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얼마나 늘릴지 조사했더니···'너도나도' 신청
교육부가 전국의 의대를 대상으로 정원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대구·경북의 5개 의대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부는 전국의 의과대학들을 상대로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각 대학별로 신청을 받았습니다.
대구·경북의 5개 의대 정원은 351명인데, 이들 대학이 신청한 수는 최대 정원 기준으로 두 배 가까운 680명 정도입니다.
적게는 63%, 많게는 160% 넘게 신청을 한 겁니다.
각 의대에서는 교육 시설과 학생들을 교육할 교수 인력 등을 감안해 당초 20~40% 정도 의견을 냈지만, 신청의 주체가 대학 본부이다 보니 정작 신청을 한 규모는 많이 늘었습니다.
지방대학들은 입학생들이 줄고 있는데 그나마 경쟁률이 높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고 혹시 적게 신청했다가 원하는 만큼의 정원 배정을 못 받을까 봐 늘려 신청했다고 합니다.
"정원 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의과대학들은 의대 정원이 의약분업 때 줄어든 채로 십수 년이 지나는 동안 늘지 않은 만큼 일정 부분 의대 정원이 늘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충의 가장 큰 이유인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 확충과 관련한 큰 도움이 안 되는 데다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의 한 의대 관계자는 "지금 입학 정원 늘려봐야 학생들이 전문의 받고 밖에 나가는 것이 10년 후입니다, 가장 빨라도"라며 "10년 뒤 의료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냐, 더 급한 것은 전공의 배정 비율"이라고 했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지역에 전공의를 배정하는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입학 정원보다는 전공의 배정 비율 조정이 우선되거나 병행하거나가 중요하지 입학 정원 하나 가지고 이것이 해결된다고 보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비율 조정 문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을 6대 4 혹은 5.5대 4.5가 아니라 4대 6 정도로 지방을 많이 확충시켜 놓아야 전문의가 되고 난 다음에 지역에 많이 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2%가 사는데 의사는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전공의 배정 비율도 수도권 6, 지방 4입니다.
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전공의 지원은 의대 졸업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을 더 가속하고 지방 외면 현상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필수 의료 문제 해결에 먼저 나서야"
의대마다 수술이나 응급, 분만처럼 환자의 생명과 관계되는 분야에 대한 보완도 더 시급한 문제라고 합니다.
또 다른 의대 관계자는 "환자를 치료했는데 상태 안 좋으면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자동 회부돼요. 그러면 거기에 시달리죠, 수술방 CCTV 설치 또 의사들 처벌하는 이런 거 하면 누구나(특히 MZ세대들은) 그런 위험한 걸(필수 의료) 안 하려고 그러겠죠."
스스로 '수술하는 의사'라고 밝힌 이 관계자는 자신들은 명절에도, 휴일에도, 밤에도 수술하고 일했지만, 보수 낮고 위험만 큰 필수 의료 분야를 MZ세대들한테 권유해 봐야 하겠느냐, 과연 효과가 있겠냐며 반문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의 의대들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장기 과제로 봐야 하고 당장 시급한 의료 현안들부터 해결 또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