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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바로 우리 옆, 아무도 모르는 이웃 | 빅벙커


#1
"아버지가 암 4기 선고받으셨어요. 아버지의 병세가 악화할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또래처럼 놀러 갈 수 있는 시간은 당연히 없었죠. 아버지가 혼자 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신경을 써야 하니까 일도 제대로 못 하게 되고, 집에 가더라도 아버지가 항상 부르니까 교육을 받거나 기술을 배우는 것처럼 다른 뭔가를 할 생각은 꿈도 못 꾸죠. 결국에는 내가 잘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자기 비난을 하게 되고, 그런 게 고립의 시작이 된 거 같아요" (가족 돌봄 청년)

#2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나는 뭐 때문에 하찮은 존재가 됐는지 이유를 끝없이 찾아봤지만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나는 은둔으로 망가진 삶을 살고 있는 거잖아요? 아직까지 원망의 마음이 있어요" (은둔형 청년)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라는 관계망 속에 있지만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 결국 생활의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양한 위기가구들을 말합니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이에 따른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고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 1월 전국 최초로 발표한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고독사 사망자 숫자는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에서도 최근에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20대 청년이 뇌출혈로 온몸이 마비된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방치해 숨지게 한 '수성구 청년 간병 살인 사건', 또 10대 형제가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서구 조손가정 비극 사건' 등입니다.

'사회적 관심과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이웃들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적 고립, 은둔, 고독 이런 문제들은 사회적인 문제라기보다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 좋아서 선택한 일인데 국가가 오히려 개입해서는 안 된다,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이런 식의 인식이 많았는데요, 과연 그럴까요?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최근에 '핵 가족화'를 넘어 '핵 개인'의 사회로 나가고 있고,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고독이나 고립의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민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고령화로 돌봄 수요는 증가하는데 그동안 돌봄 기능을 담당해 왔던 가족과 공동체의 순기능들이 사라지면서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부터 폭넓게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코로나 격리'로 '고립'의 불편함과 어려움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 겪어 봤을 겁니다. 그나마 그때는 사회적 관심은 있었던 상황인데, 그런 관심마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어렵게 생활을 하다보면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대구시·부산시 '사회적 고립' 관련 예산은 290억 740만 2천 원
이런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마중물이 바로 복지 예산일 텐데요, 대구와 부산의 관련 예산은 얼마일까요? 대구시 보건복지국과 청년여성교육국, 부산시 사회복지국 예산 중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예산은 290억 740만 2천 원입니다. 이 금액에는 노숙인과 쪽방 지원 예산, 은둔형 청년 예산, 가족 돌봄 청년 지원 예산, 고독사 예방 예산,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에 대한 예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구시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노숙인 시설을 지원, 운영하고 쪽방 상담소 운영 지원과 환경 개선으로 편성된 예산이 137억 원, 은둔형 청년을 위한 예산 중 사회적 고립 청년 현황 및 지원 방안 연구비로 1천만 원,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 약 3억 원,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일상 돌봄 서비스 사업이 1억 9천만 원, 고독사 예방 및 관리체계 구축에 3억 원, 위기가구 종합 지원으로 찾아가는 세탁 서비스·읍면동 맞춤형 통합 서비스 지원 등이 12억 원으로, 대구시의 '사회적 고립' 관련 총 예산은 159억 2,464만 원입니다.

부산시의 관련 정책 예산을 살펴보면 노숙인 및 쪽방 생활자 보호 및 지원·시설 운영비 등의 예산에 99억 원, 청년 마음 건강 지원사업 예산 5억 원, 가족 돌봄 청년 지원 예산 약 6억 원, 고독사 예방 체계 구축 예산 2억 원, 위기가구 종합 지원 예산인 읍면동 찾아가는 보건 복지 통합 서비스 예산 17억 원으로 부산시의 관련 예산은 모두 130억, 8,277만 원입니다. 대구와 부산을 비교해 보면 부산의 경우 은둔형 청년 관련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고, 대구가 부산에 비해 2023년 노숙인과 쪽방 지원 예산을 좀 더 많이 편성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 거리 노숙인 10명 중 7명 "코로나 19 이후 거리 생활 시작"
그렇다면 노숙인 문제를 좀 더 살펴볼까요? 최근 고독사가 증가하면서 부산에서도 부산시 차원으로 처음으로 노숙인 전수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부산의 거리 노숙인 10명 중 7명은 코로나 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거리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리 노숙인의 76.7%가 탈 노숙, 그러니까 노숙 생활을 그만둘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현장에서는 10명 중 7~8명은 거리로 다시 되돌아가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쪽방으로 거처를 옮겨도 열악한 주거환경 탓에 자활 의지가 꺾이기 쉽다고 합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노숙인 문제를 개인이 잘못해서 생긴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IMF 경제위기 시기에도 노숙인 수가 약 10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때부터 노숙인의 발생 원인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상당히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 이후에도 빈부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주거, 교육 등으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노숙인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여성 노숙인의 경우에는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러고 노숙인과 같은 주거 취약계층은 지역사회의 LH 공공임대주택에서 지내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 지원제도를 통해 노숙인이 임시 거처 등을 구한다 하더라도 대다수는 1인 가구로 살아갑니다. 이는 고독사의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습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이런 사회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각자도생의 사회'라는 사회적 분위기나 인식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강화되어 사회적인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대구시 역시 노숙인 전수조사를 했습니다. 노숙인이라고 하면 일을 하기 힘든 사람, 학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도 많은데 대구시가 2022년 발표한 노숙인 전수조사 현황에 따르면 실제로는 거리 노숙인 중 48.2%가 50대이고 고졸 이상의 학력이 65.1%로 가장 높았습니다. 노숙을 하게 된 주된 계기를 물어봤더니 66.3%가 경제적인 이유였고 16.9%는 가정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26.8%가 노숙을 시작한 이후 거리와 쪽방을 오가며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해마다 12월에 전국적으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거리와 쪽방, 고시원 등에서 살다 사망한 홈리스를 추모하고 인권과 복지 지원 개선을 요구하는 행사인데요, 2022년만 해도 대구에서 쪽방 생활인 13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열악한 경제, 주거 환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3
"아무래도 여기는 하루 한 끼를 해결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여기 오시는 분들이 집밥처럼 한 끼로써 하루를 지낼 수 있도록 영양적인 면에서 많이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한 달 기준으로 메뉴를 짜서 날마다 돌아가면서 이분들이 하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가 있는 걸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노숙인이다 보니까 이분들이 오셔서 정말 내 집처럼 집에서 밥 먹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그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요셉의 집 무료 급식소 아가다 수녀)

#4
"20년 만에 처음으로 쪽방에 에어컨을 설치했는데요, 그런데 방 두 곳에만 설치가 가능했습니다. 벽의 상태에 따라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있더라고요. 겨울을 앞두고는 단열재 작업을 하긴 했는데 천장에는 하지 않아서 천장으로 찬바람이 들어옵니다. 25년 전에 사업으로 빚을 졌는데, 노령연금 들어오는 통장은 압류가 안 되는 줄 알고 놔뒀다가 압류당해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행복 나눔의 집에서 샤워와 세탁, 목공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 주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이용했지만 코로나로 프로그램이 멈춘 후에는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쪽방에서 20년 거주한 주민)

#5
"우리 쪽방 주민이 2019년에는 8백 명 수준이었는데, 그 이후로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2023년 현재는 동절기 기준 624명, 그리고 하절기 여름 기준으로는 580명 정도, 그러니까 한 6백 명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쪽방이요? 주거 환경으로는 좀 많이 열악하죠. 대부분 중구 지역은 목조 주택이 아직도 있어서 구조적으로 좀 불안하고 위험한 그런 상황이고, 서구 지역도 벽돌을 쌓아서 만든 그런 건축물, 오래된 건축물이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그런 건축물이 대부분 쪽방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과 관련해서 건축물이 그렇게 좀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한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희가 민간의 지원이라든지 참여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좀 활발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지고 이러면 참여 자체가 좀 어쩔 수 없이 좀 낮아지는 그런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한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야 쪽방 주민들이 조금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옮겨가거나 최저한의 어떤 생계적인 안정을 얻을 수가 있는데,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는 대구시가 정책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구 쪽방 상담소 강정우 사무국장)


재건축으로 줄어드는 쪽방···홈리스 문제 해결의 근본은 바로 '집'
대구시의 노숙인과 쪽방촌 지원 예산을 살펴보면 복지과 예산으로 2023년 노숙인 시설 지원 예산이 96억 원, 노숙인 관련 사업 지원 예산 34억 원, 쪽방 상담소 운영 지원 예산이 4억 7천만 원 편성되어 있습니다. 쪽방 상담소 운영 지원 예산의 경우 2022년에 비해 3천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또한 대구시는 자연재난과의 재난 관리 기금을 활용해서 쪽방촌의 환경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냉방 용품 지원비 6천만 원, 임시 주거 공간 지원비 2천만 원, 에어컨 설치비 8천3백만 원을 쪽방촌 예산으로 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예산 8천3백만 원을 편성해 에어컨을 설치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쪽방인 수에 비하면 많은 예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구시는 이 예산으로 쪽방 29개 건물에 에어컨 96대를 설치했습니다. 대구의 쪽방 수가 929곳 정도이니 이제 쪽방촌의 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쪽방들이 대부분 오래된 건물이라 에어컨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설사 에어컨을 설치하더라도 전기 요금의 문제도 있어서 지속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실제 임대인 측에서도 기대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특별한 메리트가 없어 시큰둥한 경우가 많고 이렇다 보니 쪽방 주민들도 마음 놓고 에어컨을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열악한 쪽방조차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구에서도 재건축 등으로 쪽방의 멸실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쪽방 수가 줄어드는 그 자체의 문제도 있고, 생활권의 문제도 생깁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욕구가 있는데, 이러한 욕구는 연령층이 높을수록 더 크다고 합니다. 쪽방 주민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특히 쪽방촌의 위치를 보면 대부분 교통수단, 구직, 정보획득 등이 용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쪽방을 나와 다른 곳, 그러니까 여관이나 모텔 등 또 다른 임시 거처로 옮겨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구의 경우 월 기준 중위값 정도의 시세로 보면 쪽방은 20~25만 원 정도인데 숙박업소는 저렴하더라도 약 40만 원대라고 합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노숙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구시는 2019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2022년 12월에 '쪽방 생활인의 복지 및 생활 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역 홈리스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실태 조사를 통해 기존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의 특성에 맞는 정책, 중앙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정책 등에 대해 연구해 보완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특히 이런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충분한 공급이 필요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의하면 2022년에는 통상 대구지역 주거 취약 계층 매입 임대주택 입주 대기시간이 약 6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2023년에는 약 1년 가까이로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정부인 LH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부족하다면 대구시 자체적으로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공급 물량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023년 대구시에 청구되었던 8건의 정책토론 중에 이와 유사한 지원 주택 제도에 대한 건이 있었지만 수용되지 않았는데요, 매우 안타깝습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중에서도 보증금이 저렴한 주거 취약계층 매입 임대주택 공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보증금 지원 제도 등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홈리스 문제 해결의 근본은 바로 '집'입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노숙인 시설 문제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거리에는 노숙인이 많이 있는 반면 노숙인 시설은 많지 않은데 노숙인 시설에는 정원이 다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숙인들이 시설 대신 거리에서 생활하기를 선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시설은 시설대로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고 노숙인들은 노숙인들대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 문제도 있는 것 같고, 아무래도 시설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고 집단생활로 인해 개인의 자율성이 덜 보장되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연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당사자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주거 서비스나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대구 위기가구 종합지원계획 정책토론'
2023년 상반기 대구시의회에서 정책토론 청구에 관한 조례의 청구인 수를 기존 300명에서 1,200명으로 개정하는 조례를 공포했습니다. 이를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모두 8건의 정책토론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중삼중의 검증'을 통해 중복 서명 등의 이유로 1건에 대해서만 정책토론을 승인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1건이 바로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에 관한 정책토론이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런 절차에 대해 의도적이고 부당한 행정이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승인된 1건에 대해서도 토론회 보이콧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 토론회에 참여했습니다.

대구시 복지정책과에서 발제한 대구시 위기가구 종합지원 계획을 살펴보면, 지역 특화형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속한 위기가구 발견, 주소 미이전 위기 가구 발굴 체계 개선, 위기가구 발굴 지원 컨트롤 역할을 할 희망복지 원스톱지원센터 설치, 대구 청년복지캠프를 통한 새로운 위기 계층 지원 체계 구축, 기존 복지수급 가구 위기 정도별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위기가구를 발굴해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민 참여를 확대해 위기가구 발굴을 하겠다는 의지와 위기 상황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대구시는 2023년 상반기 조직 개편에서 사각지대 발굴과 위기가구 지원을 위해 신설되었던 희망복지과를 폐지했습니다. 이 기자회견에서 대구시 황순조 기획조정실장은 '복지 사각지대라는 개념은 불투명하고 실체가 없다'고 했는데요, 이번에 대구시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더 빨리 찾아내고 더 넓게 참여하고 더 두텁게 보장한다'는 것과 상반된 행보라 우려가 됩니다. 그럼에도 대구시가 이번 계획에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의 정책 요구이기도 했던 '희망복지 원스톱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며 대구시 복지행정 역량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 센터는 단순 위탁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구시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기능과 조직, 인력, 역할을 명확히 하고 민관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춘 인력을 선발하여 전진 배치하는 것이 컨트롤타워이자 실효성 있는 '원스톱' 지원센터로 자리 잡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만한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겠지요"


꾸준히 증가하는 고독사···청년 고독사 62% 급증
위기 기구 문제 중 하나로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고독사 문제입니다. 국가에서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22년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고독사 실태조사를 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2017년에서 2021년까지 5년간 고독사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5년간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 경기 3,185건, 서울 2,748건 등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고 부산시도 1,408건으로 전국 3번째로 많이 발생했습니다.

고독사라고 하면 주로 혼자 사는 노인에게 생기는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40세 미만 청년 고독사 사망자 수가 2017년 63명에서 2020년 102명으로 6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대 청년들의 고독사가 급격히 늘었다는 건데요, OECD 평균보다 많이 높은 우리나라의 높은 사회적 고립도나 코로나 이후 사회적 고립의 증가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고립된 청년들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겁니다.


은둔은 고립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무섭고 두려워서 나갈 수 없어요"
최근에 은둔형 청년, 은둔형 외톨이, 고립 청년 등 외로운 청년들과 관련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은둔은 고립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립은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태를 말하고 은둔은 그러한 고립 상태에서 외출조차 하지 않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은둔 청년은 대개 3개월이나 6개월 이상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서 단절된 생활을 하는 청년을 말합니다.

청년들이 은둔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수년간 취업에 실패하고 필기시험은 붙어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하다 보면 자책하게 되고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숨어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단절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적 경험이 더 부족해지고 자신감이 떨어져 다시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고 사회가 무섭고 두려워서 나갈 수가 없다고 하는 청년이 적지 않습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부산시 실태조사에서도 은둔의 계기는 취업과 대인관계 상의 어려움이 60% 이상을 차지해 취업과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심층 면접에서도 가정 폭력이나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많았는데 트라우마로 인해 위축된 상태에서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비슷한 종류의 어려움이나 실패를 지속적으로 겪게 되면 혼자만의 안전한 장소를 찾아 은둔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유독 청년들에게 '어떠어떠해야 한다'고 하는 사회문화적 압력이 심하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대학을 꼭 가야 한다든지,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것들인데, 이런 경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루저, 낙오자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요즘 같은 불황에 개인적 노력만으로 취업이 잘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고립·은둔 청년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무한경쟁의 희생자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고립·은둔 기간이 길어지면 일상이 무너지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완전히 망가져서 다시 사회로 나오고 싶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이제 성인·중장년이 된 일본의 '히키코모리'
방문을 닫고 사회와 단절되어 지내는 청년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일본의 '히키코모리'일 겁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는 1970년대 청소년들의 '등교 거부'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청소년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로만 여기고 어떻게 해서든 집 밖으로 끌어내고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성인과 중장년층까지 확대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8050 문제입니다. 8050 문제라는 것은 히키코모리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부모의 죽음 이후에 함께 생의 끈을 놓아버리는 '동시 고립사'나 부모의 연금이 끊기면서 굶어 죽은 중년 히키코모리의 문제를 말합니다. 여기서 50대 히키코모리는 1980~90년대 은둔 청소년과 은둔 청년들이 은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나이가 들어 중장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겪은 이런 시행착오를 우리가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우리식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용어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는 사람들과 소통하지는 않아도 편의점 같은 곳으로 외출도 하고 심지어는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도 꽤 있습니다(26.5%, 부산시 조사 결과). 또한 온라인으로나마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실제로 당사자들을 만나보면 그분들은 은둔이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 어쩔 수 없이 사회로부터 밀려나서 은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무엇보다 다시 사회로 나가서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데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회로 다시 복귀하고 싶지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고요. 개인 문제로 치부하다 오늘날의 8050 문제를 초래하게 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는다면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준비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속에 이분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준비 없이 집 밖으로 끌어내기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6
"1년 6개월째 은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 친구, 지인 관계가 일순간에 무너져 은둔을 시작했는데요, 게임과 인터넷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은둔형 청년 A)

#7
"어렸을 때부터 사람 대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졸업이 다가와 취업을 해야 하는데 취업을 하는 게 무서웠어요. 내가 사회에 나가 뭔가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출근하면 사람들의 눈치를 계속 보다가 퇴근하면 지치게 되잖아요? 그런 환경에 놓이는 게 불안했어요" (은둔형 청년 B)

#8
"코로나 때 물리적으로 못 나갔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그 전의 트라우마가 터져 우울장애와 불안장애가 찾아왔어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인간관계를 끊어버렸죠. 학업 열등감, 학교 따돌림, 가족 폭력 문제 등으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요, 은둔 기간 동안 핸드폰을 주로 하고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서 나의 상태에 대해 집착적으로 검색했어요. 나는 무엇 때문에 괴롭힘과 무시를 받았는지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봤는데 딱히 이유가 없었어요. 그냥 만만해 보였다는 거겠죠. 은둔으로 생활이 망가졌어요. 다양한 시도를 사실 하긴 하는데 주변 환경에 대한 무력감이 가장 힘들었어요" (은둔형 청년 C)


은둔형 청년 77.8% "극단적 선택 생각 한 적 있다"···21.5% "실제 시도"
부산시가 진행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에서는 온라인 링크를 통해 3,5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응답자의 80% 이상이 20~30대 청년이었고 은둔을 시작하는 연령대도 20~30대가 80%에 육박했습니다. 주로 사회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시기에 은둔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둔 기간은 현재 은둔하고 있는 응답자는 평균 약 3년 9개월, 과거 은둔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평균 약 1년 7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이는 은둔 상태가 조기에 회복하지 못하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은둔 기간도 문제지만 은둔 횟수가 2회 이상이 비율이 절반을 넘어 일시적으로 은둔 상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회복 과정을 밟지 않으면 은둔이 반복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77.8%가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고, 그중 21.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0.5%인 6명은 10회 이상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해 정신 건강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성인의 자살 생각율이 5.4%이고, 자살 시도율이 0.4%인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은둔형 청년 문제를 사람이 나약하다, 예민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세상에 나올 수 있는데 노력을 안 한다, 이렇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그 부담을 사회가 나눠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왜 주목해야 할까요? 우선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점은 은둔은 누구나, 생애 어느 시기에서나 겪을 수 있는 그리 드물지 않은 경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고립되어 은둔하는 청년들이 새로운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부모를 간병하느라 친구를 만날 시가도 없는 영케어러 청년들, 복지시설에서 퇴소하면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취업이 되지 않으면 집에만 머물게 되는 자립 준비 청년들도 은둔 위험군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은둔의 원인이 직장생활과 학교생활, 대인관계 등 사회적 관계 속에서 초래하고 있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삶의 다양한 방식으로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사회문화적 압력 또한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랜 은둔 생활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저하되고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나아갈 힘이 부족한 당사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사회는 방관만 하고 있을 문제가 더 이상 아닙니다"

25세부터 은둔한다면···1인당 비용 15억 원 발생
은둔에 대한 '손실'은 더 이상 개인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은둔을 시작하는 시기가 주로 청소년이나 청년기인데요, 취업하지 못해 발생하는 개인적, 사회적 손실이 크고 은둔 과정에서 개인과 가족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 또한 손상됩니다. 나아가 가족의 부양 부담이 늘면서 부모의 노후 준비에 지장을 주게 되거나 사회적 신뢰와 활력이 떨어지는 등 연쇄적인 국가 차원의 손실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5세부터 은둔할 경우 청년 1인당 약 15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일하지 않고 은둔하는 청년이 나이가 들어 수급자로 전환되면 그런 전환에 따른 생계, 의료, 주거 급여액과 그동안의 경제활동 미참여로 인한 잠재적 조세 부담 기여분을 더한 금액입니다. 또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은둔 청년들은 결혼이나 자녀 출생 의향도 낮다고 하는데, 이런 미처 계산되지 않은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청년만 은둔하는 것이 아니어서 중장년층과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예산은 아직···
청년들이 사회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고립을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할 텐데요, 예산으로 살펴본 지자체의 의지는 어느 정도 될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은 지자체 어디나 공감하고 있지만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할 예산은 편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구의 경우 2022년 10월에 '대구시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에 대한 조례'는 만들었지만 아직 실태 조사도 못 한 상황인데요, 은둔형 청년 예산으로 편성된 금액은 사회적 고립 청년 현황 및 지원 방안 연구를 위한 대구시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자체 연구 사업비인 1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부산은 어떨까요? 2021년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고 2022년에 바로 3천만 원의 예산으로 '부산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를 진행했지만 2023년 은둔형 외톨이 관련해서 편성된 예산은 0원입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대구시의회에서는 2022년 10월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는데요, 1년이 지났지만 관련 정책을 찾아볼 수 없어서 최근에 저희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이 조례의 주요 내용인 기본 계획 수립, 실태 조사 실시, 지원 시설 설치, 협력체계 구축, 2023년 관련 예산 및 집행 내역,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 등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정보 부존재' 통보를 받았습니다. 현재까지 이행된 것이 없다는 말이죠. 저희가 그나마 회신받은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살펴봤더니, 사회적 고립 청년 지원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2023년에는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았고 2024년에 실태 조사 용역 예산을 반영하여 그 결과에 따라 2025년에야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부산의 은둔형 청년 예산이 0원인데요, 요즘 워낙 예산 상황이 좋지 않아서 기존에 하던 사업들도 삭감이 많이 됐죠. 사실 '은둔형 청년 사업'은 신규 사업이다 보니 더더욱 예산 편성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서 연말에 보건복지부에서 고립 은둔 청년센터 공모 사업에 들어가는데 저희가 그걸 좀 준비하면서 국비를 확보해 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어요"

은둔형 외톨이는 '묻지마 사건'의 잠재적 가해자?
은둔형 청년 중에는 '은둔형 청년'이라는 단어에 씌어진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묻지마 사건'에 은둔형 청년을 연관 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은둔 당사자들은 가족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무서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은둔의 원인을 대부분 자신의 잘못으로 돌려 자책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정유정 씨처럼 계획적이고 끔찍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기에는 낯선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고, 그 때문에 오히려 사회로의 복귀를 원하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유정 사건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진다면 이들은 다시 숨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구 소멸 시대, 일할 청년이 부족한 시대라고 하는데, 마음을 다친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응원을 받아서 다시 사회로 돌아와 준다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은둔의 원인이 다양하고 당사자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은둔하기로 했던 만큼 금방 은둔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은둔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손 잡아줄 사람들과 두려움에 떨지 않고 나올 곳이 필요합니다. 어디엔가는 연락할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분들을 계속 은둔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임은 분명합니다. 책망하지 않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받아줄 수 있어야 하고 사회가 정해놓은 경로에서 벗어났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과 사회 안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가족 돌보기 위해 미래 포기한 청년, 대구에는 단 2명?
가족 돌봄 청년, 영어로는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도 부릅니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청년들을 말하는데, 대구에서는 단 2명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202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가족 돌봄 청년 실태조사에서 가족을 돌보고 있다고 지원을 요청한 대구 청년이 40명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 구청이 가족 구성원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 소득 분야에서 2명만 가족 돌봄 청년에 해당됐다는 겁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당시 자발적 참여를 통한 조사였기 때문에 응답률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해요. 이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에서 자체 실태조사를 했을 때는 900명의 가족 돌봄 청년이 나왔는데, 대구가 2명뿐이라는 거는 제대로 된 수치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죠. 실제 청년들이 가족 돌봄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힘들고 제도가 있어도 지원을 안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인데요,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빨리 이루어져야겠습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2년 청년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족 돌봄 청년이 전체의 0.6%로 나옵니다. 이를 부산 청년 인구에 대입하면 약 3,900명이 됩니다. 또 2023년의 서울시 가족 돌봄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돌봄 청년의 45%가 월 100만 원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나옵니다. 사회적인 지원이 없을 경우 고립의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2021년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50대 아버지를 간병하던 22살 청년이 아버지를 숨지게 한 겁니다. 이 청년은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생활해 왔는데요, 2020년 9월 아버지가 뇌졸중의 일종인 심부뇌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혼자서 식사를 하거나 용변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청년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2021년 4월 아버지를 퇴원시켰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생활고와 빚 독촉에 시달리던 청년은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더 이상 간병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간병을 포기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퇴원 보름 뒤, 공교롭게 어버이날에 영양실조와 폐렴 등으로 숨졌습니다.

물론 이 청년에 대한 비난도 일었지만 동시에 요양병원 간병비 지급을 제도화하지 않은 정부 복지정책의 빈틈이 간병 살인을 불렀다는 비판 역시 나왔는데요, 대구시에서는 2023년 8월 10일 가족 돌봄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습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부산에서는 아직 가족 돌봄 청소년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았고요, 광주의 사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광주에는 대구 조례보다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이 들어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4년마다 수립하는 지역사회보장 계획에 가족 돌봄 청소년, 청년 지원 계획을 포함하도록 지정해 놓았는데요, 반면 광주는 가족 돌봄 청소년, 청년의 현황과 실태 파악 및 지원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족 돌봄 청소년, 청년 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과 관련된 조항도 마련해 놓음으로써 컨트롤타워의 기초부터 단단히 할 수 있도록 토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구는 지원센터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대구시는 가족 돌봄 청소년, 청년 지원 조례와 관련해 2023년 8월 가족 돌봄 청소년, 청년 실태조사 및 지원 방법 연구 용역 계획을 수립해 2024년 3월부터 실태조사를 포함한 연구 용역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비슷한 조례가 있는 서울, 강원, 경기, 대전에는 모두 조례에 따른 별도의 기본 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되어 있지만 대구시는 지역사회보장계획에 포함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관련 법제도 개선에 관한 사항, 지원 인력 수급 및 배치에 관한 사항, 재원 조달에 관한 사항 등 지원 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실제 피부와 와 닿을 수 있는 지원사업 역시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다른 시도에서 대부분 반영하고 있는 교육, 직업훈련, 취업, 문화 체육활동 지원사업 등이 들어있지 않아 반쪽짜리 지원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박주홍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은둔형 외톨이를 전담하는 센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센터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각 센터의 기능이 다른 상황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까지 떠맡게 된다면 사실상 제대로 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 전담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정신겅강복지센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자원봉사센터, 일자리 지원 센터들의 협조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오병근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 "각 전담 기구 간의 협력과 행정 내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종합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구도 필요합니다. 대구시의 경우에는 '희망복지 원스텁지원센터'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안전망들을 통해 더 근본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복지국가라고 알려져 있는 북유럽의 시민들이 정부를, 사회를 신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실패하더라도 사회안전망을 통해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합니다.

사회적 고립 해결은 사회 안전망의 강화에서부터
노숙인 쪽방촌 주민은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것이고, 은둔형·가족 돌봄은 바로 우리 가족의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 경제적 어려움과 생계의 위기, 나아가 빈곤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넘어 해탈한 세대를 뜻하는 '사토리 세대'가 우리나라에도 이미 등장해 있는 건 아닐까요? '각자도생'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이런 문제는 더 빨리,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건 아닐까요?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신뢰의 회복으로부터, 사회적 신뢰는 사회 안전망의 강화로부터 생기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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