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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녹조 독소 관련 WHO 권고 무시?

◀앵커▶
대구MBC가 보도한 '대구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검출'과 관련해, 환경부는 마이크로시스틴 총량을 합하는 '일라이저' 검사는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가 참고했던 WHO 세계보건기구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사 가이드라인은 2021년에 총합 방식으로 개선됐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도 채택하고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22년 여름도 낙동강은 심각한 녹조 현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독소로 수돗물도 위험하다고 주장했고,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 하면 문제가 없다며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대구MBC는 지난 7월, 대구시 상수도 사업본부가 제공한 정수장 3곳의 시료를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게 의뢰해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방식은 마이크로시스틴의 총량을 측정하는 '일라이저 검사법'이었습니다.

검사 결과 남세균이 만드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정수한 물에서 0.226 ~ 0.281ppb가 검출됐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 기준치인 0.3ppb 이내이지만 근접한 것으로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정자 수 감소 등의 이유로 마이크로시스틴 허용기준치를 0.03ppb로 더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과 비교하면 약 7.5배에서 9.3배나 높습니다.

이승준 교수팀의 검사 결과와 달리 환경부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고 대구시 수질연구소의 검사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차이는 검사 방법 때문입니다.

대구시 수질연구소는 마이크로스시틴-LR과 같은 주요 4가지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만 찾는 LC/MSMS 검사법을 썼습니다.

반면, 이승준 교수팀은 27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모두 합하는 방식의 '일라이저' 검사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
"마이크로시스틴 LR, RR 이외의 물질들, 200종이 넘는 마이크로시스틴들은 여전히 독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총 마이크로시스틴으로 기준의 변환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고요."

LC/MSMS나 일라이저 방식 둘 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공인된 검사 방법입니다.

하지만,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승준 교수팀의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WHO 권고 기준을 근거로 만든 환경부 고시 기준인 LC/MSMS 검사법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겁니다.

WHO가 2020년 6월에 발표한 마이크로시스틴 연구 보고서입니다.

총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가이드라인 수치와 비교하는 게 대중의 건강을 보호할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WHO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먹는 물 가이드라인에서 존 마이크로시스틴 LR 검사에서 총합 방식으로 개선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
"저희가 WHO가 했다고 따라 할 그건 아니고 우리나라의 어떤 모니터링 이제 LR뿐만 아니라 저희가 여섯 종 이상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마이크로시스틴 종류를 지금…"

2014년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서 검출돼 단수 조치까지 한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시의 정수장입니다.

수십만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이 정수장은 이승준 교수팀이 사용한 일라이저 검사법을 쓰고 있습니다.

◀제프 마틴 털리도 정수장 수석화학자▶
"(LC/MSMS 검사법은 정확도는 뛰어나지만) 만약 한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했는데 다른 종류가 샘플에 있다면 그것은 측정되지 않습니다. LC/MSMS로 그 모든 종류를 다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대구 수돗물에서 나온 0.281ppb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의 의미를 물어봤습니다.

◀최승호 피디▶
"(최승호 피디) 만약 0.28ppb의 결과를(일라이저 검사로) 얻었다면 그 수치는 신뢰할 수 있나요?"
◀제프 마틴 털리도 정수장 수석화학자▶
"충분히 신뢰할 수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환경보호국은 마이크로시스틴의 최소 보고 기준을 0.24ppb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의 경우는 더 낮은 0.15ppb를 최소 보고 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일라이저 검사법'과 같은 마이크로시스틴 총합 검사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녹조의 독소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만 보면 먹는 물은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선진 국가들은 녹조 독소의 위험성에 경고를 하면서 기준치를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수돗물 관리와 대응 체계도 더 강화하고 있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CG 김현주)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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