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씻는 것까지···우리의 생활 전반에 필요한 것이 바로 '물'입니다. 현재 대구 시민들의 식수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낙동강'인데요, 대구시는 '안전한 식수 확보'를 위해 대구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안동댐 직하류에서 대구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총 110km 정도의 도수관로를 연결해서 안동댐의 물을 가져오겠다는 건데요, 1일 취수량 63.5만 톤으로 대구시 수돗물의 67%를 차지했던 낙동강 표류수 전량을 안동댐 직하류에서 취수한 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대구시가 이 사업에 붙인 이름은 '맑은 물 하이웨이'인데요, 안동댐 취수구 설치 및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매곡 정수장까지의 도수관로를 연결하는 비용 9,700억 원과 토지보상비 등을 더해 1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광역 상수도 사업은 국가의 수도사업 공사에 속하기 때문에 국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적으로 사업비를 대는데, 이 사업 예산을 대구시가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된 2024년도 대구시 예산에는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적 경비 1억 7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수질 문제 끊이지 않는 낙동강···페놀 사태에 녹조 독성 물질까지
이런 계획이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낙동강 수질 문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1년 구미공업단지 한 기업의 페놀 원액 저장 탱크에서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파이프가 파열되면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페놀 30톤과 1.3톤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페놀이 낙동강을 따라 흐르면서 대구 취수원은 물론 부산의 상수원에서도 페놀이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낙동강 환경 문제를 돌아보게 되는 변곡점이 됐는데요, 하지만 그 이후로도 여전히 식수 오염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하고 마이크로시스틴 등 녹조 독성물질이 원수와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등 식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낙동강에는 녹조라떼라는 별명까지 생겼는데요, 최근에는 낙동강 일부 구간에서 겨울에도 녹조가 발생하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남 김해와 양산 사이의 물금·매리지점, 칠서지점에서 2023년 10월부터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유지되기도 했었고, 낙동강 강정고령보 또한 11월 넷째 주와 다섯째 주, 2주일 연속 1㎖당 남조류 수가 천 개를 넘은 상황입니다. 이는 조류경보 '관심 단계'에 해당하는데요, 가을·겨울이지만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도 녹조가 심각해지는 상황이죠"
대표적인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 대구·경북·부산·경남 수돗물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치' 초과···대구시 수질연구소의 분석에서는 검출 안 돼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데요, 청산가리의 6,600배 독성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가 1ℓ당 8㎍이면 물과의 접촉을 전면 금지한다고 합니다.
2022년 대구mbc와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팀과 함께 7월 14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 지역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시틴을 분석한 결과 6개 샘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 음용수 기준을 1.7배에서 5.83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시에 있는 3개 정수장인 매곡정수장은 ℓ당 0.281㎍, 문산정수장은 0.268㎍, 고산정수장은 0.226㎍이 검출되었는데요, 원수가 아닌 수돗물에서 검출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하지만 당시 대구시 수질연구소의 분석에서는 정수와 원수 모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었는데요, 이승준 교수 연구팀은 미국 환경보호국의 공인 조사방법인 20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모두 합하는 방법을 채택했고, 대구시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LR 등 주요한 4가지 종류의 독성 종류만을 찾는 검사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검사를 어떻게 하느냐, 기준을 어디어 두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 마련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었죠"
경북 고령의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검출···고령 수돗물의 원수 중화저수지의 녹조 '심각'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논란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이크로시스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북 고령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9월 14일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중화저수지 3곳, 회천 취수구 2곳, 가정집 수돗물 1곳 등 6곳에서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 수돗물 녹조 분석을 했는데, 9월에 조사한 모든 지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이번 분석을 맡은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에서 환경부가 사용하는 분석 방법인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LC-MS/MS)으로 한차례 더 검사했는데, 비슷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고령 수돗물의 원수로 쓰이는 중화저수지에 녹조가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그 물을 정수해서 생산한 수돗물에서 기준치인 1ppb를 훌쩍 넘긴 1,9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그동안 낙동강 수돗물을 원수로 생산한 수돗물에서 나온 마이크로시스틴이 기준치 이내였는데, 이번 고령의 수돗물에서는 기준치 두 배에 가까운 수치가 검출이 된 것이죠. 여기에 총트리할로메탄까지 초과 검출되면서 고령 군민들이 충격에 빠진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수원의 대부분이 댐이잖아요? 이번 중화저수지 사태는 댐 수원도 녹조로 인한 위험성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흐르지 않고 닫힌 수원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거죠"
자연 유기물+염소 소독제='나쁜 소독 부산물' 총트리할로메탄···대구시·고령군 "자체 검사에서 기준치 넘지 않아"
2022년 대구의 수도꼭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면서 수돗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면 2023년에는 총트리할로메탄 문제가 대구 수돗물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질이 나빠진 낙동강 물을 정수하기 위해서는 살군제인 염소 소독제를 넣게 됩니다. 이때 자연 유기물과 염소 소독제가 결합하면서 나쁜 소독 부산물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총트리할로메탄입니다.
천용길 뉴스민 대표 "수자원공사에서는 깨끗이 정수하면 수돗물에는 문제가 없다고 얘기를 하지만 낙동강 원수가 오염된 상태에서 정수를 강화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죠. 총트리할로메탄은 특히 방광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연구진은 유럽에서 발병한 방광암의 5%가 이 물질 탓이라는 연구 결과를 2020년 1월 국제학술지 '환경보건전망'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맹숭규 세종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2023년 8월과 9월 대구와 고령군의 수돗물을 채수해서 공인 수질검사기관에 의뢰해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대구의 경우 9월 검사를 통해 매곡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4개 지점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 ℓ당 0.105~0.129ppm으로 나타나 기준치인 0.1ppm을 초과한 것을 확인했고, 경북 고령군의 경우도 같은 날 검사에서 광역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8개 지점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 ℓ당 0.106~0.17ppm으로 나타나 모두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대구시와 고령군은 자체 검사에서 기준치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환경부 또한 지난 10년 간 해당 지역 정수장 및 수도꼭지를 대상으로 대구광역시, 고령군이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를 보니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구시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명 자료를 냈는데요,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8월 가정집 수도꼭지를 검사한 총트리할로메탄 관말수치가 매곡정수장의 경우 0.085ppm, 문산정수장은 0.082ppm으로 기준치 0.1ppm 이하로 확인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고령군의 경우에도 분기별 실시하는 수질조사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입장인데요, 그러면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은 감시항목이기 때문에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부분의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물로 한 검사에 다른 결과···채수 시점·장소 달라
정리하자면 대구시와 고령군은 총트리할로메탄이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서 문제가 없다, 환경단체와 연구진은 기준치 이상으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인 건데요, 같은 물로 한 검사가 왜 검사 수치는 다른 걸까요?
천용길 뉴스민 대표 "수질검사는 채수 당시의 수온과 유기물 양 등 변수가 많아서 채수 시점과 장소에 따라서 검사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맹승규 교수팀은 9월 9일 채수를 해 검사한 반면 대구시는 매곡정수장에서 9월 13일, 고령군은 9월 5일에 채수를 했기 때문에 채수 시점이 달랐던 거죠. 무엇보다도 대구시와 고령군은 정수장 물을 기준으로 한 반면 맹승규 교수팀은 최종 수요자인 일반 수도꼭지 기준으로 검사를 한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관로를 통과하면서 잔류염소가 유기화합물과 결합해 총트리할로메탄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정수장별 정수 수질 검사를 비교해 봤습니다. 녹조가 가장 심각하다는 8월을 기준으로 총트리할로메탄 수치를 비교했을 때 낙동강을 수계로 하는 매곡정수장이 0.066ppm, 문산정수장이 0.071ppm으로 공산정수장 0.014ppm, 고산정수장 0.025ppm, 가창정수장 0.032ppm에 비해 현저히 높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수 과정에 염소가 많이 사용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고령의 경우에도 낙동강 본류의 물을 쓰는 광역정수장에서 공급받는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이 0.069ppm인 것에 반해 낙동강 지류인 회천 물을 취수하는 지방정수장은 0.005ppm으로 차이가 컸습니다. 고령 역시 낙동강 본류의 물을 쓰는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가 다른 취수원에 비해 14배 높았던 겁니다.
미국·독일보다 '느슨한' 우리나라의 총트리할로메탄 기준···고령은 대구보다 검사 횟수도 적어
채수 시기와 날씨, 정수방식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좀 더 자주 검사하고 검사 기준도 엄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은 ℓ당 0.1㎎인데요, 미국은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을 ℓ당 0.08㎎, 독일은 0.05㎎으로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기준으로 검사 결과를 살펴본다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령군의 광역상수도 급수 과정별 수질 검사결과를 미국 기준인 0.8ppm으로 살펴보면 2023년 9월 검사한 경북 고령군 다산면 상곡리의 수도꼭지에서 검출된 총트리할로메탄이 0.084, 고령군 개진면의 개포통합배수지에서 검출된 수치가 0.089로 기준치 초과인 겁니다. 또한 고령군은 3월, 6월, 9월, 12월 이렇게 분기별 검사 내역을 공개했는데, 대구시에 비해 검사 횟수가 현저히 적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낙동강 총트리할로메탄 검출에 대한 수질 개선 계획과 예산 편성 현황에 대해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봤는데요, 정수장 원수 및 정수 공정별 처리수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 정수 공정을 강화하고 염소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지켜봐야겠지요? 대구시 수돗물 문제는 정수 문제뿐만 아니라 취수원인 낙동강 녹조가 가장 큰 원인이잖아요? 그래서 대구시가 오랫동안 취수원 이전 문제를 고심했고, 또 그와 관련된 정책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취수원 이전지를 안동댐으로 바꾼 대구시···원래 취수원 이전지는 구미 해평 취수원
이렇게 낙동강 수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취수원 이전을 확정지어야겠다, 이 사업이 바로 '맑은 물 하이웨이'입니다. 대구시는 최근 취수원 이전지를 안동댐으로 바꾸었지만 원래 취수원 이전지는 구미 해평 취수원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발암물질 1,4-다이옥신이 구미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는 것이 확인된 후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단 상류지역인 해평취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구미시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구미시는 '수량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는데요, 2022년, 그러니까 13년 만에 '맑은 물 나눔 상생 발전 협정'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끝나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해평취수장에서 대구의 정수장까지 전체 길이 45.2km에 이르는 식수용 관로를 신설해 2028년 이후부터 대구지역에 일평균 30만 톤의 물을 공급하기로 하고, 물을 공급받는 대신 대구시에서는 구미 시민을 위한 예산 지원을 하기로 협의를 한 겁니다. 2022년 6월에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서 관로 건설이 정부 사업으로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한 달 뒤인 7월 이 협정은 파기되고 맙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임한 이후 "취수원 관련 협약이 지역 발전과 이익이 되는 내용이 많지 않다"며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취수원 이전은 구미시 현안이 아니라 대구시의 문제"라고 발언을 했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낙동강 하류 수질 오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할 말은 아니다"고 되받아치면서 이후 의견 일치를 보지 못 하고 결국 협정을 파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구시는 대구 취수원 이전지를 구미시에서 안동댐으로 변경했고, 2022년 11월 안동시와 '맑은 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대구시는 사업비 9억 4천만 원을 편성해 '맑은 물 하이웨이 추진방안 검토 용역'을 의뢰했고, 이후 2023년 10월과 11월에 안동시, 안동시의회, 안동 시민을 대상으로 중간 보고 내용으로 사업 설명회를 2차례 가졌습니다. 그리고 11월 28일 중간 용역 결과를 가지고 환경부에 협의 신청을 했는데, 환경부와의 중간용역 협의 과정에서 의견이 맞지 않아 용역이 잠정 중단된 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실 중간용역 내용이 궁금하잖아요. 대구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비공개라는 이유로 대구시를 통해서는 자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대구시 안동댐 상수원 개발과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그 또한 거부당했습니다. 홍준표 시장의 '대구mbc 취재 거부' 이후 약 7개월이 흘렀는데, 여전히 대구mbc의 모든 취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에서 안동댐까지 도수관로 110km에 드는 예산은 약 9,700억···구미 해평취수원이었다면 45.2km에 약 4,500억
많은 전문가들은 낙동강물을 '안전한 물'로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고 취수원 이전만을 대책으로 여기는 대구시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취수원을 이전하려면 도수관로 설치를 하는 것을 비롯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국비로 진행을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세금이라는 성격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맑은 물 하이웨이, 이름에서도 느낌이 오죠? '물 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건데,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오려면 물이 올 수 있는 길을 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도수관로인데요, 이전 해평취수장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도수관로는 45.2km로 건설 예산이 약 4,500억 원으로 추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안동은 거리가 더 멉니다. 예산이 훨씬 많이 들겠죠. 그래서 안동댐에서 문산·매곡 정수장까지 최단거리인 약 110km 직선로를 선택해서 예산을 좀 줄였는데요, 줄인 예산이 약 9,700억 원입니다. 이 예산도 최단거리 건설을 고민해서 편성했지만 기존 구미 안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예산이 늘어난 거죠"
15억 들여 용역 실시하려 했던 안동시···본예산 심사에 이어 추경예산 심사에서도 예산 확보 못해
안동시나 안동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2022년 11월 대구시가 안동시와 '맑은 물 공급과 상생발전을 위한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그에 따른 연구용역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안동시도 15억 원을 들여 '낙동강유역 광역상수도 공급체계 구축 사업' 용역을 실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본예산 심사부터 2회에 걸친 추경예산 심사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안동시의회에서는 반대를 위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예산 절감 차원에서 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은 대구시와 안동시의 두 지자체 협약만으로 가능한 부분이 아니고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수자원공사, 환경부 등 많은 기관이 협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예산 부분은 중앙 정부에서 추진을 하는 것이 맞고 안동시 예산을 쓸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안동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안동댐 물을 주고 지원을 받는다는 부분에서 환영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안동 시민들은 안동댐 물을 먹지 않고 대신 임하댐 물을 먹습니다. 안동 시민들도 먹지 않는 안동댐 물을 대구 시민들에게 줘도 되나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대구시는 안동댐을 수질 1급수의 깨끗한 물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안동댐의 퇴적층에서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는 등 안동댐은 두 얼굴의 생태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안동 시민도 먹지 않는 안동댐 물···1급수+중금속 퇴적층 '두 얼굴의 생태계'
2023년 6월에서 8월 사이 내린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8월, 안동댐 전 수역에서 '녹조'가 대규모 발생했습니다.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8월 7일 안동댐 앞에 mm당 14,190개, 8월 14일 안동댐 상류 예안교는 mm당 94,095개가 검출됐습니다. 조류경보 '경계' 수준까지 간 겁니다. 예안교의 경우 7월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5만 5천개였는데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까지 급속도로 증가한 건데, 2022년 8월에 3만 3천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이번 녹조 발생 원인은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안동호 주변 고사목과 가축분뇨, 생활 쓰레기 등이 댐 안으로 들어왔고 이후 폭염으로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번에 안동댐으로 유입된 부유물은 역대 최고 수준인 4,500㎥ 수준이라는데요, 안동댐 인근 축사의 가축분뇨 속 인과 질소가 댐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조류 증식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수자원공사에서 대규모 녹조 차단막을 설치해 녹조 확산을 막고 녹조 제거를 위해 대형 녹조 제거선을 사용해 녹조를 걷어내는 등 노력을 했는데요, 조류경보 '경계' 수준의 녹조는 석 달이나 이어지다가 11월 들어서야 사라졌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폭우나 폭염 등 이상기후는 반복될 수 있는 거거든요? 대구시가 취수원을 옮기는 이유도 낙동강 녹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안동댐에 대한 근본적인 오염물질 차단 대책이 있어야 안심하고 취수원을 이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동댐 방류 원수를 대구에 보내면?···안동댐 하류 물 부족일 수 230일
안동댐의 수량은 충분한 편일까요? 안동댐 방류 원수를 하루 63만5천 톤을 취수해서 대구시 문산과 매곡정수장으로 끌어오게 되는데요, 원수 취수량 가운데 대구경북신공항 신도시 일대에 3만3천 톤을, 고령군에 8천 톤, 성주군에 1만 톤을 각각 공급할 계획입니다.
맑은 물 하이웨이 추진방안 검토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안동댐 상류 원수를 대구로 보낼 때 하천유지유량 부족량이 안동댐 하류의 경우 1년에 302.88백만 ㎥가 부족하게 되고, 물 부족일 수는 230일입니다. 낙동강 상주의 경우 224.72백만㎥로 물 부족일 수 175일, 구미보의 경우 256.99백만㎥로 물 부족일 145일, 강정고령보의 경우 112.17백만㎥로 물 부족일 수 75일로 낙동강 하류의 수량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동댐 자체의 수량도 문제지만 안동댐 상류지역 취수가 낙동강 하류 수량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갈수기에는 안동댐 자체의 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대표 "안동에서도 '광역상수도 공급체계 구축망 타당서 조사용역' 예산을 편성했다가 삭감이 된 사례가 있었는데요, 갈수기에 안동댐의 용수로는 대구 수돗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 충주댐 물을 용수로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용역이었다고 합니다. 갈수기 수량이 부족해지면 충주댐에서 연결한다는 건데, 실제 취수지가 늘어나면 그만큼 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기준치 넘어선 수은 검출된 안동댐 메기···안동댐 퇴적물 상태는 더 '심각'
2017년 7월 안동댐 상류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2018년부터 물고기를 통해 중금속 안전성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2022년 8월 안동호, 도산면 선양리 일원 1구역에서 잡힌 '메기'에서 0.9㎎/㎏의 수은이 나온 데 이어 10월에도 0.9㎎/㎏의 수은이 검출됐습니다. 맹독성 중금속인 수은의 환경 기준치는 0.5㎎/㎏인데 기준치를 넘어선 겁니다. 이를 검사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안동시에 해당 구역의 유해물질을 제거한 뒤 수산물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조업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물고기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지만 안동댐의 퇴적물 상태는 더 심각합니다. 2020년 안동대학교 연구팀이 퇴적물의 오염도를 조사했는데요, 비소(As), 아연(Zn), 카드뮴(Cd) 등 중금속 수치가 타 수계 댐에 비해 심각한 오염도를 보였습니다. 안동댐 퇴적물에 대한 중금속 오염도는 하천 퇴적물에 비해 대부분 높았으며 특히 비소 12.3배, 카드뮴 6.9배, 망간 8.1배, 아연이 10.5배로 높았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대표 "대구시에서는 퇴적층에 있는 중금속이어서 먹는 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요, 2019년 안동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안동댐 퇴적물의 중금속 용출 실험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퇴적물에서 용출될 수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공기나 산소가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망간, 아연, 카드뮴의 용출이 잘 일어나고 산소가 없는 혐기성 상태에서는 비소가 용출될 수 있는데, 이 때 비소는 독성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거죠. 또 홍수나 지진 등 기상이변이 생기면 용출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가 있지만 환경부나 지자체 어디에서도 퇴적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동댐 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 제련소···"영풍제련소 상류에 바글바글한 다슬기가 하류에서는 하나도 발견 안 돼"
설상가상으로 안동댐의 상류에는 세계 4위 규모의 아연 제련 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영풍 석포 제련소인데요, 안동댐의 중금속 문제도 이 시설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해 있는데요, 아연괴 및 유가금속을 제조하는 아연 제련 시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총 120건의 환경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됐고, 90차례 넘는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입니다. 대기질 측정 조작, 제3공장 불법 건축에다 2018년 2월 24일에는 폐수처리 설비에 이상이 있는 상태에서 시설을 계속 작동해 유해물질 70여t을 낙동강에 유출하는 등 수많은 환경범죄를 저질러 왔어요. 안동강 수질이 1등급이라고 하던데요, 그런데도 영풍제련소 하류에는 저서생물인 다슬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영풍제련소 상류에는 다슬기가 바글바글한데 말이죠. 영풍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안동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겠죠. 정부가 2018년 3월부터 2022년 말까지 5년 동안 '낙동강 상류(안동댐~석포제련소) 환경관리협의회'를 구성해 석포제련소부터 안동댐까지 환경 오염 실태를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안동댐의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의 원인이 대부분 영풍석포제련소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영풍석포제련소는 2022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경부의 통합 허가를 받아 운영 중입니다. '10대 분야 100가지 시설 개선'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환경부가 허가를 내준 건데요, 통합 허가 이후에도 환경부가 적발한 위반사항이 9건, 지자체인 봉화군에서 적발한 위반사항이 1건 있었습니다. 통합 허가를 내준 환경부도 비판을 받지만 위반사항을 적발당해도 계속해서 대기 오염 배출 조작이나 낙동강에 카드뮴 배출 등의 행위는 환경범죄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10일에는 영풍석포제련소 공장에서 설비 교체 작업을 했던 하청노동자가 병원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제련소 1공장에서 아연 슬러지를 담은 탱크의 모터를 교체하는 작업에 참여했는데, 감자기 숨이 차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세로 입원을 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인은 1급 발암물질인 비소 중독이었는데요, 몸에서 무려 2ppm이나 되는 비소가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치사량 0.3ppm의 6배가 넘는 수준인데요,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2009년 12월 2017년 2월까지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기계 내부의 불순물 찌꺼기를 긁어내는 일을 주로 했던 하청노동자가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산재 신청을 한 일도 있었습니다. 병의 원인은 백혈병 유발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각종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당시 석포제련소를 1년에 2회씩 정기 방문해 안전 관리 수준을 측정하는 민간기업의 작업환경 보고서에는 포름알데히드가 측정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1심 법원은 업무환경이 충분히 병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추단되기 때문에 산재를 인정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처럼 환경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업일수록 좀 더 높은 기준으로 감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환경부의 역할이 아닐까요?"
안동댐 주변에 들어서는 관광지···"안동댐 주변 규제 완화로 명품 호수 관광지 만들겠다"
이런 와중에 안동댐 주변에 관광지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안동시는 안동댐 주변 규제 완화로 명품 호수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요, 자연과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글로벌 관광 도시를 조성하고, 물 산업을 통해 친환경 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광으로는 안동호 마리나 리조트, 친환경 물길체험화 사업, 안동호 수상 공연장 조성, 안동댐 미디어 파사드 연출 등을 구상 중이고, 친환경 사업으로는 수질 분야와 먹는 물 분야를 연구하는 국가연구기관을 유치해 상류지역부터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댐 상류지역 환경기초시설 설치에 대해서도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수돗물 악취 사태로 진통 겪은 부산···"수돗물에서 곰팡이 냄새 난다"
수돗물 문제는 대구 지역만의 것은 아닙니다. 부산 역시 수돗물 악취 사태로 진통을 겪었는데요, 부산은 취수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있을까요?
부산의 경우 낙동강 물금·매리 지역을 취수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수돗물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는 민원 수백 건이 접수된 적이 있습니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조사 결과, 화명정수장 수돗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지오스민'이 검출됐습니다. '지오스민'은 유해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 오실라토리아 등이 증식하거나 사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맛·냄새 유발 물질입니다. 화명정수장 공사와 맞물려 낙동강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지오스민' 자체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상당한 불쾌감과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부산도 취수원 다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합천 황강 복류수 하루 45만 톤, 창녕 강변여과수 하루 45만 톤을 개발해 48만 톤은 경남 중동부 지역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42만 톤은 부산에 공급한다는 방안입니다. 그런데 합천, 창녕, 가창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서 실질적으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하네요. 주민들 입장은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이 우선이고, 황강 물은 양도 적고, 혹여나 합천댐 일시 방류 등으로 수위를 올릴 경우 침수 피해도 있어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부산·경남에서 댐 대안으로 도입하려는 강변여과수 방식···응집제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
부산과 경남에서 댐수원의 대안으로 도입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강변여과수' 방식은 어떤 방식일까요? 강변여과수는 하천 옆에 취수정을 설치해 하천 바닥의 모래층을 뚫고 자연 여과된 물을 저장하거나 정수해 생활용수로 쓰는 것을 말하는데요, 유럽에서 많이 쓰이는 방식입니다.
정회종 대산정수장 팀장 "강변 여과 방식이라는 것은 강물이 그 강변의 모래 자갈층을 통과한 자연 정화된 그 원수가 취수공 내에 들어오면 그걸 취수 펌프로 펌핑을 해서 정수장으로 이동을 시켜서, 그러면 아무래도 땅 속에 자연적으로 합류하고 있는 철, 망간이 같이 딸려오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그 철, 망간을 제거하기 위해서, 포기 반응조라고 있습니다, 거기서 고압 분사를 시켜서 산소와 접촉 하에서 산화철을 만들어서 입자성을 띠게 만들어서 다음 공정인 모래 여과지에서 제거를 하고 있습니다"
강변여과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데, 첫 번째는 미량 유해물질에 대한 1차 방어벽이 됩니다. 두 번째는 현재 고도정수 공정에서 약품과 응집제 등을 많이 쓰는데 응집제를 쓰지 않아도 되고 염소 소독 또한 소량으로 할 수 있어 소독으로 인한 부산물 염려를 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단, 수량문제와 우리나라 지형에 맞는 설계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과제들도 남아 있습니다.
김승현 영남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 "하천수에는 지금 알려져 있기로는 한 1,500종 이상의 미량 유해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이 대부분이 강변여과를 통하면 거의 다 제거돼버립니다. 지금 우리 상수도 먹는 물 기준 보면 60가지 정도가 있거든요? 그거 말고도 몸에 해로운지 안 해로운지 모르겠으나 200년, 300년 전에 없던 새로운 물질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강변 여과를 거치면 거의 대부분 제거돼버리니까 그 점이 큰 장점이고, 두 번째는 기존 정수 공정이 문제입니다. 사실은 약품을 굉장히 많이 쓰거든요? 대표적으로 쓰는 게 응집제 알루미늄, 그 다음에 소독제로 염소 소독을 하게 되는데 이게 부작용이 큽니다. 응집제는 지금 치매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거든요? 그 다음에 염소 소독하면 트리할로메틴이 지금 아마 언론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강변 여과하면 원수가 워낙 좋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사라져버리는 거죠. 응집제는 전혀 사용이 안 되고, 염소도 아주 소량만 쓰기 때문에 소독 부산물 염려를 안 해도 되는 거죠. 그래서 그 두 가지 큰 장점이 있어서 선진국 사람들이 강변 여과를 선호하는 거죠"
부산시 "보 건설 후 취수원 수질 대폭 개선"···환경단체 "반쪽짜리 검사···수질검사 기준 마련해야"
수돗물 곰팡이 냄새 사건 전인 2023년 초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부산시 상수원의 약 90%를 차지하는 낙동강 물금·매리 취수원 수질이 대폭 개선되었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낙동강 8개 보 건설 전보다 건설 후에 물금과 매리 취수원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교 대상은 법정 검사항목 39개 가운데 21개의 중금속과 낙동강 8개 보 건설 이후인 2013년과 2021년 신설된 총유기탄소(TOC)·크롬 등 7개를 뺀 11개 항목으로 검사를 했습니다. 이 11개 항목 중 수소이온농도, 용존산소,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부유물질, 녹조 발생 관여물질인 암모니아성질소, 질산성질소 등 9개 항목이 개선됐다는 겁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 검사는 반쪽짜리 검사입니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을 검사하는 BOD만 검사하고, 화학적산소요구량인 COD와 심각한 녹조 문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녹조와 같은 현상은 BOD로는 정확한 측정이 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검사만 해서 수질 검사 결과를 왜곡해서 전할 수 있는 거죠. 수질검사와 관련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도 시급해 보입니다"
'깨끗한 물 먹기 위해 내는 돈'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부산 부담금 24%로 가장 비중 높아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이라는 게 있습니다.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은 낙동강 수계 수자원과 오염원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상수원 상류지역의 수질 개선과 주민 지원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 쓰이는 돈인데요, 수도요금 안에 있는 물이용 부담금이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이 식수원인 중하류 지역의 주민들이 내는 세금인데요, 물 사용량 1톤 당 170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은 한 마디로 깨끗한 물을 먹기 위해 내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이 낙동강 수계기금 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낙동강수계의 누적 부담금만 3조 3,243억 원인데, 이 중 부산이 낸 부담금은 7,906억 원, 24%로 가장 규모가 큽니다. 최근 자료를 비교해 보면 부산시가 매년 500억 원 정도의 부담금을 내고 있는 것에 비해 지원금은 약 100억 원 정도에 머문 것으로 보이고요, 이에 비해 대구시는 약 400억 원 정도의 부담금을 내고 약 20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부산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산시의 물이용부담금이 가장 많은 반면에 기금 지원이 적은 점이 계속해서 지적이 되고 있는데요, 물이용부담금이 많은 만큼 맑은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환경부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거죠"
환경단체 "보 개방해야 녹조 문제 해결"···윤석열 정부, 보 철거 결정 '백지화'
낙동강 수질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4대강 보 개방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환경단체에서는 이 보만 잘 개방해도 녹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에서 결정한 4대강 녹조 문제와 재자연화를 위한 보 처리 방안 정책을 전면 폐기하겠다고 밝히고,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개최해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철거 결정을 전면 백지화시켰는데요, 그동안 수문을 개방했던 금강과 영산강의 보의 수문도 하나둘 닫히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대강 16개 보 중 11개 보를 개방해 모니터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11개 보는 금강 3개(세종, 공주, 백제), 영산강 2개(승촌, 죽산), 낙동강 5개(상주, 강정고령, 달성, 합천창녕, 창녕함안), 한강 1개(이포)였습니다. 관찰 결과에 따르면, 보 개방 시 체류시간 감소, 유속 증가 등 물 흐름이 크게 개선되고 수변 생태서식공간이 넓어지는 등 강의 자연성 회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수계 전체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의 자정계수가 각각 최대 8.0배, 9.8배 상승해 보 개방 시에는 하천의 자정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때부터 금강의 세종, 공주보 등은 개방 상태를 유지해왔는데, 정부에서 4대강의 모든 보를 존치하고 정상화하여 보를 보답게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취·양수시설 개선 사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4대강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수위 저하로 시설 가동이 불가한 취·양수시설 162곳 중 157곳을 농림부와 환경부가 약 9천여 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선하기로 한 사업입니다. 이는 비상시에 가동보 수문을 개방하기 위해 설계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한 건데요, 녹조 영향 지역의 한강과 낙동강 유역 지자체장들이 참여하는 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2022년부터 시작해서 2026년에 전체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는데요, 2024년 예산안에서는 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채로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환경부 훈령인 보 관리 규정에서 취·양수 시설과 같은 하천 이용시설은 극한 가뭄에도 취수할 수 있도록 보 관리 수위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낙동강에 설치된 취·양수 시설 대부분이 최저 수위에서는 시설 이용이 불가한 불량시설이었어요. 수질 오염 사고 등의 비상상황에 가동보를 개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야 하는데, 보의 담수 영향 구간 내에 위치한 취수 시설의 대부분이 취수구 설계 오류였던 게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시정하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현장에서 제대로 공사가 진행된 곳이 거의 없어요. 그런 와중에 환경부에서는 전년도 사업 추진이 미흡해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하고, 농림부에서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수문 개방 정책을 백지화했기 때문에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하고···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지난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정책이 많이 나왔는데, 원전 정책처럼 낙동강 보와 관련된 정책도 지난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정책이라 볼 수 있네요"
깨끗한 물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은?···"낙동강 본류수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낙동강은 사실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부산·경남까지, 영남을 잇는 생명수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강이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조금 더 나은 물을 찾아 상류로만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요?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승현 영남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이 된 나라가 영국이죠. 영국의 테임스강은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사용되고 바다로 들어갑니다. 아주 알뜰하게 사용하는 거죠. 우리나라는 한 번 채 사용 안 하고 바다로 다 들어갑니다. 댐 물을 먹겠다는 건 남이 한 번도 안 쓴 물을 먹겠다는 거거든요? 그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문명이 지속 가능하려면 남이 한 번 쓴 물을 또 쓰고, 버릴 때는 남이 또 쓸 거를 생각해서 처리를 잘해서 버리고,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고요. 두 번째는 앞서 나간 사람들의 지혜를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뭐 온갖 해수 담수까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우리 앞서 갔던 나라들, 선진국들 따라가 보면 그대로 답이 보이거든요? 다 해결 했거든요? 다만 지형이나 또 사회적인 여건이 좀 달라요, 지질이나 이런 것들이. 그래서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하면 되는데, 일단 대수층(지하수층)에서 한 번 걸러주면 수질은 깨끗해지니까, 그래서 선진국에서 이미 얻은 설루션, 선진국의 지혜를 우리가 그냥 배웠으면 좋겠고요"
김수동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무엇보다 취수원을 이전하게 되면 하류 지역에서는 더 이상 상수원으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개발 욕구가 많이 일어나게 되니, 그럼 그 개발 요구들을 들어주고 하류에서는 전부 다 그 강변을 이용해서 개발을 하고 더 이상 상수원이 아니기 때문에 오염이 많이 된 상태, 이렇게 된다면 나중에 기후 위기 시대에서 큰 가뭄이 왔을 때 물을 구할 수 없을 때 낙동강 본류를 찾으면 이걸 단기간에 좋은 수질로 되돌릴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낙동강 본류수를 안전하게 만들어서 안동에서든 구미에서든 부산에서든 인근의 낙동강물을 바로 취수에 쓸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드는 것이 가장 국가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낙동강 유역 사회를 본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원규 대구시의원 "대구 가 보면 구미국가산단 등 대규모 산단이 대구 취수원으로부터 낙동강 상류 31km밖에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독물질 배출 사고 시에 즉시 조치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 시민들의 생존권,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 낙동강 수질 관리와 더불어서 취수원도 구미공단 상류로 이전해야 한다는 그런 안이 나온 것이지, 낙동강 수계의 어떤 환경, 물 관리를 우리 대구시가 나몰라라 한다, 그런 방안은 아니죠. 현재 안동댐 중금속 퇴적물 관련 대응은 이게 환경부의 소관인데, 2023년 10월부터 추진 중인, 대구지방환경청과 낙동강물환경연구소에서 퇴적물은 연 2회, 수질에서는 월 1회 중금속 측정으로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안동댐 수질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경우에 환경부, 안동시와 함께 제도 마련을 위한 협력 등 추가 조치를 계속 확보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집행부와 우리 대구시의회 입장입니다"
강은 물그릇이 아닌 생명의 터전입니다. 우리도 그 터전 안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중의 하나일 뿐 아닐까요?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환경은 생명수가 되기도 하고 녹조 독소가 되기도 하는 거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