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0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대구MBC가 여러 차례 보도한 내용이죠, 수돗물 필터에서 독성물질을 만드는 남세균 검출과 관련해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환경부가 부정확한 정보로 대구MBC 보도가 잘못됐다고 언론 홍보전을 펼친다는 질타도 나왔습니다.
양관희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양 기자, 환경부가 어떤 식으로 대구MBC 보도를 잘못됐다고 한 거죠.
◀기자▶
대구MBC는 달성군 현풍읍 아파트 단지의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독성물질을 만드는 남세균이 발견됐다고 10월 12일 보도했는데요.
당시 유전자 검사는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이 진행했습니다.
환경부 소속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해당 보도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국회의원실에 자료를 냈습니다.
해당 자료를 받은 조선일보는 "MBC 보도에 나온 현미경 관찰 사진은 남세균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수돗물 필터에서 발견됐다는 물질이 남세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과학원 측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MBC가 무해성 물질을 녹조 독소로 둔갑해 보도했다"고 했습니다.
◀앵커▶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런 식으로 대구MBC 보도를 문제 삼은 근거는 무엇인가요.
◀기자▶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구MBC의 인터넷 기사를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시 기사에는 3장의 사진이 첨부됐습니다.
문제 사진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다른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무해 녹조류 '코코믹사'였습니다.
이 사진이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을 찾은 이승준 교수와 연결되는 것처럼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어, 대구MBC는 해당 사진을 이후에 삭제했습니다.
그런데도 여당 국회의원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대구MBC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했습니다.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주환 국민의힘(부산 연제구) 의원▶
"남세균 검출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다고 저는 생각하고 또 드러나게 되면 허위사실 유포라든지 업무방해라든지 이런 책임 당연히 물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국립환경과학원은 문제의 수돗물 필터를 직접 검사하지 않고, 보도 사진 출처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구MBC 보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자료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과 국립환경과학원 김동진 원장이 질의응답을 이어갔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이수진 국회의원▶
"이거 실물 검사, 하셨습니까?"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 ▶
"아닙니다."
◀이수진 국회의원▶
"실물 검사 안 하셨죠"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 ▶
"보도···"
◀이수진 국회의원▶
"저 보도 사진 보고 하신 거죠"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 ▶
"예, 그렇습니다."
◀이수진 국회의원▶
"아니, 어떻게 과학원이 그럴 수가 있습니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
"사진 관련해서 대구상수도사업본부가 사진이 자기네 거래요. 그런데 환경과학원이 확인을 안 한 것 같다고 그렇게 제가 답변을 받았어요."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국립환경과학원이 자체 검사도 하지 않고 언론 기사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환경부 장관 등에 잘못된 보고를 하며 녹조 문제를 축소하려 한다는 질타도 나왔습니다.
◀앵커▶
국립환경과학원과 여당은 잘못된 정보로 대구MBC의 보도를 잘못됐다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런데 문제의 수돗물 필터를 더 정확한 검사 방식으로 살펴봤더니 이 방법으로도 남세균을 확인했다고요.
◀기자▶
대구MBC는 10월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학 등이 함께 운영하는 공공기기실인 '경북대학교 NGS센터'에 현풍읍 수돗물 필터의 녹색 물질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AI를 이용해 샘플에 있는 모든 생물체의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석법'을 이용하는 최첨단 연구시설입니다.
이번 결과에서도 독성물질을 만드는 남세균이 확인됐습니다.
확인된 1만 18개 유전자 조각 가운데 모두 291개의 남세균이 검출됐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LR을 만들어내는 '마이크로시스티스 아르지노사'도 83개가 확인됐습니다.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PCR 검사에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검사법에서도 남세균이 확인된 겁니다.
경북대학교 NGS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재호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신재호 경북대학교 교수 NGS센터장▶
"이 방법은 남세균이 있는지 없는지 뿐 아니라 그것이 몇 마리가 어떤 종류가 얼마나 있는지 전체 세균 중에 얼마나 있는지 그런 거를 다 알려주는 방법이죠. 있습니다. 나왔습니다. 한 2% 정도가 남세균인 걸로…"
최첨단 유전자 검사에서도 독성물질을 생산하는 남세균이 확인되면서 이 미생물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데요.
신재호 경북대학교 NGS센터장의 말, 조금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신재호 경북대학교 교수 NGS센터장▶
"먼지로 들어갔을 수도 있고, 필터 자체에서 원래 있었을 수도 있고 또 물에서 왔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거는 조사를 해야 되죠."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된 것은 대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KBS는 10월 20일 경남 창원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을 유전자 검사한 결과 남세균으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과학 기술로는 물을 100% 정수할 수 없기 때문에 먹는 물의 원수를 깨끗이 관리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정수하면서 철저히 검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