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4월,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던 싸움소가 조련사인 주인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싸움소 주인은 하반신이 마비되는 큰 부상을 입었는데요.
피해자 측은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운영 주체는 "책임이 없다"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청도 공영사업공사를 상대로 경찰에 고발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변예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4월 8일 청도소싸움경기장입니다.
경기장으로 소와 주인이 하나둘 들어옵니다.
경기장 한편에서 소들의 스파링이 시작됩니다.
한 조련사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다른 소들이 드나들면서 길이 막힙니다.
그 순간, 주인을 향해 싸움소가 순식간에 돌진합니다.
쓰러진 주인을 흥분한 소가 계속 들이받습니다.
이 사고로 25년 경력의 70대 여성 조련사는 하반신이 마비돼 욕창이 생겼습니다.
"소들은 경기에 나서기 전, 이 안을 돌아다니면서 적응 훈련을 합니다. 사고는 이 적응 훈련을 하다 났습니다."
당시 경기장 안에는 소 7마리가 있었습니다.
놀란 조련사들이 달려와 조련사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에도 '스파링'이 이어집니다.
청도 공영사업공사의 소싸움장 운영 수칙에 따르면, 스파링할 때는 소 2마리만 경기장에 있어야 합니다.
규칙은 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전문가는 경기장에 소가 흥분해 공격성을 드러낼 요소가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원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있을 때 자기가 그걸 확인하지 못하면 소들은 굉장히 큰 스트레스나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입구로 나가는) 소가 갑자기 해당 싸움소에 눈에 갑자기 들어온 상황으로 보입니다."
사고 당시 경기장에 관리 직원은 아무도 없었고, 당직 근무자 한 명이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공사 측이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고 후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다"라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사고 조련사 아들▶
"규칙에 대해 관리는 하나도 안 되고 무조건 소 주인분들한테만 이렇게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너무 안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사 측은 소 주인들의 요청이 많아 쉬는 날에도 경기장을 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이용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지했다며 사고에 대한 보상 등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
"자율적인 개방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다 보니까 그거는 이용자들이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하는 측면이 법률적으로는 더 많이 있다···"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당직자를 2명으로 늘리고 경기장에 한 명을 반드시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용 수칙에 시설물 이용과 관련한 물적, 인적 피해와 분쟁에 대한 책임이 공사에는 없다는 점을 강화했습니다.
피해자 가족 측은 청도공영사업공사가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며 청도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