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한국뿐이 아닙니다. 독일에서도 위기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독일 베를린시의 시민운동단체에서는 베를린시의 기후 중립 달성 목표 시기를 204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자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발의했습니다. 독일 남서부의 한 소도시에서는 시리아 난민이 무소속으로 시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는데요,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독일 이선영 통신원에게 자세한 뒷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Q. 세계 각지의 뉴스 현지 통신원 통해 직접 듣는 월드 리포트, 오늘은 독일 연결할 거고요. 베를린 계시는 이선영 통신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안녕하세요.
Q. 네, 부활절 행사는 잘 치러졌습니까, 독일에서?
A. 네, 지난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부활절이었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휴일이고요. 독일에서는 오스턴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로 설날과 추석을 꼽는 것처럼 독일에서 한 해 중 가장 큰 명절을 꼽자면 크리스마스, 그리고 부활절이에요.
부활절 몇 주 전부터 길거리나 가정집 마당에 토끼 모양 장식품이나 노란 수선화, 그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달걀 장식을 쉽게 볼 수 있고, 종교적인 휴일이지만 시기적으로는 봄을 환영하는 봄맞이 시기이기도 해서 학생들이 부활절 방학 기간을 맞아서 가족 단위로 1, 2주씩 휴가도 많이 떠납니다.
Q. 첫 번째 소식으로 부활절 가볍게 들어봤고요. 또 기후 위기에 대한 이슈를 좀 전해 듣고 싶습니다. 지금 국내에서도 한국에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안'이라는 것을 정부에서 발표를 했는데, 후퇴했다,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독일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A. 네, 독일에서도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위기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한 시민운동단체에서 거기에 경각심을 일으키고자 베를린시의 기후 중립 달성 목표 시기를 기존 204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 위해서 주민투표를 발의를 했습니다.
Q. 그런데 무산됐다···
A. 그렇죠. 너무 아쉽게도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해서 투표율이 부족했기 때문인데요. 베를린 시내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5%로 줄이는 시점을 15년을 앞당겨서 2030년으로 의무화하자는 법률 개정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주민 다수가 찬성을 50.9%로 하긴 했지만, 투표율 자체가 낮아서 찬성자 수가 가결될 수 있는 기준인 25%에 달하지 않아서 아쉽게 부결이 됐습니다.
Q. 그러니까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기를 한 15년 정도, 2030년으로 앞당기려고 했는데, 찬성은 많았지만 투표율이 낮았다는 말씀이신데요. 주민들이 이렇게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A. 아무래도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많은 사람이 이렇게 15년이나 앞당기는 것이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주민투표가 가결되면 주택을 친환경적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월세가 오르거나 자동차를 마음대로 쓰기도 어려워지다 보면 생활에 불편을 끼칠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도 많았고요. 그래도 이 투표를 통해서 남은 한 가지 성과는 베를린시 연립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50억 유로, 한화로 약 7조 원에 달하는 특별기금 조성에 합의한 것인데요.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서 '비현실적인 입법 제안이 정치권이 기존 2045년 기후 중립 목표를 지키는 데 도움을 주게 됐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Q. 어쨌든 독일의 국민들은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떤 정책적인 전환을 이루는 데는 찬성을 하는데 조금 더 현실적인 것을 내놔라, 이렇게 또 어떻게 보면 정치에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지켜보시니까 어떻습니까? 기후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위기감 이런 것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독일에서는?
A. 네, 독일에서는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이나 여러 가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저는 느낍니다. 생활 속에서 유기농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나 유리병들을 모아서 '판트'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적립금들을 다시 반환받는 이런 제도들을 굉장히 생활 속에 일상적으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Q. 다음 이슈 또 전해드리죠. 최근 독일에서 난민 출신 시장 당선자가 나왔다, 이거 독일에서도 굉장히 이슈가 되겠어요?
A. 네, 정말 많은 뉴스가 이에 대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한 시리아 난민이 독일 남서부 소도시 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독일인 후보 2명을 제치고 당선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보수적인 시골에 가까운 오스텔스하임에서 시리아 출신으로 이 지역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케이스로는 최초라고 합니다.
Q. 난민으로··· 그러면 독일에 정착하신 분인 거예요, 이분도?
A. 네, 그렇다고 하는데요. 이분은 2015년에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가 채택한 이주민 수용 정책 덕분에 터키, 그리스를 거쳐서 독일 땅을 밟으셨고 알셰블이라는 당선자분은 그간 한 7년 동안 시청에서 일하면서 독일 시민권을 취득하셨다고 해요. 그리고 그 시민권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를 해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서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Q. 여전히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 난민들에게도 좀 희망, 치유가 되는 소식일 것 같고, 그리고 사실 이민자 문제라는 것이 몇몇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국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정책들도 필요한 상황인데. 독일은 유럽 중에서도 난민에 대해서 굉장히 좀 포용적인 걸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메르켈 총리가 또 상징적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여론은 좀 어떤가요?
A. 네, 말씀해 주신 대로 독일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민자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 정부에서는 최근에도 근로자의 이민 촉진 개혁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밝혔는데요. 연간 6만 명의 해외 근로자들이 독일에 정착해서 부족한 일손을 채우게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양성과 포용적인 태도는 선택이 아니라 이제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과 사례들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독일 계셔보시니까 이런 포용성을 가질 수 있는 독일의 힘은 뭐라고 생각이 되시던가요?
A. 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은 베를린만 하더라도 전 시민의 4분의 1이 이런 이주 배경이나 이주민 이민 2세·3세들이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고 다양한 언어들 다양한 문화들을 거부감이나 좀 낯선 이질적인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