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육부가 교원 채용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 경북 도내 학교에 배정될 중등교사 수가 2백 명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북교육청은 작은 학교의 교사 수를 줄이고, 큰 학교는 학급 당 학생 수를 늘려 대응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도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교생 16명의 작은 학교인 예천 풍양중학교.
이 학교의 교사는 기간제까지 합해도 6명뿐입니다.
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영어 선생님은 학교 두 곳을 오가며 수업하고, 사회 선생님은 한문 과목까지 가르칩니다.
◀이미화 예천 풍양중학교 교사 (사회 담당)▶
"오늘 같은 경우에는 3교시 1학년 한문 수업을 하고 4교시에 3학년 사회 수업을 하고 7교시에 1학년 교실에 가서 또 사회 수업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수업 연구하는 데도 사회 수업보다는 한문 수업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교사들은 수업 운영에 이미 한계가 왔다고 우려하지만, 내년 상황은 더 열악해집니다.
교육부가 경북의 중등교사 정원을 올해보다 204명이나 더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교원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경북교육청은 학급편성 기준을 사상 최대 폭으로 크게 수정했습니다.
먼저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작은학교 경우, 교사 7명을 배정받으려면 올해는 전교생이 16명만 넘으면 됐지만, 내년부턴 19명 이상이 돼야 합니다.
학급 당 학생 수도 늘어납니다.
중학교 1학년은 2명에서 최대 4명을, 2, 3학년은 읍면 지역에 한해 2명씩 올렸는데
학급 수 확대가 신규 교사 수요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결국, 풍양중학교는 내년에 배정받는 교사 수가 올해보다 2명이 더 줄어들게 됐습니다.
◀박순우 예천 풍양중학교 교사▶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따라서, 원하는 대로 골고루 (과목을) 배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오는 날 무조건 그 과목을 배치할 수밖에 없고 그게 또 (시간표로) 짜일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두 학교만 주고받기가 아니라 우리 학교는 이 학교로 가고, 이 학교는 저 학교로… 다 얽혀 있으니까…"
큰 학교의 교육 질 저하도 불가피합니다.
일시적으로 출생아 수가 많았던 백호띠 2010년생과 흑룡띠인 2012년생이
동시에 중학교에 재학하는 내년도 경북의 중학생 수는 올해보다 2천여 명 늘어난 6만 4천여 명입니다.
구미, 경산 지역을 중심으론 과밀학급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승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장▶
"향후에는 결국, 소규모 중학교를 통폐합 하겠다는 것이 경상북도(교육청)의 입장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 소멸과 함께 우리 학생들이 더욱 먼 거리의 학교까지 다녀야 하는 상황이고…"
다만, 유치원과 고등학교는 학급 당 정원 수에 변동이 없고, 초등학교는 오히려 학급 당 정원이 2명씩 줄어듭니다.
경북교육청은 줄어드는 중등 교사 인원만큼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일시적인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3~4년 간은 중학교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MBC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