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대구시 주요 정책
살다 보면 과거에 했던 말이나 행동과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황이 달라지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행정에서도 그런 경우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정책을 책임지는 장이 바뀌었을 때 전임자와 다른 정책을 펴면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임자는 그대로인데 정책이 달라진다면 뭔가 큰 상황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사과를 하거나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행정 통합 때도 그랬는데···
2022년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시장에 취임하며 행정 통합에 대해 아주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무원과 산하단체가 2분의 1 내지 3분의 1이 줄어들고 국회의원 지역구도 엉망이 되는데 동의하겠냐는 등의 말이었는데요.
이렇게까지 강한 톤도 있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7월 5일 취임 기자회견)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 행정 통합을 한다.' 나는 그게 난센스 중의 난센스라고 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난센스(nonsense) : 터무니없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나 말, 허튼소리'라고 설명합니다.
터무니없는 허튼소리라더니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4년 5월 17일) "청두시 자체가 2천500만입니다. 대구의 10배입니다. 그래서 청두시에서 돌아오면서 우리도 대구·경북도 통합하는 게 맞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중국을 방문한 뒤였는데 홍 시장은 자신의 오랜 생각이었다며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되는 2단계 행정 체계를 제시하며 행정 통합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후안무치'라는 원색적 비난도 했는데···
최근 많은 비판을 받는 특별조례 개정을 두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에 당선되자마자 전임 시장이 임명한 단체장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했습니다.
정무직 존립 근거인 임명권자가 바뀌었는데 임기를 핑계 삼아 죽치고 앉아 있는다면 도리도 모르는 후안무치이며, 중앙이나 지방이나 똑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능력이 출중해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임시장이 임명한 산하기관장은 물러나라는 압박은 취임하자마자 임기를 제한하는 특별조례를 만들어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런데 12·3 내란과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유력해지고 출마를 노리면서, 시장직을 중도에 사임하면 예외로 하자며 조례 개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정보다 제 식구 챙기기 우선" 비판
본인이 그렇게 비난했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꾼다?
그래서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대구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최현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에서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구여성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단체들의 활동을 흔들게 하는 것입니다. 조례를 바꾸는 이유가 업무의 효율성이나 시민들의 편의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이유로 바뀌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비난에 "조례 개정 취소"했지만···
불과 2년 사이 달라진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자 홍 시장이 3주간의 입법 예고까지 끝낸 조례 개정을 취소하겠다고 했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말입니다.
"임기 일치 조례를 개정을 하려고 했는데 개정을 안 해도 임기 보장이 됩니다. 법률을 검토해 보니까 그 사이 선거법이 개정된 걸 간과를 했습니다. 2월 28일 이후로 대구시장직을 사퇴하게 되면 산하 기관은 임기 보장이 됩니다."
공직선거법이 2020년 12월 개정돼 1년에 한 번 치르던 단체장 보궐선거는 2월을 기준으로 4월과 10월로 나눠 보궐선거를 치릅니다.
그런데, 잔여 임기가 1년이 되지 않으면 보궐선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겠다는 겁니다.
경남도지사 사퇴 때도 그랬는데···
2017년 대선에 나서며 자정이 다 돼 경남도지사를 사퇴해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꼼수를 또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자신의 말을 뒤집고 경솔하게 입법 예고했다가 내로남불 비판에 봉착하자 이제는 공직선거법 조항을 찾아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여 공공기관장 임기를 챙기는 것을 보면 한밤의 해프닝이나 꼼수가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12·3 내란과 탄핵 사태로 유력해진 조기 대선 정국에 벌인 어처구니없는 조례 개정은 취소했습니다.
그렇지만 대구시정 공백이나 정무직 임기에 따른 혼란이나 갈등을 줄이기보다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민들에 대한 사과도 없었습니다.
정말, 대구시장 자리를 정치적 존재감만 유지하며 중앙 정치 복귀를 위한 발판으로만 여기는 건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