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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① 의정 갈등 '추석 분수령'···의료대란 어디까지 가나?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에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바로 '안전'이었습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 대란 우려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정부가 '추석 연휴 의료대책'을 내놓았지만, 최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응급실뿐 아니라 중환자실 등 다른 분야의 의료 붕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토크ON은 의료대란의 실태와 심각성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오늘 함께해 주실 두 분 패널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네, 안녕하십니까. 이상호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안녕하세요.

[김상호 사회자]
윤 대통령이 29일 기자회견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병원을 비롯한 상급병원의 응급실 운영이 붕괴 직전이라는 신호와 현장의 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국민 불안은 굉장히 커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정현 위원장님, 지금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우리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병원 노조들의 상황을 보면, 대구 지역 같은 경우도 사실상 응급 상황에 대한 응급의료에서 응급 의사들이 1차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에 후속 배후 진료가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과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과들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여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서울대병원이나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들, 국립대학병원들조차도 처음에 전공의가 나가기 전에는 응급의학과에서 전공의와 함께 약 22명이 응급실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권역 응급의료센터들입니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다 나가고 나면, 딸랑 응급의학 전문의 5명이 응급실을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5명이 3교대로 365일을 돌려야 하니, 결국 1명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많은 환자를 보게 되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응급실을 찾아도 실제로 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상호 부회장님, 지금 응급실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지금 우선 의료인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의료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응급실 상황은, 정부가 발표했듯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셨지만, 응급처치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이후에 후속 치료가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잘 안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죠.

[김상호 사회자]
한시적으로 응급진료 관련 보험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군의관과 공보의를 응급실에 최대한 배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대책을 통해 170억가량이 추가로 투입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은데요. 이정현 위원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결국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로 올리고, 의사와 간호사 4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응급실 문제는 응급의학과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배후 진료를 담당하는 각 진료과 전문의가 장기간 당직 근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전혀 없고,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파견한다고 해도 이분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긴급하게 투입된 의료진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응급의료 문제는 일상적인 의료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갑자기 투입된 군의관이나 공보의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일 것입니다.

또한, 의사와 간호사 400명을 신규 채용한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1, 2주 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최소 한 달, 두 달이 소요될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대책을 내놓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이런 발표가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추석에 내놓은 이 대책, 공보의와 전문의 투입에 대해 이정현 위원장님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상호 부회장님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정부는 마치 만능열쇠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군의관 중에도 외과나 마취과 전문의를 따고 군에 간 분들이 있지만, 단순히 의과대학만 졸업하고 간 분들도 있어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한시적으로 추석 연휴에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게 한다는 건, 마치 운전면허를 막 딴 사람에게 중장비를 조작하라고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는 현재 아무 준비 없이 급하게 던져진 대책들을 남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전국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우리 지역의 의료 상황도 궁금합니다. 전공의들이 빠지면서 모든 대학병원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대구시의사회 이상호 부회장님께서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대구는 메디시티라는 명성에 걸맞게 타 지역에 비해 그나마 의료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수술은 평소의 약 6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죠.

특히, 수술이 필요한 과는 마취과에서 마취하지 않으면 수술이 불가능해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응급진료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지만, 계획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술 날짜가 자꾸 미뤄지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암 환자의 경우, 수술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병기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은 나중에 누가 질지 정부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의 교수님들이 평소에 당직을 서지 않던 부분들까지 맡고 있고, 전공의의 역할을 간호사들이 대신한다고 해도, 전문의들의 피로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직하는 교수님들이 늘어나고 있고, 대학병원을 떠나 보수가 2배, 3배 많은 종합병원이나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역 대학병원들에는 커다란 문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Big 5 병원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지역의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 대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국민들도 의료 정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의료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의료의 질, 접근성, 그리고 비용.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 의사 수를 늘려 수도권 병상을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에 병상이 늘어나면 지역의 의료 인력을 더 빨아들일 겁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또 하나의 문제는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이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급하니까 지역의 공보의를 빼서 수도권 응급실에 배치하고 있지만, 이것은 농어촌 의료 공백을 키우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정현 위원장님, 이에 대해 어떤 목소리들이 들리십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그렇습니다. 농어촌에서는 공보의가 없으면 완전한 의료 공백 상태가 됩니다. 이들은 소소한 의료 문제뿐 아니라 긴급한 의료 상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력을 수도권으로 배치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의료에서 소외시키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수도권 병원에 갑자기 파견된다고 해도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입니다. 결국,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차별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어, 매우 참담한 현실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의료대란은 시작도 안 했다. 심지어 붕괴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정현 위원장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의료체계라는 건 시스템으로 짜여 있는데 한쪽이 무너지면 다 같이 무너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쪽만 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본격적인 의료 붕괴는 시작도 안 했다,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 수 있는지, 또 부분별로 다르겠습니다만, 먼저 이상호 부회장께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우선은, 지금은 응급실이 이제 문제가 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차 취약한 부분부터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다음 취약한 부분은 중환자실이겠죠. 중환자실이나 소아, 신생아실 이렇게 무너지게 되고, 지금 벌써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고 나서 그다음에는 암 환자들, 중증 질환들을 보시는 수술을 해야 하는 분야가 무너지게 될 겁니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미래의 의료를 책임질 의학교육의 붕괴입니다. 지금 학생들이 휴학하는 상황이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을 시킬 것인지,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되는 상황이 될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큰 물길을 잡지 않으면 앞으로 저희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지금 우리나라는 회피 가능 사망률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게 OECD 평균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지 않나, 그게 사실 더 큰 걱정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한편, 간호 인력들이나 병원 인력들은 다른 측면에서 이런 도미노 현상을 역시 우려하고 계실 것 같아요.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죠.

[김상호 사회자]
어떤 게 있습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응급실 상황은 사실상 병원으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보니까 그 바깥으로 바로 노출되지 않습니까?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 119에서 차를 타고 구급차가 뺑뺑 도는 일도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해서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입원해서 들어가면 병원 내부 상황은 바깥으로 잘 노출되지 않죠.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장기간 당직을 이어가는 전문의 선생님들이나 전공의들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간호사들도 피로가 누적되어 이런 상황이 되니까,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검사를 하다가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런 경우는 병원 안에서 방송해서 가까이 있던 의사들이 모두 달려와 구급 상황에 대처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현재 다 무너지고 있습니다. 왜냐, 이제 그곳에 달려올 의사 선생님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결국 구급 조치를 놓치면 병원 안에서도 돌아가실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아지는 우려가 큽니다.

[김상호 사회자]
안에 있는 간호사분들은 번 아웃 상태인데, 너무 일이 힘들어서 탈진 상황으로 접어들었지만, 정작 신규 채용을 기다리는 간호사들의 임용은 잘 안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건 병원이 간호사를 새로 채용할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겁니까?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지금 간호사 업무가 전공의들의 업무까지 떠안게 되면서 과중해지고 있습니다. 병원은 간호사 숫자에 따른 간호 등급 때문에 추가 채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러니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일이 힘들지만, 병상 수는 줄었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더 채용할 이유가 없는 거군요.

[이정현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채용할 수도 없죠.

[김상호 사회자]
그렇다면, 이 도미노 여파는 간호 인력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들이 치료하는 위주의 병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경증 환자는 1, 2차 병원에서 보고, 중증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의료 현장에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상호 부회장께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전문의 위주 병원이라고 하면, 전문의는 전공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전공의가 없는데 전문의 위주 병원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전공의와 전문의의 차이점은 병원 경영상에서 큰 비용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전공의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주 80시간을 일하며 배우는 중이라서 저렴한 인력이지만, 전문의는 자격을 따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 인력이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전문의 위주 병원으로 가는 것은 고비용이 수반되는 과정입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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