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가 또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7년 전 경북 경산에 있는 문명고등학교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신청했다가 신입생 입학 거부 등 파행을 겪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문명고등학교가 이번에도 전국 일반고에서는 유일하게 '뉴라이트' 시각이 담겨 있다는 비판을 받는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습니다.
해당 교과서는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을 '비현실적'이라고 기술하는 한편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장기 집권'으로 표현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단 한 줄의 설명으로만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문명고는 2025년 1학기부터 해당 교과서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와 참교육학부모회 경북지부 등 시민단체 30여 곳은 11월 19일 문명고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이틀 뒤인 11월 21일에는 문명고등학교 교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반대는 정치적, 정파적인 반대로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문명고가 채택한 한국사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검증을 통과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임준희 문명고등학교 교장
저는 오늘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교육은 정치꾼들의 정치 이념 공세에 시달리거나 영향받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선생님들이 오로지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교육 가치에 충실하고 정치적, 정파적 개입과 지배를 배제하는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특정 정치 세력과 일부 특정 언론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신성한 교육의 장인 학교에 대해 무차별적인 정치 이념 공세를 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프레임을 정해놓고 오보를 내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는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와 동일시하여 교묘히 과거 사건과 연결 지어 악의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일부 국회의원은 사립학교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이 자료 요구를 압박하고 있고, 경북교육청은 외부 정치세력으로부터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보호해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학교를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 교육을 하는 교육자이자 문명고등학교의 학교장으로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외부 정치 공세에 순수한 교육 활동이 방해받지 않고 배움의 전당인 학교 환경을 평온한 상태로 만들고자, 그리고 선생님들이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게끔, 또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토론하고 사유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오늘 이후에는 더 이상 우리 문명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 대해 불법 부당한 정치공세를 멈추고 이성적으로 교육적 견지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응원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선정한 교과서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모든 교과이며,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문제 삼는 것은 유독 한국사 과목의 교과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과서 발행이 검인정 체제입니다.
국정에 비해 검인정 체제의 장점은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사람들의 주장이 바로 다양한 교과서를 원하기 때문에 검인정으로 교과서를 발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 교과서는 그동안 8종이 있었으나 이마저 편향된 것이라는 여론도 있어서 이번에 1 종이 더 추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검정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교육 교과서 검정 시스템에 대해서는 저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만약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가 문제가 있었다면 검정을 받지 못했을 텐데, 9종의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검정기준에 적합했다는 뜻입니다.
만약에 어떤 검정받은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면 검정기준을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문제 되는 내용이 걸러질 것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문제 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정말로 문제인지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위원회가 판단한 교과서를 학교 차원에서 다시 판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2천여 개의 학교 중에서 국가 전문가보다도 더 전문적으로 학교에서 심의 판단할 수 있는 학교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검증을 받은 9종의 교과서 중에서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지를 관련 교과서 선정 매뉴얼에 따라서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