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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로 인정받은 사례가 1만 4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대구와 경북 역시 400건을 넘겼는데요, 정부의 전세 사기 피해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경·공매 유예는 5.9%, 대구와 경북에서는 2.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피해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청년층인데요, 이들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다시 말해 국가의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자라며 국가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4년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0년이 되는 해인데요, 3월 31일 대구에 있는 커다란숲교회에서는 '고난받는 이와 함께 하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렸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대구 416연대가 참석했는데요, 이날 예배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에서도 참석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도 읽었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피해자대책위 대표
저는 전세 사기 피해자입니다. 국가의 정책 실패로 인해 만들어진 피해자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는 부동산 거래는 사인 간의 거래이기에 재난이 아니라며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하고 있 습니다.

최근까지 국토부에 인정된 피해자 수는 1만 4천 명이 되고, 허그(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세금을 대위변제해준 금액은 2023년 사상 최대치인 5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인정된 피해자의 평균 전세금이 1억 3천만 원인 것을 가정하였을 때 2023년까지의 피해자 수는 5만 명이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잘못된 정책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지 저희는 계속해서 묻고 있습니다.

또 어떤 국토부 간사는 젊은 날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고 털고 일어나라며 막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약 75%가 청년층입니다. 저 역시 92년생으로 결혼을 준비하던 나라 일꾼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타까운 건 그 청년들이 자기 일이 아니기에 직장만 잘 다니며 건강하면 되니까 국가의 상황을 잘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년으로서 이 나라의 일꾼으로서 나라가 제대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 계신 세월호 유가족분들과 제가 바라보는 세상 방향 중 교집합이 되는 곳이 여러 가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혹시라도 또 똑같은 사고가 일어날 것 같으면 대응 매뉴얼을 꼼꼼하게 만들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외로운 길이 외로운 길이 되지 않도록 함께 밀어주고 끌어주며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전세 사기 피해자라는 타이틀이 붙기 전에는 저희 집에선 사랑받는 막내 아들 정태운으로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계신 아버님과 어머님들 앞에서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아들, 딸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대신해서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는 92년생, 그리고 제 와이프 될 사람도 앉아 있는데요. 제 와이프 될 사람은 97년생으로서 그들에게 친구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들이다, 딸이다 생각하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저도 벌써 28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아버지의 곁에 있었다면 결혼을 해서 예쁜 손자, 손녀를 보여드렸을 텐데 그러지 못해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여기서도 아버지의 마음을 잘 느끼고 있고 제게 전하는 이야기들을 다 느끼고 듣고 있어요.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 아무런 고통이나 아픔도 없이 지내고 있어요.

이곳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에요.

저는 언제나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가르침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어요.

제가 떠나기 전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더 잘하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하기도 해요.

아버지 우리 언젠가는 만날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제가 여기서 아버지의 건강도 빌고 가족들의 평안도 늘 빌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 천천히 만나요.

제가 누리지 못한 즐거움과 행복을 아버지가 더 느끼고 와주셔서 제게 생생히 알려주길 바래요.

아버지, 어머니, 많이 보고 싶지만 잘 참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며 살고 있을게요.

아버지, 어머니도 즐거운 삶을 사시다가 저랑 다시 만나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상 제공 대구NCC, 대구기독인연대)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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