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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② 간송미술관 첫 분관,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대구 간송미술관은 서울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으로 중남부권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상설전시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개관전인 '여세동보'에는 그동안 서울 보화각에만 머무른 국보와 보물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과 미인도를 비롯한 국보와 보물 및 간송의 유작이 전시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크ON에서는 간송미술관이 대구에 첫 분관을 설립한 이유와 개관전에 담은 의미는 무엇인지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과 함께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간송미술관이 분관 체제를 선택한 이유와 대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씀 좀 주시죠.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일제강점기 때 간송의 문화보국 정신을 똑같이 실천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지금의 문화보국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만들어진 컬렉션과 연구된 부분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 분관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러 군데에서 제안이 오긴 했습니다만, 대구가 최적지라고 판단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2.28 민주 운동이나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 바로 여기이고, 또 3.1운동 때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신암선열공원 같은, 유일하게 선열공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민족정신과 민족정기에 대한 생각을 시민들이 굉장히 많이 가지고 계신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근대미술의 발상지라 할 만큼 문화적인 소양이 깊고, 현재도 DIMF 같은 여러 문화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즉 문화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는 곳이 대구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구광역시에서도 굉장히 전향적인 제안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사실 지자체에서 선례가 없는 일을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꾸준히 협력해 주시며 이 일을 돌파해 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완공되기 이전에도 대구미술관을 방문한 분들은 간송미술관이 바로 옆에 있어서, 저도 가봤습니다만 마당까지 들어가는 데는 아무 제약이 없었어요. 그래서 가서 볼 수도 있었는데, 미술관 건물은 일반 건물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맞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외형적인 특징과 내부 건축의 특징에 관해 소개를 좀 해 주시죠.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건축사무소는 연세대학교의 최문규 교수님이 설계를 맡아주셨는데요, 세 가지 정도의 포인트가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 번째는 자연과 어우러진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고건축 자체가 창덕궁도 그렇고, 도산서원, 해인사도 마찬가지인데, 지형을 깎아내어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지형을 추종해서 오히려 지형이 더 돋보이도록 만드는, 어느 포인트에서 그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고건축의 포인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리셨습니다.

두 번째는, 미술관이기 때문에 간송 컬렉션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도록 소박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릇이 되고 싶다는 부분입니다.

또 하나는, 앵커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열린 미술관입니다. 미술관이 전시 시간이 아니라든지, 혹은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이라서 잠시 못 들어오실 수도 있는데, 그럴 때조차도 오셔서 풍경을 즐기실 수 있고,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열린 미술관이 됐으면 좋겠다는 세 가지가 최문규 교수님이 대구 간송미술관을 설계하면서 생각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내부에서도, 이 공간이 문화유산에 특화된 곳이기 때문에 조명이나 항온항습 등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습니다. 또한, 6개의 주요 상설전시관도 들어가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당이 굉장히 넓던데, 거기서 문화 공연 같은 것을 염두에 두시고 이렇게 넓게 만드신 건가요?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네, 물론입니다. 지금은 좀 너무 더워서 어렵겠지만, 봄이라든지 가을에 날씨 좋을 때는 충분히 그런 것들도 고려해서 설계된 공간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그쪽에 팔공산 보이는 쪽에 앉아서 팔공산 쪽을 보는 눈맛은 정말 시원하고, 아주 그냥 쉬러 가기에 특히 해 질 녘에 가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네, 사실은 거기에 또 하나의 특징적인 게 11개의 소나무 기둥이거든요. 아름드리로 되어 있는 큰 기둥이 11개가 있어서, 어떤 분들은 이게 왜 10개도 아니고 12개도 아니고 11개인가라고 했는데, 최문규 교수님이 이게 약간 우연이라고는 말씀하셨지만, 실제로는 그 마지막 열두 번째 기둥은 이 대구 간송미술관을 버티고 있는 간송이 12번째 기둥이다. 그런데 또 저희는 그것보다는 사실 12번째 기둥은 간송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구 간송미술관을 찾아주시는 대구 시민분들께서 한 분 한 분이 또 간송의 마음을 가지시고 12번째 기둥이 되어 주십사라는 그런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너무 아름다운 말씀입니다. 이렇게 개관이 드디어 되게 됐는데, 여기까지 관장님도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는 모르겠고, 다는 말씀을 못 하시겠고, 가장 어려웠던 게 어떤 것이 있었는지 소개 잠깐 해 주실까요?

[전인건 대구 간송미술관장]
시간이 많이 흐른 부분이 아무래도 좀 어려운 부분인데, 시간이 많이 흘렀던 이유 자체가 중간에 사실 COVID 팬데믹도 있었고, 또 동시에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특히 지자체에서 행정을 하시는 분들이 선례가 없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또 거기에 대한 약간의 오해라든지 이런 것들을 돌파해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 새롭게 이렇게 문을 여는 미술관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건축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설계 수정이라든지, 당연히 필요한 수정이기 때문에 기간이 좀 늘어난 점, 이런 부분들이 가장 어려웠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미술관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굉장히 다양하게 겹쳐 있기 때문에. 자, 개관을 앞두고 한 점 한 점 정말 소중한 작품들이, 관장님 말씀대로 대거 총출동하여 대구를 찾았다고 하는데요. 개관 전 관련한 영상 보시고 또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개관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기념 전시 '여세동보'에는 국보와 보물급 지정 문화유산 40건 97점과 간송 유작 60점 등 157점이 전시됩니다.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회화, 도자기, 서적 등을 수집한 간송 컬렉션입니다.

대구 간송미술관은 "소장한 모든 국보가 나오는 전시는 처음"이라며 간송미술관의 대표작들을 보여주는 일종의 인사 같은 전시라고 개관기념전을 설명했습니다.

4개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한글 창제 원리와 사용법을 기록한 국보 훈민정음해례본은 '소리로 지은 집' 전시실에 별도의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가치를 따질 수 없다, '무가지보'로 불리는 간송미술관 최고의 소장품,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도 제2전시실에 별도로 전시됐습니다. 한 사람씩 들어가 관람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꾸며진 전시실은, 소수 인원이 독대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려의 유연한 선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추사 김정희 난맹첩 등의 서예 작품, 홍도의 마상청앵 등 조선 3대 풍속화가 대표작도 만날 수 있습니다.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기념 국보·보물전은 는 9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열립니다.
[김상호 사회자]
관장님, 이번 개관 기념 전시 주제가 한자로 ‘여세동보’ 세상을 함께 보배 삼아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여세동보. 어떤 뜻을 담고 있습니까?

[전인건 대구 송미술관장]
네, 그냥 이렇게 입에 붙는 쉬운 단어는 아닌데, 이게 왜냐하면 1938년에 보화각이 문을 열었을 때, 간송미술관이 문을 열었을 때, 위창 오세창 선생님께서 새겨주신 머릿돌, 정초석이 있습니다. 그 정초석의 마지막 문장에서 따온 건데요.

뭐냐 하면 보화각에 이렇게 우리나라의 문화유산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마지막 문장은 그렇기 때문에 여세동보, 즉 세계와 세상과 함께 보배로 삼고, 이 자손 대대로 영원히 보존하자는 것이 간송미술관이 만들어진 의미입니다.

그중에서 사실 대구간송미술관이 열린 것 자체가 더 많은 분과 함께 나누어 같이 함께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중에서 앞부분인 '세상과 함께 보배로 삼다'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어떤 의미에서는 시민들이 훨씬 더 많은 분이 늘 접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 대구간송미술관이니까, 이 '여세동보'라는 '세상과 함께 보배로 삼다'라는 취지가 훨씬 더 제대로 실현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인건 대구간송미술관장]
맞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1938년 보화각, 그때는 사실 그것을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일제강점기라서. 그 '여세동보'라는 단어가 정말로 현실화 실현되는 것이 바로 지금, 2024년에 대구 간송미술관 개관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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