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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단풍···기후 변화의 그림자

◀앵커▶
깊어져 가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는 데에는 단풍놀이만 한 게 없죠.

그런데 단풍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의 그림자가 여기까지 드리워진 건데, 이 속도대로라면 수십 년 뒤엔 10월 단풍이 실종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엄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어른들의 가을 소풍이죠. 단풍놀이철이 다가왔습니다. 단풍이라면 전국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장관인 데가 이곳 청송 주왕산인데요. 역시나 관광버스 행렬이 주차장을 꽉꽉 메우고 있습니다. 저도 따라 올라가 보겠습니다."

주왕산 초입 대전사를 지나 기암괴석을 끼고 오르기를 꼬박 30여 분.

그런데 오색 단풍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권대중 충북 청주시▶
"아직은 산에 단풍이 절정이라 그런 풍경은 없고요. 아직 먼 거 같아요. (빨갛고 노랗고?) 그런 건 없어요. 아직 절정이 아닌 거 같아요."

계절의 시계는 시월 말, 가을 한가운데 있지만 산은 아직 녹음을 벗지 않았습니다.

짙은 노란빛으로 물드는 고로쇠잎도 여태 연녹색 옷을 입었습니다.

꼭꼭 숨은 단풍 찾기에 지친 등산객들.

◀신남숙 충북 청주시▶
"2023년은 단풍이 좀 예쁘게 안 든 거 같아요. 2022년 같은 경우는 아기단풍이 되게 예뻤거든요. 근데 2023년에는 별로 비가 많이 와서 그런가."

단풍이 채 물들기 전에 고동색 낙엽을 만드는 나무들도 적지 않습니다.

◀유상협 주왕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
"지금 보시면 원래 색깔이 먼저 물이 든 다음에 낙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미 갈색으로 단풍이 안 들고 낙엽으로 변해서 떨어지는···"

정상은 다를까?

주왕산 상공에 드론을 띄웠습니다.

간간이 황톳빛 물이 들었지만, 단풍 하면 떠오르는 울긋불긋한 단풍은 아직입니다.

채도도 낮아 화려하기보다 수수한 느낌입니다.

10년 전인 2013년 같은 시기에 촬영한 단풍과 비교해 보면 차이는 확연합니다.

대전사 앞마당을 붉게 물든 당단풍나무들, 불을 켠 듯 환한 주황빛을 띠는 등산로도 현재 풍경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렇듯 단풍이 늦어지고, 또 옅어진 이유는 뜨거워진 지구에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겨울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풍나무는 기온 1도 상승에 4일씩, 은행나무는 5.7일씩 단풍이 늦어집니다.

◀김현석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30년 동안 단풍 경향성을 파악해 보니까 단풍나무하고 은행나무 두 개 다 10년에 이틀씩 늦어지고 있는 것들을 볼 수가 있었고요. 원인으로 판단하기로는 30년 동안의 9월 최고 온도하고 평균온도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최저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경향들을 보이고···"

"단풍은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물들기 시작하는데요. 지난밤 이곳 주왕산의 최저기온은 12도로 이례적으로 높았습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높은 기온으로 인해 가을 시작일은 2020년 기준 9월 29일로 10년에 5일씩 늦어졌습니다.

전국 유명산의 단풍 시작 시기도 이와 맞물려 30년 전보다 이틀에서 길게는 13일까지 늦어졌습니다.

이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10월 단풍이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기후 위기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엄지원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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