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의 무분별한 준설 작업으로 신천 수달의 서식지가 파괴돼 수달이 떠나고 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대구시가 최근 물고기와 새들의 산란기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대대적인 준설 작업에 나섰습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는데요.
대구시가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을 스스로 불러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4월 28일 수달의 서식지인 신천에서 굴착기들이 준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천가의 수변식물 군락은 보이지 않고 대신에 모래와 자갈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준설은 4월부터 시작된 대구시의 하천 정비 작업 때문입니다.
7월 말까지 넉 달간 진행되는 준설 작업은 신천 전역에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시기는 물고기와 새의 산란기인 4월부터 6월까지 기간과 겹칩니다.
하천 생태계에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잉어들이 산란하고 그 육상에는 오리들이 산란하는데 딱 그 시점에 준설 공사를 한다는 것은 생태계를 완전히 무시한 엉터리 행정의 전형적인 처사다."
하천 관리를 맡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체로 산란기를 피한 겨울철에 준설합니다.
그것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합니다.
그런데, 준설하는 목적과 방법이 하천 생태계를 의식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지난 2005년 신천에서 수달 서식이 확인된 이후 15년 이상 준설 작업을 최소화했지만 홍수와 같은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식 준설로 신천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에게도 바로 나타납니다.
◀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
"(이전에는) 어느 곳을 가도 사실 수달의 흔적은 다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최근에 한 2~3년은 정말 몇 군데밖에 수달의 흔적을 볼 수가 없거든요."
대구시는 2023년 말 정부로부터 재난 안전 특별교부세 8억 원을 받아 홍수를 예방하려고 퇴적토를 걷어내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자갈이 퇴적된 구간에 전체 구간을 준설하는 게 아니고 흙이 쌓여 있는 구간에 대해서 그 구간만 저희가 지금 시행하고 있습니다."
홍수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하천 내에 설치한 구조물과 과다하게 심어진 나무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방해해 여름철 홍수 때 범람할 위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홍수를 예방하겠다면서도 대구시는 세금을 들여 신천 둔치에 물놀이장과 스케이트장과 같은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2024년 식목 행사로 신천 둔치에 2천500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홍수를 유발하는 그런 식의 하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구시 하천 정책은 거의 없다 이렇게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구시의 하천 정책을 이제라도 바꿔야 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영상제공 대구환경운동연합, 그래픽 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