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흩어져 있다 보니 돌봄의 취약 지역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 돌봄 서비스':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양육 공백이 생기는 가정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아이 돌보미가 찾아가 돌봄 서비스를 하는 것
"농촌은 도시와 달리 인구가 흩어져 있다 보니 '아이 돌봄 서비스'를 비롯한 돌봄의 취약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담당 공무원들은 말합니다.
경북 성주군이 만든 돌봄 지도를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각종 돌봄 시설을 표시한 점이 성주읍에 집중된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읍이 아닌 면 지역에 살면 학원 가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정말 그런가 싶어서 경북 성주군 성주읍을 차를 타고 둘러봤습니다.
학원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읍을 벗어나 면으로 가니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학원 간판은 웬만해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면사무소가 있는 곳이면 다른 곳보다는 인구가 많으니, 학원이 한둘은 있을 거야'라는 제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요"
경북 성주군 00면에 있는 한 가정을 찾아가 봤습니다.
집 방문을 흔쾌히 허락하고 촬영과 인터뷰도 응해 준 할아버지는 손주인 초등학생 남매와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초등학생 남매는 평일에는 수업과 늘봄학교(정규 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해 학생 성장·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남은 하루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읍내에는 학원도 있다지만 차로 30분이나 걸리고, 버스마저 자주 다니지 않아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 "도시에 있는 애들은 학교 갔다 오면 학원도 가서 뭐 배우고 주특기도 배우고 할 건데 여기서는 그런 게 안 되니까 그런 여건이 안 되니까 참 많이 안타깝죠, 애들 보면."
특히 휴일이면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손주들을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만 봐야 했다고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토요일과 일요일에 예술 돌봄 강사를 보내준 덕분에 마음속 짐을 덜 수 있었습니다"
지난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 준, 이른바 찾아가는 '예술 돌봄' 강사가 할아버지의 고민을 그나마 해결해 줬다고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이 아이들을 차로 태워 성주생활문화센터로 데리고 가서 돌봄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던 미술과 독서 지도를 해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서비스가 끝났지만 2025년에 다시 이런 예술 돌봄 서비스를 한다면 꼭 다시 받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이런 교육이 있고 이런 시간적인 혜택이 된다면 저는 언제든지 보내고 싶어요. 이런 자리가 있으면 애들한테도 도움이 많이 안 되겠습니까."
아이들과 할아버지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 강사에게 '먼 길을 오가면서 돌봄과 교육을 한 것이 힘들지 않았냐?'라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유희숙 예술 돌봄 강사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서 저도 같이 성장하는 계기라고 생각하니까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이의 또래로 가서 같이 아이들하고 놀았다고 생각하니까, 놀러 간다! 여행 간다! 이런 기분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왔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참 편안하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예술 돌봄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2024년 7월입니다"
경북 성주군이 교육이나 돌봄 서비스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면 지역을 대상으로 기존의 아이돌봄 서비스와는 다른 '찾아가는 예술 돌봄 서비스'를 도입한 건 2024년 7월입니다.
성주군의 담당 공무원은 "읍과 면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교육과 돌봄 서비스 편차가 큰 것이 걱정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돌봄에 교육을 추가한 사업을 만들었고 경상북도 공모사업으로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2024년 7월에서 11월까지 한 번 할 때 3시간 정도, 총 42시간의 서비스를, 각 가정이 원하는 요일이나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교육을 조사해서 진행했다고도 했습니다.
그 결과 성주군 면 지역에 사는 50여 명의 어린이가 미술과 공예, 연기, 체육, 피아노, 문학, 해금, 역사 등의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장명옥 성주군 가족지원과장 "교통의 불편함과 지리적 한계로 인해서 면 지역 아동들이 포기해야 했던 다양한 학습 기회와 돌봄의 혜택을 저희 공적 돌봄 시스템 안으로 포함해서 아동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질적인 농촌의 교육이나 돌봄의 불균형, 그 틈새가 메워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받은 가정에서는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성주군이 이번 사업에 참여해서 서비스를 받은 가정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습니다.
'초등 예술 돌봄'을 만족한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는데, 3분의 2 정도는 아동의 교육과 부모의 사회 참여에도 도움이 됐다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부모의 사회 참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도 있었는데, 그 이유가 '돌봄 배정 시간이 적어서'라고 했답니다.
조사 대상자 100%가 앞으로도 이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최은정 예술 돌봄 사업 협력 단체 팀장 "전문 교육자이거나 예체능계의 전문가가 아이를 1 대 1로 교육하고 돌봄을 하는 것에 대해서 차별성도 있고 만족도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해석하기로는요."
"2025년에도 사업을 이어가고 예산도 늘릴 계획입니다."
성주군은 이에 따라 2025년에도 이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지방소멸기금으로 이 사업을 이어가되, 예산을 늘려서 보다 많은 가정이, 보다 많은 시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