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북 김천시가 공공시설인 종합운동장의 조명을 교체하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남은 예산으로 사학재단인 김천대학교 운동장 조명을 교체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김천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라 문제없다는 게 김천시의 주장인데, 정부로부터 예산 전용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절차를 어기면서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태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경북 김천 종합운동장입니다.
운동장을 둘러싼 조명타워 4개에 LED 등이 설치됐습니다.
김천시는 지난 2022년 메탈 등을 LED 등으로 교체했습니다.
설치한 지 오래돼 고장도 잦은 데다 야간에 운동하기에 밝지도 않았다는 게 교체 이유였습니다.
예산은 국비 4억 5천만 원과 시비 10억 5천만 원 등 15억 원입니다.
정부가 추진한 '공공 체육시설 개보수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얻은 예산입니다.
LED 등으로 교체하는 데 8억 원이 들어 전체 예산 15억 원 가운데 7억 원이 남았습니다.
김천시는 남은 예산으로 종합운동장 주변 경관 조명과 배전반 교체에 5억 5천만 원을 투입했습니다.
상부 기관인 경북도와 문체부에 예산 변경 승인을 받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남은 1억 5천만 원은 공공 체육시설인 종합운동장이 아닌 다른 곳에 썼습니다.
"김천대학교 축구장입니다. 축구 동호인들이 야간에 운동할 수 있도록 조명이 설치돼 있는데요. 이 조명을 LED 등으로 교체하는데 종합운동장 조명 교체 예산이 쓰였습니다."
정부로부터 변경 승인도 받지 않았습니다.
예산 집행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는 게 김천시가 밝힌 이유입니다.
◀김종현 김천시 스포츠산업과장▶
"그걸(변경 승인 신청을) 하면 이게 한 번 이월되는 예산이기 때문에 이 잔액이 연도 내에 계약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사장되는 예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시기적으로 좀 촉박했고 민원에 대한 요구 사항은 많았었고 그러한 부분에 적극적으로 저희가 민원 해결을 하기 위해서 진행했다)."
김천시는 예산이 남았을 경우 사업의 목적과 유사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보조금법을 근거로 집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1개월 이내에 정부에 사후 통보해야 하는데 이것도 어겼습니다.
특히, 공공시설에 투입될 예산이 사학재단에 쓰였다면 목적 이외의 사용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입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용도 외 사용 금지를 법에 명확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제 용도라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그 목적 이외 사용은 임의 사용이 되는 거고 그러면 이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김천대학교 축구장 사용료는 낮에는 10만 원, 야간에는 15만 원입니다.
김천시가 절차마저 어겨가며 국가 예산을 왜 사학재단에 투입했는지 전반적인 감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한태연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이수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