출 준비에 분주합니다.

시각장애와 지체 장애를 가진 남편 이상수 씨는 간단한 세면을 하는 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이상수 시각, 지체 장애▶ 
"이게 목욕 의자라 무거워서···" 

아내인 정경미 씨는 뇌 병변 장애가 있어 남편보다 거동이 더 불편합니다.

익숙한 집 안에서도 수시로 넘어지고, 뼈가 부러지기 일쑤입니다.

◀ 이상수 시각, 지체 장애▶
"가면서 화장실에서도 많이 넘어지고, 등에도 골절이 되고, 갈비뼈도 골절되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외출할 때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도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힐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전동휠체어는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달리, 사람의 신체처럼 간주하기 때문에 인도로 다녀야 하지만, 오히려 인도가 더 위험합니다.

◀ 이상수 시각·지체 장애▶
"턱도 많고 인도가 너무 가파르고, 넘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턱 때문에." 

이렇게 힘들게 외출을 해도 갈 수 있는 식당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경사로가 없는 곳이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겨우 경사로를 올라갔는데 또다시 턱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경미 뇌 병변 장애▶ 
"저희 휠체어 장애인들은 들어갈 곳이 없어요."

식당만 그런 게 아니라 공공기관에 설치된 경사로도 마찬가집니다.

경사가 너무 급해 올라갈 수조차 없습니다.

◀현장음▶
"이거 생각보다 경사가 너무 급한데. 잠깐, 잠깐. 아니, 이거 너무 위험한데."

전동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는 먼 거리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안동에 19대, 경북 전체로 넓혀도 150대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장애인 콜택시를 부른 건 낮 12시 30분쯤이었는데요. 지금 2시 2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이용자 수는 많은데, 차량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길거리에서 2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장윤경  경북신체장애인복지회 안동시지부장▶ 
"추운 겨울에 저희가 부름콜(장애인 콜택시)을 불렀는데, 차량이 너무 지체돼서 한겨울 6차선 도롯가에서 3시간 이상을 서 있었던 기억이 있죠."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은 법적으로 경북에 317대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도 214대뿐입니다. 

운영을 담당하는 각 지자체에서 예산을 핑계로 도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북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18만여 명.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입니다.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 이동권이 유독 장애인에게는 길고 더디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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