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안동의료원에서 마약류의 일종인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가 허술하다는 의혹이 의료원 내부에서 제기됐습니다.
투약 기록 자체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안동의료원 측은 최근 투약 기록 관리에 실수가 있었지만 환자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고 투약 기록 실수도 이번 한 번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안동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A 씨는 7월 14일 밤, 마약류로 분류된 향정신성 의약품 '디아제팜' 주사를 투약받았습니다.
그런데 A 씨에게 투약된 약은 같은 병동에 입원 중인 다른 환자, B 씨에게 처방된 약이었습니다.
◀안동의료원 관계자 (제보자)▶
"(의료진) 본인들 얘기로는 '당겨썼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다른 환자 약을) 당겨썼다, 그래서 이 환자 것을 다시 받으러 왔다'라는 걸 저한테 얘기했죠. 그래서 알게 됐어요, 처음에."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오남용 방지를 위해 각각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는데, 처방된 약과 실제 이를 투약한 환자가 달라지면서 일련번호가 꼬이자, 병원 측에서 투약 기록을 임의로 바꿔버린 겁니다.
실제 A 씨의 투약 기록지를 살펴봤습니다.
애초 6월 14일 투약받은 걸로 사실대로 기록돼 있었지만, 며칠 뒤엔 이 기록 자체가 삭제됐습니다.
◀안동의료원 관계자(제보자)▶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거지, 이렇게 임의로 투약이 됐고, 이런 투약 기록이 변경됐다는 것을 환자분들은 절대 모르실 거예요. 그 부분도 무서운 거죠, 사실."
투약 기록을 의료진이 마음대로 바꾸는 건 불법입니다.
의료법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수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환자 진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의료기록을 조작하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건은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접수돼 현재 안동시보건소로 이관된 상태입니다.
안동의료원의 마약류 관리 시스템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약류 처방전이 재출력되는 경우도 빈번하고, 이를 막을 만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다는 게 의료원 관계자의 제보입니다.
◀안동의료원 관계자(제보자)▶
"마약류가 또 재불출 될 수 있다는 상황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개선 요청을 3월부터 드렸고, 심지어 원장님한테도 보고를 드렸지만, 개선이 하나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안동의료원 행정처 측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다른 환자의 처방 약을 투약한 건 맞지만, 같은 종류의 약이고 용량도 같아 환자 피해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투약 기록지가 임의로 변경된 건 담당자 간의 소통 오류로 발생한 단순 실수로, 기록을 바로잡겠다고 말했습니다.
처방전 재출력 의혹에 대해선 전산 오류로 두 장이 출력되는 경우는 있어도 같은 처방전이 환자에게 두 번 나간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안동의료원에서 조제되는 마약류 의약품은 하루에도 40건이 넘습니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투약과 진료 기록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시스템 개선과 당국의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그래픽 도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