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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그림자 아이들···미등록 이주 아동 | 빅벙커


대한민국에 머무르는 외국인은 2021년 기준 200만 명 정도입니다. 이 중 일반적으로 '불법 체류'라고도 표현하는 미등록 외국인은 약 39만 명, 이 중에서 아동은 5천 명에서 많게는 1만 3천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부모, 자녀 모두 등록으로 입국해서 살다가 체류 기간이 만료되어서 미등록이 되는 경우, 그리고 미등록으로 체류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한민국 국적 없이 국내에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사람을 이주 아동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런 아동들 가운데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한 아동, 그리고 체류 자격 없이 거주하는 아동에게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대구와 부산에 있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어느 정도 될까요?

서지연 부산시의원 "사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가 없어요. 외국인 등록, 거소 신고를 한 경우에는 법무부의 통계에 의해 파악할 수 있긴 한데, 이마저도 연령 구분을 5세 단위로 하고 있어서 아동만 따로 추출하기가 어려워요. 외국인으로 등록한 상태로 체류 중인 이주 아동도 파악하기 어려운데, 등록되지 않은 아동들은 집계가 불가하다고 봐야죠"


태어나면서부터 냉혹한 현실에 부딪히는 미등록 이주 아동
이런 미등록 이주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재'한 행정과 제도로 영문도 모른 채 냉혹한 현실과 부딪혀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사실상 태어나고부터 바로, 보육에서부터 본격적인 차별을 느끼게 됩니다. 하물며 '합법적인' 이주 아동조차 보육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서지연 부산시의원 "2018년 안산시를 시작으로 2023년부터는 경기도의 모든 등록 이주 아동들에 보육비 지원이 시작됐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아직 부산은 '합법적인' 이주 아동 보육료 지원에 대한 조례나 기준이 없습니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대한민국 국적 및 유효한 주민번호를 보유한 만 0~5세의 영유아가 지원 대상입니다. 그러니 외국 국적 아동, 그리고 무국적 아동은 지원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영유아보호법을 한번 보시면 보육 이념에 있어 주민번호나 국민에 관련한 영유아 제한 내용은 없어요. 오히려 인종 및 출생 지역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보육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거든요? 하지만 지원 사업 가이드라인 격인 보건복지부 보육사업 지침은 '만 0세에서 5세까지 아동의 보육료 지원 자격을 대한민국 국적과 주민등록번호를 유효하게 보유한 자'라고 명시가 되어 있어 지원의 한계가 존재하는 겁니다"

지침은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지 법이 아닙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것이 지침이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말처럼 쉽지 않은 건지 아니면 고칠 의지가 없는 건지 정확한 내막을 알 순 없지만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 보이긴 합니다. 이 지침의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 제3조를 보면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근거로 보호자의 성, 연령, 종교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국적'이 없어요. 그리고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서의 무상보육 대상에는 다문화가정이 있긴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다문화가족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구성된 가족을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미등록 이주 아동뿐만 아니라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아동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이렇게 법 조항, 문구 하나가 지금 한 아이의 인생, 한 가정의 미래를 막고 있는 거죠"

2006년부터 이주 아동 보육 지원 시작한 경기도
대한민국 땅에서 자라고 있음에도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건 대구 대부분 지역과 부산시만의 상황은 분명 아닙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미 2006년부터 일부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경기도는 원래 '경기도 보육조례' 안에 비용의 보조와 관련된 조항에서도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업에 대해 비용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놨어요. 그래서 2006년부터 '외국인 근로자 자녀 보육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 3명 이상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에 교사 인건비를 지원했었죠. 그리고 어린이집이 외국인 자녀의 보육료를 30% 이상 경감해 주도록 권고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여전히 미등록 이주 아동 보육 여건이 안 좋다 보니 2019년, 2020년에는 도의원들이 '경기도 이주 아동 지원 조례'를 만들려고 했어요. 조항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 보육 지원을 넣으려고 했는데 일부 도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어서 조례 제정은 무산됐습니다. 대신 2020년 11월에 기존에 있던 '경기도 외국인 주민 지원 조례'와 '경기도 보육조례'를 개정해 이주 아동 보육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어요. 2021년까지는 교사 인건비 지원의 형식이었다가 2022년엔 이주 아동 1인당 월 2만 2천 원을 편성해 어린이집 운영비를 지원했었고, 2023년부터는 아동 1인당 월 10만 원씩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도 이용 중인 영유아가 총 9,997명, 편성된 예산이 110억 1,6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미등록 이주 아동은 제외되어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는 있지만 경기도는 상위법이 제·개정이 안 됐음에도 자체적으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 중에 있습니다. 경기도처럼 광역 단위는 아직 시행하지 않더라도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의외로 외국인 아동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기도와 광주시는 전 지역에서 제도를 운용 중에 있어요. 경기도에서도 안산, 시흥, 부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은 추가로 지원을 하고 있고요. 그 외에도 서울시는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에서, 대구는 달성군에서, 경북은 경주시와 경산시에서 지원하고 있고요, 충북, 충남, 전북에서도 보육료를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있습니다. 부산시와 경남에서는 아직 외국인 아동 어린이집 보육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애 돌볼 사람 없어 잔업 못 하는 미등록 이주민 "보육료만이라도 지원된다면···"
대구시와 부산시를 포함해 현재 대한민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건 사실상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뿐입니다. 부산에서는 부산형 사회연대기금이라는 단체에서 한국 국적 없이 부산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까지 포함한 모든 이주 아동을 대상으로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에 다니기를 희망하는 미취학 영유아 30명에게 1인당 매월 보육료 30만 원을 8개월간 지원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부산시는 외국인 등록이 된 이주 아동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 아동과 외국인 등록이 된 이주 아동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죠. 그런데 대구는 이런 활동을 하는 민간 단체가 없습니다. 저희 뉴스민에서 미등록 이주민, 이주 아동에 대해서 기획 보도를 했었는데요, 저희가 취재하면서 만난 분 중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님이 계셨어요. 워킹맘으로 일도 하고 가사 노동도 하고 육아도 하신 거죠. 옹알이를 하는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했는데 딸이 하원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거죠. 그래서 잔업도 못 하고, 야근 수당, 잔업 수당도 없으니 월급만으로 애 어린이집 비용도 내고 월세도 내고 정말 빠듯하게 생활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보육료만이라도 지원이 되면 얼마나 숨통 트이겠습니까?"

현재 민간 단체가 지원하는 액수는 1인당 30만 원입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을 최대 1만 3천 명이라고 추정했을 때, 전국에 있는 모든 미등록 이주 아동을 다 지원하면 약 390억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정도는 대한민국이 부담하지 못하는 정도일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등록 이주 아동 인구는 최대 1만 3천 명이라고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적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보육료는 0세에서 5세까지의 영유아에게만 지원되는 거니까 초중고생은 빠지게 되죠. 보육료 지원 대상인 영유아 인구는 1/3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게 액수의 크고 작음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지원 못 할 정도로 부담되는 액수라고 말하기는 힘들죠"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게 현재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료 지원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뿐만 아니라 등록된 이주 아동 또한 배제돼 있습니다. 물론 비용 추산을 하려면 0세에서 5세까지의 등록, 미등록 이주 아동 전체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해야겠지만, 추정치로 한번 계산해 보면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 아동이 등록, 미등록 합해서 12만 명 정도 되는 거로 추정돼요. 여기서 0세에서 5세까지의 아동 비중을 30% 정도로 보면 약 3만 6천 명이거든요? 한 달에 30만 원씩 지원한다 치면 월 108억, 1년이면 1,296억 원이네요"


감기로 병원 가면 치료비 10만 원 내야 하는 미등록 이주민
보육권과 함께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는 건강권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해도 미등록 이주 아동은 출생 등록이 되어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국민뿐만 아니라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도 같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2세 이하 모든 아동에 적용되는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을 미등록 이주 아동이 받지 못하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고,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의료보험 수가의 많게는 5배 이상까지도 치료비를 청구하는 병원도 있다고 합니다. 이 얘기는 감기로 병원에 가도 10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파도 병원에 보내지 않고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인권 단체들이 운영하는 무료 진료소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저희가 만났던 분들 모두가 입 모아서 얘기한 게 건강보험, 의료비 부분이었어요. 하루는 딸이 열이 나서 병원에 갔었대요. 그런데 치료비가 30만 원이 청구됐다고 해요. 이게 건강보험이 없어서 의료수가의 몇 배를 지불해야 하는 거죠"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0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를 해봤는데, 미등록 이주민 100명 중 32명이 '최근 1년간 자녀가 병원·의원 진료가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대부분 '진료비 부담'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미등록 이주민 의료비 지원 제도 있긴 하지만···
그나마 미등록 이주민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 지원 사업'이 있는데,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비롯해 배우자와 자녀까지를 대상으로 회당 500만 원 범위 안에서 총진료비 90%를 정부가 지원하고 10%를 자부담하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그런데 이 제도 운용에 허술한 점이 있죠. 지원 조건이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서 사실상 지원받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지원 절차에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의 '전·현직 근로 여부가 확인'되어야 지원이 가능하고, 이 경우에 국내에서 근로 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부모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이 단계를 밟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결국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제도를 만들었으면 이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허술해 보이는 부분이 지원 대상자 자격뿐만이 아니에요.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외래 진료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진료 기관 수가 적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또 예산도 부족합니다. 예산이 너무 적다 보니 연간 지원을 받는 아동 수가 평균 600명 내외라고 해요. 실질적으로 의료 보장 제도를 대신하지는 못하고 있는 거죠"


세금 안 내니 건강보험 가입시키면 안 된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공격하는 논리 중 하나는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라는 지점입니다. 세금을 안 내는데 보장은 다 받으려고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미등록 이주민들도 건강보험을 돈 내고 가입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서지연 부산시의원 "이주민, 즉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요. 물론 외국인 등록이 된 이주민에 한해서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보장성과 의료기술의 수준이 높다 보니까 외국인이나 국외 영주권자가 고액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단지 방문해 건강보험을 부정수급하는 사례가 간혹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조건으로 2019년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경우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생깁니다. 다만 살펴봐야 할 점이 자격이 있어도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곳에 고용된 외국인입니다. 이 경우는 지역 가입자로 분류되어 직장 가입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냅니다. 게다가 외국인이 지역 가입자인 경우에는 건강보험공단 규정에 따라 소득이나 재산 수준이 평균 이하인 경우라도 최소 평균 보험료 이상을 내야 해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똑같은 의료서비스를 받음에도 보험료를 낼 때는 소득 수준 및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부담이 큰, 차별적 구조인 거죠"

일각에서는 외국인이나 이주민들이 한국인에 비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더 많이 받는다는 인식도 퍼져 있는데요, 말하자면 돈은 한국인이 내고 혜택은 외국인이 본다는 얘기인데, 사실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하는 보험료 부과 대비 보험급여 지급액을 보면 매년 내국인 가입자들은 적자인데 이주민 가입자는 흑자인 상황이에요. 그 이유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득이나 재산에 비해서 과한 보험료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가입의 경우에는 한 가족 안에서도 여러 명이 보험료를 내고 있어요. 부담이 큰 상황이죠. 그리고 내국인은 미성년자 세대주에게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를 면제하는데 외국 국적의 미성년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가 없는 아동의 경우엔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고요"

서지연 부산시의원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은 세금 안 내잖아'라는 말들도 있는데, 이들도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세금을 내고 있단 말이죠. 하지만 미등록 이주민은 건강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해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외국인에 대한 특례가 있긴 하지만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 외국인 등록이 있는 사람, 국내 거소 신고가 된 사람, 이렇게 전산에 등록이 돼 있는 사람만 가능한 거예요. 1991년 대한민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어요. 협약 내용에 '모든 아동은 사회보험을 포함,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가 돼 있어요. 앞서 언급한 영유아보육법도 마찬가지로 영유아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아동, 영유아에 대해선 우선적 배려를 당연히 실천해야 하는 겁니다"

아이 태어났는데···미등록 이주 아동 필수 예방접종은?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해야 할 예방접종 종류는 한둘이 아닙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는 어떨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2013년부터 법적으로 모든 외국인은 등록, 미등록 상관 없이 다 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구시 8개 보건소, 부산시 16개 보건소에 모두 전화를 해 봤는데, 대구시 보건소 두 곳에서 부모의 외국인 등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어요.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분들은 외국인입니다. 스스로 정보를 찾아서 알아내기 힘든 분이라는 거죠. 그런데 일부 보건소 직원조차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미국이 건강보험제도 안 돼 있는 거 아시죠? 그런 미국에서도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는 예방접종, 전염병 치료, 응급의료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요. 프랑스의 경우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과 가족은 모두 국가 의료보조를 받을 수 있게 했고, 영국도 일차적 의료서비스, 일부 질병에 한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할 수 있게끔 제도를 마련해 놨어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거나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의료 제도, 센터 등을 운영하는 식으로 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대구·부산에서 학교 다니는 미등록 학생은 몇 명?
미등록 이주 아동의 보육권, 건강권에 비해서는 그나마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라고 합니다. 200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미등록 이주 아동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그렇다면 대구시와 부산시에서 미등록인 상태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봤습니다. 초중고 다 합해서 부산시는 2021년 62명, 2022년 42명이라고 답변을 했는데요, 대구시교육청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 현황에 대해서는 정보를 보유, 관리하지 않으며 다문화 학생에 미등록 이주 아동이 속해 있으니 따로 추출할 수 없다는 답변을 줬어요"

대구시교육청과 비교하면 그나마 부산시교육청에서는 현황 파악은 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부산의 민간 단체인 '이주민과 함께'에서 한 조사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이주 아동은 약 2천 명 정도입니다. 비율로만 계산했을 때 여기에서 약 10%, 그러니까 미등록인 아동은 200명 정도 될 텐데 2022년 실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42명밖에 안 됩니다. 그렇다면 학교를 안 가거나 못 가는 애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일단 외국인 등록 번호가 있기는 하지만 만료가 되어서 미등록이 된 아동들은 교육청에서 준 자료에 빠져있을 거예요. 그래서 미등록으로 학교 다니는 애들은 42명보다는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미등록 아동이 200명이라고 추정했을 때 그 중 취학 연령대는 많아야 150명 정도일 겁니다. 그런 걸 다 고려해도 학교 밖 아동이 적지 않게 있다는 건 사실이겠죠.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학교 밖에 있는 이유를 물어보면 '학교를 졸업해도 미래가 없다'는 말들을 해요. 그래서 본인이나 부모들이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경우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라서 강제로 학교를 다니게 할 수 없어요. 그리고 학교를 간다고 해도 다 똑같이 교육을 받는 건 아니에요. 전산에 등록이 돼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 그러니까 방과 후 활동, 돌봄 이런 제도들을 이용하기 힘들고요, 뿐만 아니라 안전 보험인 안전공제회를 통한 보상을 받을 수 없어서 수학여행, 수련회와 같은 다른 활동들에 제약이 생기기도 해요"

보육료는 지원 안 되지만 유치원 학비는 지원된다?
이주 아동 보육료는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 됩니다. 하지만 유치원 학비는 전국에서 모두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서지연 부산시의원 "대한민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가진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지자체에서 보육료가 지원되는 구조이지만 유치원은 교육청 소관이어서 교육청 예산으로 학비가 지원됩니다. 2021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정부에 외국 국적의 만 3세에서 5세까지의 아동에 대한 유아 학비를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2022년 서울, 인천, 광주, 경기, 전북, 경북교육청에서, 2023년 3월부터는 전국 17개 교육청 모두가 조례를 개정해서 유치원 학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또한 행정 시스템 안에서 적용되니까 여기서도 미등록 이주 아동은 제외됩니다. 한발만 더 나가면 많은 아이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데 등록, 미등록, 이 단어로 인해서 아이들이 차별받는 현실이 참 안타깝네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이주 아동, 미등록 이주 아동이 학교에 입학하는 건 나름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영유아기의 보육 지원은 의무교육이 아니어서 힘든 것일까요?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초, 중학교 교육은 오래전부터 무상 의무교육이었잖아요. 그래서 이주 아동도 무상교육을 받는 게 자연스러워졌죠. 오히려 이주 아동만 따로 학비를 내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해 보였을 거예요. 그런데 보육의 경우에는 소득 무관 무상 보육이 된 게 2013년, 최근의 일이다 보니 여전히 권리가 아닌 지원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미등록 이주 아동 임시 체류 비자 발급하기로 했지만···
이런 많은 문제의 밑에는 '체류 조건' '체류 자격'과 같은 단어들이 깔려 있습니다. 문제 제기가 오랜 기간 이어졌고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는 있는데요, 법무부에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 학생의 신분인 동안에는 임시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부여하고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법무부의 구제 대책을 살펴보면, 2022년 2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 고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고교 졸업 시까지 학업을 위한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겁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학 또는 취업을 하면 해당 체류 자격이 있는 비자로 변경해요. 만약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에는 1년간 임시 체류자격을 갖게 되고 1년 뒤에는 또 불법 체류자가 되니 추방되는 거죠"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그나마 이것도 개선이 된 거예요. 2020년에 인권위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강제 퇴거를 중단하고 국내에서 계속 체류하고 싶다고 하면 체류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는 권고를 해서 원래는 15년 이상 체류한 초중고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했었는데 6년 이상으로 개선이 된 거예요. 하지만 개선이 됐음에도 아동이 성인이 되고 나서 대학 입학이나 취업을 못 하면 1년간 임시 체류 자격만 받게 되는 거라서 대한민국에 살기 위해서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하는 조건이 달리는 그런 상황인 거죠. 게다가 약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2025년에 6년을 채우지 못하는 아이들, 그러니까 2020년생부터는 이 제도를 이용하지도 못해요. 그런데도 이마저도 필요하다고 해서 신청한 사람이 2023년 3월 7일 기준 585명이고 이 중 체류자격이 부여된 게 507명입니다"

현재 추정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많게는 1만 명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신청자는 왜 585명밖에 안 되는 걸까요?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아동의 체류 허가 신청 시에는 아동의 부모가 불법 체류에 대한 범칙금을 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미등록 체류 기간이 7년 이상이면 범칙금이 3천만 원이에요. 법무부가 3개월 안에 범칙금을 내면 70% 깎아서 1인당 900만 원까지 내려주거든요? 1인당이니까 부부 합산하면 1,800만 원이에요. 이걸 3개월 안에 내야 하는 거죠. 이 액수는 이들이 부담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에요. 이 제도의 취지가 미성년자인 아동의 생계를 위해 부모들을 체류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범칙금을 내라고 하면 사실상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체류 기간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한 집에서 언니, 오빠는 구제가 되는데 동생은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발의된 외국인 아동 출생신고 법안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등록'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할 것입니다. 출생 등록이 제일 중요한 만큼 외국인 아동 출생신고 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서지연 부산시의원 "국내에서 출생한 외국인 아동 출생 등록을 법으로 제정해서 외국인 아동의 출생을 기록, 관리하고 체류자격과 별도로 출생에 관한 증명을 하도록 하자, 더해서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출생등록에 따른 통보 의무를 면제하고 부모가 아닌 사람도 출생 등록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건데, 이는 아동의 처우 개선, 인권 정책의 차원으로 접근한 거예요"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출생 신고뿐만이 아니라 출생 신고를 한 모든 이주 아동에게 외국인 등록까지 허용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이게 헷갈리면 안 되는 게, 국적을 부여하자는 게 아니라 출생 신고를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가족 형태는 '가족관계 등록'으로 묶여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개인의 출생을 등록한다'는 개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데요, 호주제가 아니라 개인화되어야 출생 등록도 수월해지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조건 없는 그냥 '거주'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고 출생 당시부터 이름을 가질 권리, 국적을 취득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어요. 하지만 한국의 가족관계등록법은 출생 신고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적용이 된다고 되어 있죠. 그래서 미등록 외국인 아동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어요"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일단 외국인 유입으로 인구 정책을 시도하는 국가들은 공통으로 재외국민 정책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서지연 부산시의원 "프랑스의 경우에는 프랑스에서 출생하면 프랑스 국적을 부여합니다. 아동들에게는 외국인 등록이라는 걸 요구하지 않는 거죠. 그리고 호주는 경제 성장에 있어서 큰 부분을 이민에 의존해 온 만큼, 호주에서 태어난 사람 중 출생 당시 부모 한 명이 호주 국민 또는 영주권자이거나 태어난 때부터 10년 동안 호주에 거주한 사람이면 국적 취득이 가능하게끔 해놨어요. 부모의 국적,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적용되고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지금 21대 국회 들어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법이 바뀌면 제도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게 됩니다. 문구 하나, 문장 하나가 어떤 아이에겐, 어떤 가정에는 세상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라는 걸 다들 아셔야 할 거 같아요"

대한민국의 법은 모든 아이에게 튼튼한 울타리일까?
이주민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살면 이주민이 되는 겁니다. 내 일이 될 수 있고,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어디에서든 차별받지 않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요? 지금 우리의 법은 과연 모든 아이에게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을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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