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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팍스' 도입 24년 차 프랑스···동거해도 출산율 안 떨어지는데?

부모와 자식 관계이거나 결혼을 한 경우에만 대한민국에서는 '정식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죠. 수십 년 이어진 사실혼 관계이거나 동거 관계는 '정식 가족'이 아니며 따라서 상속권이나 응급상황에서의 대리 결정과 같은 법적인 권리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성인 2명이 서로를 파트너로 등록하면 기존 결혼 관계와 같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자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됐습니다. 사실 이미 2014년에 초안이 마련됐지만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발의되지조차 못했는데, 이번에는 국회의 첫 문턱은 넘은 셈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999년부터 생활동반자법과 비슷한 '팍스'라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프랑스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국내에서 우려하는 여러 부작용이 실제 나타났는지,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손어진 대구MBC 통신원에게 들어봤습니다.

Q. 세계 각지의 뉴스들 현지 통신원 통해 직접 듣는 월드 리포트. 오늘 프랑스 파리에 계신 손어진 통신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안녕하세요?

Q. 국내에서도 생활동반자법 발의가 됐습니다. 앞서 이야기 나눴는데 이 토대가 된 것이 프랑스 시민 연대 계약이라는 바로 팍스(PACS)입니다. 오늘 이 얘기부터 좀 듣고 싶은데요. 팍스가 어떤 것이고 프랑스에서는 언제 처음 시행이 된 거예요?

A. 프랑스에서 팍스는 1999년에 제정되었고요. 그동안 헤테로 커플, 즉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된 커플이 결혼하면 가족으로 인정되는 오랜 전통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도입된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이 팍스 제도가 논의될 때만 해도 이것이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로만 이해가 많이 됐었는데요. 사실상 프랑스는 이제 24년이 지났는데요. 이 팍스 제도로 파트너십을 맺는 대부분 커플은 이성 커플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전체 팍스 중에 동성 커플은 비율이 2%도 안 됩니다.

Q. 동성 가운데는 친구도 있을 수 있고 여러 가지 관계가 있을 텐데 실제로 우려했던 것들이 시행을 해보니까 그렇지는 않았다라는 걸 또 해외 사례를 통해서 우리도 좀 참고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법안 처음 통과됐을 때, 1999년 그때 사회적 분위기는 어땠어요, 프랑스?

A. 사실은 이 팍스 법안이 1991년도에 처음으로 제안이 됐는데요. 법안을 준비한 진보 정당들 안에, 이 법안 제안 안에 프랑스 국민의 72%가 찬성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의회 내 보수 우파 정당들의 반대가 극심해서 통과가 되지 못했고 1998년에 다시 한번 사회당에 의해서 이 법안이 제안이 되었는데요.

그때도 의회 내에서 한 기독교 소속 의원이 성경을 들고 한 다섯 시간 정도 동안 '동성애를 정당화하는 문명은 망하게 될 것이다'라고 막 일장 연설을 했다고 해요.

그래도 결국은 진보 계열 당들의 연합으로 1999년에 법안을 통과시켰고 시민사회에서도 이를 환영했다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Q. 애초에 발의됐다가 다시 재발의되고 그사이 국민 여론 같은 것들, 그리고 우려하는 것들, 지금 한국 상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24년 전에 프랑스. 지금은 그러면 얼마나 많은 커플이 이 팍스를 맺고 있나요?

A. 2021년 프랑스에서 팍스를 한 커플은 약 20만 9천 건이고 결혼은 비슷하게 21만 8천 건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결혼을 하거나 혹은 팍스 제도를 이용해서 파트너십을 맺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의미 있는 수치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팍스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결혼을 안 하면 출산율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있잖아요? 그런데 2019년 조사에 따르면 팍스를 맺은 커플의 출산율은 1.73명이고 결혼한 커플의 출산율도 1.77명으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Q. 그러면 많은 프랑스 커플이 법적인 결혼 대신에 선택권이 열려 있는 거네요. 팍스를 선택하는 건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거예요?

A. 세액공제, 또 건강보험, 비자 등에서 결혼한 부부와 팍스를 맺은 커플이 동일한 혜택을 받고요. 만약 아이를 낳을 경우에 양육수당 등의 정부 지원도 당연히 받을 수도 있고 또 입양을 해서 함께 키울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하라고 서울고법의 판결이 있었잖아요? 사실 프랑스 팍스 제도도 결혼 관계에서 받는 연금, 상속, 재산 분할 등에 대한 뭐 법적인 보장은 받지 못하지만, 그래서 이 팍스 커플들은 별도의 공증 절차를 받아서 이런 것들을 해결을 한다고 해요.

또 결혼제도는 양측의 합의로 이혼이 가능한 반면에 팍스는 한쪽이 취소하면 그대로 무효가 되고 법적인 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점,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점점 뭐 결혼보다는 간단한 절차를 갖는 팍스를 프랑스 젊은이들은 선호를 한다고 해요. 1인 가구 세율이 프랑스는 너무 높기 때문에 보다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팍스가 젊은이들한테 가장 효율적인 선택인 것도 사실입니다.

Q. 손어진 씨가 이렇게 팍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서요.

A. 네, 저도 프랑스 파트너하고 작년에 팍스를 맺고 배우자, 결혼한 배우자가 아니라 파트너 비자로 지금 파리에서 거주하고 있는데요.

프랑스는 매달 대학교, 또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한 200유로 상당히 집세를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팍스를 한 학생 커플들에게는 좀 더 많은 지원이 있어요.

그래서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제도도 변하고 또 가족 구성 형태도 변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프랑스의 시민연대 계약 같은 제도가 가족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가족 공동체의 범위를 더 확장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 생활동반자법 논의가 좀 더 확장돼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Q. 요즘 한국도 집값이 워낙 비싸니까 생활비 절약하는 차원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도 참 많거든요? 여기까지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를 좀 더 깊이 해봐 야 할 것 같고요.

다음 이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프랑스 파리에서 공개 전시되고 있잖아요?

A. 네, 맞습니다. 파리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지난 4월부터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이라는 주제로 15세기 중반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인쇄술에 관한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이 전시에 금속 활자본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진 한국의 직지심체요절이, 직지가 전시되었습니다.

유럽 최초의 금속 활자 인쇄물인 구텐베르크 성서와 EU 15세기에 나온 여러 유럽의 금속 활자 인쇄물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저도 가봤는데···

Q. 140년 전에 프랑스로 넘어갔는데 파리 국립도서관 문헌실에 오래 묵혀 있다가 지금 공개가 된 겁니다. 그런데 프랑스 측에서 반환은 지금 계속 거부하고 있잖아요?

A. 한국 문화재청이 직지 반환을 위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제안 등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이 직지를 약탈이나 도난을 통해서 가져온 것이 아니라 1886년 그 당시 프랑스 공사가 국내에서 개인 수집을 목적으로 이 직지를 구매해서 가져갔고 이후 이 국립도서관에 기증된 것이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에요.

Q. 어쨌든 프랑스 일반에 공개가 돼서 그런 논의들이 조금 더 깊숙이 진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손어진 씨 고맙습니다.

A. 네, 감사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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