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대구시와 경북도 간 쟁점 사항에 대한 이견에 합의를 보면서 다시 속도가 붙게 됐습니다.
10월 21일 오후 2시 정부 서울청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모여 TK 행정 통합 합의문을 발표하고 서명했습니다.
4개 기관장이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행정 통합의 첫 관문을 넘어선 셈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4년 8월 29일 경북도의회 반대 등을 이유로 행정 통합을 장기 과제로 돌리겠다고 밝혀 논의가 중단된 지 50여 일만입니다.
홍준표 "엄청난 변화 오는 지방행정 개혁"···이철우 "대구·경북은 원래 한 뿌리"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제는 집행기관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지방행정 개혁으로서는 이만큼 엄청난 변화가 오는 개혁이 없다고 저는 본다"라고 행정 통합 합의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은 원래 한 뿌리이고 한 도시였다. 그런데 분리가 있음으로써 더 발전되어야 하는데 분리하고 난 다음에는 계속 몰락의 길로, 어려운 길로 갔다"며 "그래서 합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견해차를 보였던 쟁점 사항들에 대한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면서 행정 통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인데요,
공동 합의문 내용은 대구시·경북도 폐지 후 수도에 준하는 위상의 통합자치단체 출범, 정부의 권한 및 재정 이양, 시·군·자치구의 사무 유지, 대구와 경북의 청사 활용 및 관할구역 미설정, 수도에 준하는 위상의 부시장과 소방본부장의 직급 및 정수, 양 의회의 합동 의원총회 통해 의회 소재지 결정, 시·도의회 의견 청취 원칙과 주민 의견 수렴 노력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낙후 지역에 대한 균형발전 전략 등 그동안 경상북도가 강조해 온 사항도 반영됐습니다.
앞으로 행정 통합 후속 절차는 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도 간 이견으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만큼 남은 절차는 더 신속하게 진행될 텐데요,
중앙정부의 전제조건이었던 '시도 합의'를 이뤄낸 만큼 향후 정부는 범정부추진단을 가동하고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합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권한 이양과 행·재정적 지원과 관련해 정부와의 협의에 나섭니다.
이와 함께 권역별 설명회와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도 진행되며,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행정 통합 특별법안을 완성하고, 시‧도의회 동의 등을 거쳐 국회 입법 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자치단체 중심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 여전···대구시와 정면충돌한 경북도의회 평가도 '관건'
시도 간 합의로 행정 통합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난관은 남아 있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주민 투표보다 시도 의회 통과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 의사를 배제한 자치단체 중심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입니다.
행정 통합 논의 과정에서 대구시와 정면충돌한 경북도의회가 이번 합의안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건입니다.
경북도의회 박규탁 대변인은 "그동안 계속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게 민주적인 절차를 밟으라, 시도민의 의견을 들어라, 이런 이야기"라며 "그 과정이 빠졌으니까, 도민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시도에서 합의하더라도 이제부터는 시도민의 의견을 듣는 게 맞다"라고 밝혔습니다.
진정성 있는 주민 의견 수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어···홍준표 "우리 당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사람 많지 않을 것"
행정 통합 특별법의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신공항과 달빛 철도 특별법보다 국회 동의 얻기가 훨씬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4년 8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홍준표 시장은 "이 법(행정 통합 특별법)은 우리 당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다"며 "그래서 순조롭게 합의돼도 통과할 자신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21일 홍 시장은 "이제 앞으로 국회 통과가 남았다. 이 법안은 정부 법안으로 제출되는 게 아니고 의원 발의 법안을 제출하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을 설득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하겠다. 아마 민주당도 100년 만에 이루어지는 지방행정 개혁에 반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하며 야당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TK 행정 통합은 쟁점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8월 논의가 중단되며 무산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가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본궤도에 올랐습니다.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한다는 목표로 중앙부처 협의,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