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봉화 농약사건 피해자 중 3명이 빠르게 의식을 회복하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쯤 퇴원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그동안 미뤘던 경찰의 대면 조사도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거로 보입니다.
특히 사건 발생 3일 뒤에 증세가 발현된 80대 할머니가, 당일 병원에 가기 전까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확인돼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희 기자입니다.
◀기자▶
봉화 경로당 농약 사건 일지입니다.
초복날인 지난 7월 15일 단체 점심 직후 심정지가 왔던 69살 A, 부회장인 65살 B 씨 그리고 회장인 75살 C 어르신이 차례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다음날 78살 D 어르신도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시점인 지난 18일 오후 85살 E 할머니가 병원을 찾아갑니다.
즉시 반응이 나타나는 농약 중독 특성상, E 할머니는 한참 시일이 지난 뒤, 앞선 4명과는 다른 경로로 음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취재 결과, E 할머니는 입원 당일인 18일 오전 노인일자리사업 현장에 나가 4시간을 다 채웠고, 마친 뒤에는 지인의 상점도 들렀다가 집으로 간 후, 병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로당 회원▶
"일자리 가서 팀장 보고 '병원에 가야 하니까 가겠다.'... 그 사람이 우리 경로당 말고 노는 데가 있는데, 거기 들러서 화투를 좀 쳤다 그러더라고. "
앞서 입원한 4명은 초복날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E 할머니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는 증언도 피해 환자로부터 나왔습니다.
◀피해 환자 가족▶
"(경로당 거실에 나가니까) 회장님, 부회장님, 00 아주머니하고 세 분이서 마시고 있었다고. '나는 왜 커피 안주노' 그러니까 조금 남았는 걸 종이컵에 주더래요. '거(E 할머니)는 커피도 안 마셨을 건데, 왜(병원에) 와 있노.' 이러시더라고."
마지막 입원한 E, 심정지가 왔던 A 어르신 2명은 아직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회장과 부회장 등 나머지 3명은 모두 일반 병실로 옮겨 빠르게 의식을 회복 중이고, 이르면 주말쯤에는 퇴원도 가능해, 조만간 경찰의 대면조사도 시작될 전망입니다.
경찰은 마지막 E 할머니의 집에서 확보한 자료와 농약의 출처 등을 조사 중인데, 의식을 찾은 피해자들의 대면조사가 본격화되면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정희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