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달려가는 무한 경쟁 사회, 그 속에서 걸음이 조금 느린 이들이 있습니다. '일머리 없는 애' '조금 모자란 애' '느린 아이' '바보' '어리바리' '눈치 없는 애' '학습 부진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하고 사회 한편에 서 있는 이들, '느린 걸음을 가진 사람'을 요즘은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명칭으로 부릅니다.
#1
울산의 한 견인업체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1년 동안 네 시간 이상 잠을 자지도 못했고, 약속된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A씨가 항의하면 돌아온 것은 잔인한 폭행과 협박, 비비탄 가스총을 온몸에 분사하거나 복부를 걷어차이고 양손이 묶인 채 허벅지를 수십 차례 구타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A씨가 임금 상습 체납 사실을 본사에 얘기하자 A씨를 향한 살해 협박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1심 재판 결과 회사는 A씨의 돈 2,500여만 원을 몰래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장애인 전문기관은 "A씨가 경계선 단계의 인지 능력을 보유했다"고 밝혔습니다.
#2
자신을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이라고 밝힌 B씨는 딸아이가 중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쯤 일주일 동안 3명의 고등학생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성폭행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습니다. 가해자들을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게 B씨의 설명입니다.
IQ 70~85이면 '경계선 지능인'···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1년 동안 임금도 못 받고, 3차례나 성폭행당했는데 본인의 피해를 왜 설명 못 하냐고 생각할 수도,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이 두 사례의 피해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피해자들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겁니다.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는 86~119를 보통 평균으로 봅니다. 70 미만이면 지적 장애인으로 보는데, 경계선 지능인은 이 사이에 있는, 그러니까 IQ가 70~85 사이의 지능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지적 장애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장애인이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학업이나 학교 적응, 정서적으로, 그리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도 경계선 지능인입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저를 포함해 4명이 달리기 시합을 한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제가 달리기가 빠르든 느리든 나머지 3명보다 빠르면 1등을 하겠죠? 그리고 제가 아무리 빨라도 나머지 3명보다 느리면 4등을 하는 거고요. 그런 것처럼 IQ도 검사를 하는 수십만, 수백만 명 중에서 내 위치를 점수로 나타낸 거예요. 그러니까 언제든 제일 높은 사람이 있고 제일 낮은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요, 그러니까 IQ가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당연히 존재하는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경계선 지능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통계가 없어요. 개념부터 생소하고 법적인 용어가 아니다 보니 '느린 학습자'라는 용어와 혼용되고 있는 상황이고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다만, 지능지수 정규분포도로 짐작해 보면 전체 인구의 약 14%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7명 중 1명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뜻이에요"
#3
"초등학교 때는 받아쓰기를 했는데 0점을 받았어요. 1년 내내 0점을 받았어요, 1년 내내. 마치고 담임 선생님이 불렀죠. 너무 0점, 0점이니까 선생님도 답답해하지. 그런데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싶어도 다 모르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문제라고, 이해를 못 한다고 때리더라고요. 책으로 때리고 폭행을 가하더라고요, 사람 보는 앞에서. 중학교 때 선생님들은 아예 '얘를 그냥 공고를 보내야 한다' 성적이 너무 낮으니까 기술이라도 배워서 진학을 해라해서 공고를 갔는데, 거기 가더라도 기초 능력이 안 되니까 수학을 못 따라가는 거예요, 가르쳐줘도 안 되고"
"군대에서는 훈련소부터 문제였죠. 바느질도 안 되고 군가를 가르쳐 주는데 하나도 못 외우고. 자대에 가니까 선임들이 물어보죠. '군가랑 체조 몇 개 되어 있냐?' 한 개도 모른다고 하니까 선임들은 환장하는 거예요. 얘가 제정신으로 군대 생활하냐고 하면서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거예요. 욕할 수밖에 없겠죠, 위에서도 그렇게 하니까"
"회사야 계속 옮겨 다녔죠. 3개월 가다가 2개월 다녔다가. 하려고 해도 못 따라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냥 외딴곳으로 보내거나 회사 나가게끔 왕따를 시키던가 아예 무시하고 외면해 버리니까 그만두고··· 거의 열세 군데를 옮겼죠.
그러니까 아버지는 '나는 이상이 없는 사람인데 너가 문제지 않냐고, 너가. 너 때문에 체면 깎인다'고. '생산직이든 뭐든 간에 취직해서 빨리 장가가라, 이제 효도하라'고 하는데, 할 수 없는, 기반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어딜 가도 못 버티는 게 있어요. 왜냐면 이해도 안 되고 손도 느리고 기댈 데도 없고 부모님은 눈치도 없고. 그러면 저는 답이 없는 거예요"
(IQ 74 경계선 지능인 C)
경계선 지능인은 인구의 약 14%···대구 32만 명·부산 45만 명 추정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걸 알기 위해서는 지능검사를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본인이 모르는 경우도 많고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도 없습니다. 지능지수 정규분포도로 추정해 보면 전체 인구의 약 14%가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봤을 때 우리나라 인구 중 약 698만 명이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대구의 경계선 지능인은 32명 명, 부산은 45만 명으로 모두 77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경계선 지능인이 있다는 걸로 추정된다는 건 우리가 과거에 만나왔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만날 거지만 우리가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대구·부산 경계선 지능인 예산, 5년 동안 8억 3천만 원···1인당 216원
그렇다면 대구와 부산에서 경계선 지능인과 관련된 예산은 얼마 정도 될까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대구의 관련 예산은 3억 7,925만 원, 부산 4억 5,678만 4천 원으로 모두 8억 3,603만 4천 원입니다. 대구와 부산에 경계선 지능인이 77만 명 정도 있다고 본다면 1년에 경계선 지능인 1인당 216원이 투입된 셈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단 지금 설명해 드리는 예산은 오직 경계선 지능인'만'을 위한 거라는 점, 먼저 말씀드리고요. 이 예산 8억 3천만 원의 약 99%는 '경계선 지능 아동 자립 지원사업'에 해당합니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호 중인 경계선 지능 아동의 자립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선별 검사나 계획 수립,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보호시설에 있는 경계선 지능 아동만을 위한 예산인 거죠"
조재형 부산MBC 기자 "그렇다면 나머지 1%는 뭘까요? 이번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자료를 받은 뒤 놀랐던 부분인데요, 대구와 부산 기초자치단체 23곳 중에서 부산 강서구와 연제구가 유일하게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게 두 곳은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원 사업이 생길 수 있었던 건데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 수업, 글씨 쓰기 수업, 멘토링, 이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빨리 경계선 지능 진단 받아야 하지만···'기다리다 보면 차차 괜찮아질 거야'
교육 현장에서는 어떨까요? 대구와 부산 교육청에서도 난독, 난산, 경계선 지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하고는 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대구시 교육청은 약 5억 6천만 원, 부산시 교육청은 약 2억 4천만 원을 투입해서 진단이나 검사, 상담, 학교로 교사를 지원하는 일대일 맞춤 학습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경계선 지능인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경계선 지능인 역시 지원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발달 재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장애 아동들에게 월 최대 25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해 주는 건데 지원 대상에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일 경우 6세 미만에 한해서 장애 등록이 없어도 의사 소견서만으로 지원이 가능합니다. 또 발달 재활서비스와 중복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아동·청소년 심리지원 서비스'라는 것도 있는데요, 소득 수준에 따라 만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에게 1년 동안 매달 심리치료비를 지원합니다. 아쉬운 점은 연장이 한 번만 돼서 최대 2년만 지원받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지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6세 미만일 때만 지원받을 수 있거나 최대 2년만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 빨리 경계선 지능임을 아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보통 언제쯤 경계선 지능인임을 알게 될까요?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정확하게 언제다,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영유아기 때 학부모,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다른 아동들과 다른 특징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래에 비해서 언어가 느리다거나 운동신경이 조금 낮다거나, 집중을 못 하고 산만하거나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한다거나 이런 경우들이죠. 그런데 경계선 지능인의 성향이 다 같지 않고 굉장히 다양해요. 그렇다 보니 정확하게 인지하는 게 쉽지 않아요. 또 사실 아이가 조금 말이 느리다고 해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이런 반응보다는 '조금 느린 거지, 기다리면 차차 괜찮아질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세요"
#4
"유치원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 제가 1년 동안 쭉 지켜봤는데 말도 선생님이 물어보면 네, 아니오, 이 정도로 대답하고 문장으로 얘기 잘 못 하고 잘 못 어울리고 항상 혼자 있는 식이에요' 이렇게 얘기하면서 한번 검사 받아보는 게 좋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셔서 검사를 했더니 결과가 경계선 지능으로 나왔습니다"
"치료를 하기 위해서 사설 기관을 먼저 알아봤고 2022년 같은 경우에 일주일에 주 5일 이렇게 치료를 하면 한 달에 거의 150에서 200만 원 정도 나와요. 40분에 5~6만 원 정도 비용이 들고 일주일에 한 번씩만 받는다 해도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비용 문제가 저한테는 가장 큰 장벽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까지 치료를 지속을 못 했던 게 많이 아쉽습니다"
"엄마들이 입소문을 많이 알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설 기관이 진짜 천차만별입니다. 선생님들의 소양도 그렇고 수준도 그렇고 그게 좀 너무 지금 산발적으로 너무 많이 있어서 그게 좀 문제인 것 같아요"
"말하는 수준 자체가 유아적이니까 또래 애들이 상대를 안 해주지 않나 그런 것 같고. 오늘도 아침에 등교시키는데 어떤 친구를 막 반갑게 부르면서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 친구가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던 친구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는 그냥 쓱 이렇게 지나가 딴 길로 가버리더라고요. 오늘 봐서는 제 생각에는 이제 상대하기 싫으니까 그렇게 가버린 그런 상황이 많이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해야지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만약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더라도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이 얘기해 주시지 않으면 도움을 받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게 좀 아쉬웠습니다"
(경계선 지능인 D 학부모)
#5
"언어 치료, 감각 통합 치료했었고, 그 외에도 짝 치료, 그룹 치료, 이렇게 한 세 돌부터 쭉 이어왔었고, 미술 치료도 했죠. 언어 지연이 있을 때는 이 아이가 지적장애가 될지 ADHD가 될지 자폐가 될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니까 우선은 할 수 있다는 건, 좋다는 건 다 해보는 거예요"
"특수교육 대상자를 받는 것도 무슨 바우처를 받는 것도 엄마가 시기적절하게 딱딱딱 맞게 안 넣어주면 '그런 게 있었어?' 막 이렇게 되고, 바우처 받으러 가면 동사무소 직원들도 사실 잘 몰라요. 그럼 엄마들이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막 '다른 사람이 이렇게 했다더라' '이렇게 했다던데 확인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맞네요' 이러면서 받아주는 경우도 많아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니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사회성이더라고요. 사회성 그룹을 만들기도 어렵고, 센터에서도 뭐 일대일 수업을 거의 1년 이상 봐온 아이들만 그룹 수업에 넣어주거나 그런 제약이 있고, 복지관이나 또래 모임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고 싶어도 우리 지역에는 사실 그런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아서 결국은 엄마가 막 진짜 어떻게든 또래 모임을 만들어서 막 어떻게든 사회성을 키워보는 막 그런 걸 해야 하는데···"
"저는 우리 애가 어린이집 다닐 때 땅만 보고 다녔거든요? 혹시나 또 전화벨이, 낮 시간에 전화벨이 울리면 사실 심장이 많이 두근두근했어요. 또 오늘 유치원에서 전화 오는 거 아닌가, 어린이집에서 전화 오는 거 아닌가, 또 무슨 소리를 할까···"
"저도 사실은 상담을 받고 있어요. 이거를 그냥 맨정신으로 버텨내기는 조금 힘들고, 그리고 가족들 안에서도 사실 좀 어렸을 때부터 치료를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을 때 우리 가족들도 '무슨 소리하냐, 애를 이상하게 만들고 싶어서 안달 났냐' 불특정 다수, 모르는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아는 사람들까지 다 저에게 비난하고 '니가 애를 잘못 키워서 그렇다. 니가 엄마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애가 느린 거다'···"
(경계선 지능인 E 학부모)
#6
"비용은 지금 80만 원 정도가 사설 센터 비용으로 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 아이는 지금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가 돼서 교육청 바우처 16만 원을 지원받아서 80에서 16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제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 등록을 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는 만 6세 생일인 달까지만 지원을 해주고 바우처가 바로 끊깁니다. 그래서 또 다른 바우처 지원을 받기까지 공백기가 발생을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그냥 오롯이 사비로 센터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가장 힘들었던 건 너무 대기가 길다, 그게 병원이든 사설센터든 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복지관이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들은 존재하지만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서 너무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게 되죠. 2년 전에 대기 전화를 걸었는데, 저희 예약이 2026년도, 그러니까 약 4년을 기다려야지 초진을 볼 수 있다고요. 복지관 쪽에 치료를 받으려고 전화를 드렸더니 2년을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조금 비용이 비싸더라도 당장 급하기 때문에 사설 센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바우처 금액이 인상되면서 센터의 치료비도 같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사실은 그게 그냥 똑같이 계속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벌이 아니어서 아이에게 가장 미안하고요. 조금만 더, 하나라도 더 해주면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거를 다 해주지 못해서 가장 미안한 것 같아요"
"저희 아이가 손이 조금 많이 가고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원 행사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많이 보이셨고, 평가 인증제를 할 때 평가를 잘 받아야 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희 아이처럼 조금 느리고 손이 많이 가는 친구는 '평가 인증제 날 가정 교육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직접적인 말까지 들었어요. 저희 아이는 어린이집을 한 세 차례 정도 옮겼고요. 유치원으로 6살 때 진학을 했지만 유치원도 한 차례 퇴소 명령을 받아서 옮기게 됐고··· '너 가, 너 오지 마, 너는 못 하잖아, 손이 많이 가니까 귀찮아, 싫어, 다른 애들 보는 것도 힘들어' 이렇게 밀쳐지더라고요? 아이들은 다 알거든요, 사실은. 자연스럽게 '나는 못 하는 아이구나, 난 그렇구나' 이렇게 좀 자신감 없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항상 보면"
"아이가 유아기에는 어느 순간 '얘가 이걸 모른다고?' 이런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이걸 모를 수 있지? 이것도 가르쳐야 한다고?' 막 그러면서 가르쳤거든요? 그런데 그걸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걸 나중에 지나고 봤을 때 '내가 이걸 왜 이해를 못 했을까?' 그걸 아무도 가르쳐주는 데가 없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나와 우리 아이를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찾아보고 내가 알아봐야겠다. 제가 부모 교육도 가보고 저는 뭐 발달증진센터, 이런 병원에서 하는 세미나도 가보거든요? 뭐라도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어쨌든 지금은 그래요. '내가 이 아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겠구나' 그게 제일 어려움인 것 같아요. 바우처나 뭐 이런 걸 할 때도 이 아이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증명을 해야 하고 선생님한테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 전화가 와도 이 아이가 왜 그런지를 제가 설명을 다 해야 하는 거예요"
(경계선 지능인 F 학부모)
경계선 지능 검사 비용 40~50만 원···전문 기관은 2년~4년 대기해야
전체 인구의 약 14%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본다면 한 교실에 학생 3명은 경계선 지능인일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수이지만 경계선 지능 아동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학부모들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마음으로 검사를 하지 않고 기다리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검사 비용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검사가 심리와 지능을 한 번에 평가할 수 있는 '풀배터리 검사'인데, 기관마다 금액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40~50만 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IQ 검사를 했지만 요즘은 학생들을 지능지수로만 판단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습니다. 단 초등학교 3학년 학기 초에 '이 학생이 지난 학년에 배운 걸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기초 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는데요, 보통 평균이 80점은 된다고 해요. 그런데 특수교육 대상자는 아닌데 결과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20점, 30점 정도를 받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그때 경계선 지능 아동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학부모에게 통보를 하고요, 학부모가 동의를 하면 검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간접적으로나마 발견할 수 있지만 그전에는 학부모 스스로 여기저기 발로 뛰며 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성 있는 기관을 찾기도 어렵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가 너무 길어서 거의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기가 2년에서 길면 4년이나 걸린다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급하니까 조금 비싸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고요. 또 비용 문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발달 재활서비스'나 '아동·청소년 심리지원 서비스' 바우처가 있긴 하지만 이 바우처가 사실 금액이 많지 않아요. 한 달에 25만 원 정도인데, 한 번 받는데 5, 6만 원이면 한 달에 5번 정도만 받을 수 있는 거죠. 이마저도 나이, 소득 수준, 기간이 다 정해져 있고요. 이렇게 보면 치료와 교육에 드는 비용은 거의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여져요"
#7
"특수학급에 가면 혼자 수업하거나 다른 특수학급 학생과 수업을 하는데요, 중학교는 많지 않아요. 한두 명, 두세 명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좀 사회성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 일반 학급의 아이들과 같이 뭔가 활동할 수 있는, 또 일반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수업이나 교육이 좀 진행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또래 한 명이라도 친한 사람이 있는 게 좀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 G 학부모)
#8
"우리 애는 초등학교 보낼 때도 아예 얘는 학교를 가면 왕따를 당한다, 무조건 이런 생각을 제가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하다가 시골에 있는 한 반밖에 없는 데로 이사를 그쪽으로 가서 그쪽 학교에 보냈어요. 한 반 애들 30명한테서 왕따를 당하느니 차라리 열몇 명한테 당하는 게 낫다, 이 생각으로 그 학교를 보냈고. 갈 때마다 선생님에게 얘기를 해도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이 얘를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주변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했다고 제일 많이 듣던 말이 '선생님, 속고 있어요. 얘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여자애들이 우리 아이를 너무 싫어했어요. 그래서 학폭 같은 것도 막 생기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선생님들이랑 윗사람들이 보기에 '아, 얘를 그냥 일반 애들이랑 같이 놔두면 계속 당하겠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2학년 때 특수반을 들어갔어요. 3학년 때 고등학교 올라가려면 지적 장애라든지 이런 장애가 있어야지 원래 쉽게 특수반이 있는 고등학교로 갈 수 있거든요? 중3 때 교육청에 가서 테스트를 막 할 때 거의 뭐 교육청 가서 막 빌다시피 하면서 얘가 여태까지 이렇게 힘들었고 왕따를 많이 당했고 얘는 무조건 특수반 가야 한다, 그런데 장애 판단은 안 나왔으니까, 보시면 아시지 않냐 막 이런 식으로 하고 얘는 2학년 때부터 특수반에 있었던 아이였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히 고등학교 때 특수반 배치가 돼서 고등학교를 올라갔습니다"
"선생님 중에 그냥 '바보, 지적 장애는 아닌데 얘는 좀 그냥 꼴찌, 왜 자꾸 손이 가지? 이런 아이' 이렇게 생각을 한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죠. 그런데 어떤 선생님들은 설명을 하면 '어머니, 너무 고맙습니다. 내가 앞으로 진짜 이런 아이들 오면 잘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 진짜 잘해주셨어요, 우리 애한테"
"중3 겨울방학 때 지능검사를 했는데 애가 지능이 67이 나왔어요. 지적 장애가 됐어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그래서 지적장애인으로 2년 동안 학교에서 있었는데, 저랑 우리 애는 그 2년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제는 어디 속해 있잖아요. 얘는 그냥 장애인이니까. 그러니까 일반인 중의 제일 밑에 있던 애였는데 장애인이 돼 버리니까 지원도 많이 되고 그리고 어디 딱 속해 있고, 또 같은 장애인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고. 친구를 그때 처음 만들었거든요? 고등학교 올라가서 같은 특수반 아이들 친구들 만들고. 이후에 재검사를 했는데, 고3이죠, 고3 4월에 재검사를 했는데 71이 나왔어요. 그래서 떨어졌어요. 지적장애에서 다시 일반인이 된 거예요. 졸업을 하고 나면 장애인 아이들은 전공과라고 해서 뭘 배워서 2년 동안 취직을 할 수 있는데, 그런 학교에 가서 전공과를 가기로 한 아이였는데 못 가게 된 거예요, 갑자기 그게. 20살이 되면 어디를 가야 할지 지금 완전히 멘붕이··· 학교도, 아이도, 저도 멘붕이··· 이의 신청 다 하고 뭐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다시 경계선 장애 아이가 됐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해라' 이렇게 우리 애에게 얘기하는데, '진심으로 사과'가 뭔지를 모르는 거예요, 우리 애가. 그래서 그냥 '미안해' 하니까 진정성이 없다고 다시 하라고 하는데, 우리 애는 그런 걸 모르거든요? '너 왜 이렇게 했어' 그거 말 못 하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너, 선생님에게 대들어? 왜 말 안 해?' 이런 식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그런 거에 대한 개념을, 학교에서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특수성이 있다, 이런 거에 대한 선생님들의 교육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얘가 혼자서 다른데 나가서 행동이나 이런 거를, 먼 거리를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집 가까운 학교에, 특수반 있는 장애반 학교에 가서 다니는 걸 원했는데, 이제 그것도 선정이 안 됐기 때문에 지금 갈 수도 없는 입장이고, 특성화고도 갈 곳이 없어요. 일반 애들은 그냥 가면 되는데, 얘가 지금으로서는 특성화고가 얘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있는가. 고등학교도 이렇게 성적으로 갈 수 없는데 대학교는 솔직히 생각도 못 해요. 공장, 단순 노동하는 그런 데를 가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군대 생각을, 얘가 과연 군대를 갈 수 있을까? 가서 사회생활을, 단체생활을 할 수 있을까?"
(경계선 지능인 H 학부모)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좌절감·실패감···학업 중단 비율도 10배 높아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 1위 답변이 '사회성 기술'이었습니다. 적응도 잘하고 친구와 잘 어울리는 경계선 지능 아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많은 경계선 지능 아이들은 '조금 느리고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 제주도에서는 경계선 지능 학생이 또래 학생 17명에게 수 개월간 집단 폭행을 당하고 2천만 원을 갈취당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 부진이 누적되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많아요. 그러면서 위축되거나 대인 기피, 우울감을 느끼게 되면서 학교 부적응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학습뿐만 아니라 놀림, 따돌림, 괴롭힘을 받아서 또래 관계에서도 부적응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경계선 지능 아동의 우울 수준이 일반 아동 청소년 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학업 성취도가 낮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좌절감, 실패감도 느끼고 또 주변으로부터 오랫동안 부정적인 반응에 많이 노출됐으니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고등학교로 가면 조별 수업도 더 많고 또 성적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다 보니 성적에 피해가 될까 봐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학업을 중단하는 비율이 열 배 더 높다고 알려져 있어요"
지적장애 진단 받으면 특수반에라도 갈 수 있지만···
자녀가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그나마 어떤 식으로라도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이 안 된 채 중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는 경우에는 답답함을 느낀 채 부정적인 상황에 계속 노출됩니다. 그런데 장애인이 아니니까 특수반에 들어가거나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제가 만나본 학부모님들도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진학, 그리고 고등학생이면 진로, 대학, 취업,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는데요, 지적장애 진단을 받으면 특수반에 갈 수 있고 지원도 받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니니까 비장애인 학생들과 똑같은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거죠. 지적장애로 2년을 지내다가 최근에 다시 검사를 하니 경계선 지능이 된 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학생은 당장 올해 수능을 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니까 지능검사를 할 때 '열심히 하지 마' 한대요. 지금 시스템에선 차라리 지적장애를 받으면 우리 아이가 갈 길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주어진 시험이니까 열심히 한대요. 이런 안타까운 상황도 있습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용어가 최근 몇 년 사이에야 조금씩 알려지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도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아요. 선생님 입장에서도 수많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다 알 수 없잖아요? 또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제도라든지 지원 정책이 없다 보니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을 수 있고요. 또 초, 중학교까지는 복지기관에서 하는 상담,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더라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용이 좀 줄어요.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공개적인 자리에 나오는 걸 꺼리기도 하고 또 부모님들도 지쳐가는 거죠. 또 고등학생들에게 맞는 교육이랄까요? 그런 프로그램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요"
#9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말은 저는 사실은 그전에 들어보지는 못했고, 이번에 인터뷰를 하면서 찾아보고 하면서 알게 된 그런 개념이었어요. 그전에는 그냥 학습에 흥미가 없구나, 공부하는 걸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했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다, 지능 경계선 지능 장애 있는 어려움으로 겪는다라는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약간 성향 수준의 문제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간혹 관계를 잘 못 맺는 아이들이 좀 있었는데 그때 생각해 보면 성격이 소극적이어서 그랬나 싶었는데, 이 개념을 알고서 다시 돌이켜 보니까 그 아이가 관계를 맺는 능력이나 이런 것들이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상담의 필요성에 있어서 부모님에게 요청을 하게 되는데, 부모님들이 본인의 자녀가 그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걸 잘 모르시기도 하지만 우선은 받아들일 때 감정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는 거죠. 진단하거나 발견하는 데 공식적인 지원이나 체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가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미도달 학생들을 분류하는 수준 정도는 있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 미도달 아이들의 1, 2, 3학년 전체 숫자를 세워 보니 경계선 지능 장애의 평균 통계와 유사하게 아이들의 숫자가 나오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아이에게 분명히 지원이 들어와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지도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그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교실 안에서 이 느린 학습자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데 협력 교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올해 유난히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많은 아이를 제가 한꺼번에 다 보지 못하니까 다른 아이들을 보고 있는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 학생에게 협력하실 수 있는 선생님이 그 시기에 그 공간에 함께 있어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생활 대부분이 그 친구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인데 그런 부분이 되게 좀 약하죠. 아이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이나 프로그램, 이런 게 같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걸 하려면 수업이라는 본래의 자기 업무가 있는 교과 선생님들이 그 일을, 두 가지를 병행해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좀 그런 일을 전담해 낼 수 있는 교사가 배치되면 제일 좋고, 그렇지 않으면 그 일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나 매니저 정도라도 좀 예산에 포함되어서 이 아이들을 지원을 하면 좋겠는데···"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못하는 거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니까, 부모들도 여기에 대한 교육을 좀 받아야 하고 교사들도 역시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 주의 깊게 볼 수 있는 교육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고요"
(중학교 I 교사)
#10
"어떤 친구들은 자기의 감정이나 의사를 잘 표현해서 친구들하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경우도 있고, 이 느린 학습자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 정서적으로 발달이 덜 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은 교우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너무 소극적이어서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학습된 무기력이 분노로,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학년 때부터 계속 학습에서 실패감을 경험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나는 뭘 해도 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좌절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아예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실패하는 경험을 아예 겪지 않으려고 차단하는 거죠. 그래서 도전하고 시도하고 이런 마음이 점점점 줄어들어서 어떤 과제를 받았을 때 자기가 좀 해내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면 아예 도전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거나 '하기 싫어요' '못하겠어요' 이렇게 말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선생님들은 이렇게 관찰을 해보시면 알거든요? 지금 학습 활동을 잘 못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그게 하기 싫거나 의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말 저 아이의 능력이 부족하다라는 게 눈에 보여요. 제가 지금 3학년 2학기인데 지금부터도 교과 학습이 좀 어려워지거든요? 조금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데 방과 후에 개별 지도하는 것을 부모님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남아서 공부하려면 이렇게 낙인이 찍힐까봐 부모님들이 원하지 않으시는 경우가 많아서 좀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오히려 특수교육 대상자 같은 친구들은 이 아이가 장애가 있고 또 일정 시간 특수반에서 자기에게 맞는 수업을 하고 오는데, 이런 친구들은 그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제가 혼자서 운영을 할 수가 없어요. 느린 학습자 친구들은 대부분 인지적인 인지 활동 위주의 교과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거든요? 그게 원활하지 못하면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서 방과 후 개별 지도를 하기도 하고 또 요즘에는 기초 학력 지원 강사라고 해서 교육청에서 원하는 학년에 신청을 받아서 주 몇 시간 정도 와서 수업을 도와주시거든요? 그러면 그때는 주로 수학이나 국어 같은 경우에 우리 반의 느린 학습자 친구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강사님 불러서 개별 지도를 요청드리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지필고사 식으로 계속 시험을 치게 만들어서 그 기술 점수 밑으로 도달하는 아이들을 보고하게 되어 있고 그런 판별하는 것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맞춤 프로그램을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지, 어떤 센터에 가서 무슨 교육을 받으면 이 아이가 자기가 부족한 단계의 학습을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좀 부족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몇 시간짜리 일회성 그런 프로그램 말고 좀 정말 느린 학습자 아이들을 위한 개별 맞춤 프로그램 학습을 좀 지속적으로 진행해 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이렇게 느린 학습자가 된 친구들은 쭉 이어지거든요? 그 학습의 간격이 메꿔지지 않아요. 꾸준히, 최소한 몇 년 이상은 계속 채워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J 교사)
'느린 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 있지만···'우리 아이가 부족한 아이로 낙인찍힐까봐'
'느린 학습자 선별 체크리스트'라는 게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가 대상인데, '진단'이 아닌 '선별'을 목적으로 한 검사입니다. 그런데 학교가 주도로 하는 게 아니고 부모가 '우리 아이가 경계선 지능으로 의심됩니다'라고 검사를 의뢰한 학생에 한해서 담임교사가 최소한 3개월 이상 관찰한 뒤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이 되어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치르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에서 미도달로 진단된 학생이 검사 대상입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부족한 아이로 낙인찍힐까봐'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아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기초학력지원센터에서도 경계선 지능 학생이 학업이나 진단,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거든요? 대구와 부산 모두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부산시는 2023년부터 경계선 지능인 전문가도 뽑아서 맞춤형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 또한 부모 동의가 있어야만 받을 수 있거든요? 우리 아이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당연히 되시겠지만 지원을 꼭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구시 행복사회서비스원 지원단에서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 아동을 위한 바우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2024년부터 8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해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성 교육을 지원한다고 하는데요, 대구에 계신 학부모님들이 이 부분도 꼭 체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교사 한 명이 다양한 아이들을 다 돌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도 있지만 정서적으로 힘든 아이도 있고 다문화가정 아동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여러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는데 교사 한 명이 다 돌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보조 교사를 투입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보조 교사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방과 후에 난독, 경계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 2회 정도 수업을 해주는 교사가 있고, 수업 시간에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보조 교사가 있습니다. 부산시 교육청의 경우 2023년부터 '기초학력 지원교사제'를 운영해서 학교마다 1명씩 지원 교사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 14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모든 학생에게 지원되는 것은 아니어서 일부 학부모들은 개인적으로 지원 교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 학급에서 경계선 지능인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어렵다면 특수반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조금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특수반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일단 특수교육 대상자는 장애 등록이 된 학생으로 제한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심사 과정에서 경계선 지능 학생이 들어가기는 어려운데요, ADHD라든지 다른 학습 장애가 동반되는 일부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특수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어요. 그리고 원래 특수반은 학교에 대상자가 1명만 있더라도 설치하는 게 의무인데요, 예산이나 학교 상황이 뒷받침이 안 되면 특수반이 없을 수도 있어요"
#11
"기초학습 부진 관련한 지도를 좀 했었는데, 그렇게 만난 아이 중에서 좀 특수교육 대상 아동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구제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좀 있다는 걸 봤습니다"
"원래는 이런 아이들이 많은 게 정상이죠. 이 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데 게네들이 다 학습에 문제가 있다고 사실은 보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그중에서 학습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현재 특수교육 대상 아동 수만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특수학급으로 들어오기는 현재로서는 힘듭니다. 특수교육이라는 것이 예산을 수반으로 하잖아요? 뭔가 사업을 하려면, 특히 현재 같은 경우에는 학급이라는 공간과 교사라는 것, 그리고 그 교재, 교구라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그 외에 관련되어 있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은 예산이랑 같이 묶여 있는 부분이거든요? 특수교육이라는 예산이라는 것이 그 아이들까지 감당하기에는 사실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러다 보니 특수교육은 조금 타이트하게 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그 아이들까지 들어오는 거는 현재로서는 많이 어렵죠. 제가 알기로는 1학년 같은 경우에는 보통 초등 같은 경우에는 최대 학급수, 많은 경우에 한 반에 한 30명 정도까지도 가는 학교들이 있거든요? 부산도 사실은 과밀학교가 있고, 그런데 서울은 기본적으로 20명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사를 여럿을 넣지 못하는 대신에 그 대신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여주는 그런 제도를 하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보조교사가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들을 좀 갖추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좀 학급당 학생 수도 좀 낮춰주고 교사도 좀 필요한 경우에 좀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게끔···"
"많은 아이를 대량으로 가르치는 거에 굉장히 익숙했던 제도를 일반 교육이라고 한다면 그중에서 일반적으로 도저히 해결이 안 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특수교육 대상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굉장히 어려움이 시급하기 때문에 특수교육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이 아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 또 학급 내에서 문제가 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살펴보다 보니까 정서 행동적인 문제 아이들, 또 다문화 아이들도 있고 경계선 지능이 있는 아이들도 있고 그 아이들 나름의 필요한 부분들이, 각자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것을 만약 특성이라고 얘기한다면 본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현재 이뤄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거죠"
"그런데 아마도 앞으로 더 학생들 개개인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그런 각성들이 점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고 그리고 교육이 점점 특화되고 있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 아이들에 맞춰서 좀 더 교육이 변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K 특수교사)
특수교육이 필요한데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은 대한민국···1%대에 불과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자는 1.6%입니다. 일본은 5%, 미국은 14.1%, 호주는 18.8%입니다. 좀 더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국이나 독일은 특수교육 대상자 중에서 학습장애 비율이 30%가 넘지만 우리나라의 학습장애 아동 비율은 1%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이 통계는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교육이 필요한데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계선 지능 학생들은 학습에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닙니다. 친구와의 관계, 상황 판단 등 종합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특수교육의 틀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따로 교육하는 게 힘들다면 대신 반마다 특수교육을 전공했다거나 전문성 있는 교사들을 한 명씩 배치해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서울시가 '경계선 지능인 조례' 만들자···대구·부산도 2023년 조례 제정
서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후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도 관련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대구와 부산 역시 2023년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부산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로 '진단과 치료, 돌봄, 교육, 취업 등에 이르는 전반적인 맞춤형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대구는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로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구는 부산에 비해 복지나 고용과 같은 종합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부산시는 2024년 예산 5천만 원을 투입해 실태조사를 할 예정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런데 사실 조례는 강제성이 없어요.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라지기 때문에 법으로 지원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2023년 6월에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발의는 됐는데 아직 통과가 되지 못했거든요? 이 법안을 보면 실태조사, 센터 설치, 이런 내용이 있는데, 1년에 109억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고 계산이 돼요. 그런데 대구와 부산의 경계선 지능인 예산이 5년을 합쳐도 8억 원이었잖아요? 앞으로 갈 길이 먼 것 같은데, 이 법안이 통과돼서 경계선 지능인 지원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학교 졸업하면 마주하는 '더 큰 장벽' 군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서 경계선 지능인의 어려움을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경계선 지능인은 법적으로 장애가 아니니까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하고, 성인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군대입니다.
본인이 경계선 지능인임을 알고 가는 경우도 있고, 모른 채 입대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2021년부터 경계선 지능을 선별하기 위해서 기존 검사보다 조금 더 세분화한 '신 인지능력 검사'가 도입됐습니다. 이 검사 결과에 따라 경계선 지능인으로 판정되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거나 전시근로역으로 사실상 군 복무 면제를 받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검사로 경계선 지능인을 100% 발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22년 경계선 지능 및 지적장애로 4, 5급을 받은 인원은 1,640명입니다. 그런데 같은 해 병역판정검사 수검자는 약 25만 명입니다. 통계적으로 약 14%가 경계선 지능인이라고 본다면 약 3만 4천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실제 4, 5급을 받은 인원이 1,640명이니까 거의 20배 차이가 나는 겁니다. 추정치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건 완벽하게 선별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사실 군대는 경계선 지능인이 아니더라도 가기 전에 걱정도 많고 가서도 적응이 쉽지 않잖아요? 경계선 지능인 중에서도 적응을 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해력이나 자기표현, 사회성이 부족하지만 일단 의사소통은 가능하니까 주위로부터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일부러 저런 행동하는 거 아니야?' 이런 오해를 산다고 합니다. 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입대하기 몇 달 전부터 군대 관련된 영상만 본다고 해요. 가서 조금이라도 잘하고 싶다는 거죠.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니까 실제 경계선 지능인이 이렇게 발언을 했더라고요. '군대에 가면 폐급이라는 말을 많이 쓰잖아요, 못하는 애들에게? 그냥 폐급만은 안되어야겠다, 그런 마인드로 미리 예습을 했던 거 같아요'"
경계선 지능인이라도 군대 생활에 적응을 잘할 수도 있고, 경계선 지능인이 아니더라도 군대에 적응을 못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학교생활에서 이미 반복된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있어서 군대에서도 부적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경계선 지능인이 고참과 동료들로부터 무시와 따돌림을 당하다가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경계선 지능인은 군대를 면제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전제할 것은 모든 경계선 지능인이 군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대라는 새로운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단체 생활도 하고 또래도 만나는 이런 사회화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거든요? 또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면제라는 건 오히려 어떻게 보면 국가에서 '넌 안돼, 군대 오지 마' 이렇게 낙인을 찍는 게 돼서 사회복무요원보다는 현역병을 원하는 분들도 꽤 많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병역 면제 사유에 경계선 지능이라고 기입된다면 앞으로 취업할 때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기는 거죠. 또한 사실 현역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는데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능인을 다 제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지적도 있고요"
#12
"현재 우리 군의 병역 문화라든가 군의 준비 상황으로 봤을 때는 사실 다 개별 당사자들이 그냥 잘 적응하거나 또는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피해를 감내하고 가는, 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군이라는 공간에 잘 적응하고 군에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한지 아닌지를 제대로 식별해 낼 수 있는 병역 신체검사 과정의 패러다임을 좀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 한 가지가 있을 것이고요"
"두 번째는 국가에서 이들을 징병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무작정 군대에 오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밀어내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죠. 이스라엘 군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복무의 길이 열려 있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징병 대상자들 같은 경우에 이스라엘에서는 본인이 희망하면 군대를 갈 수가 있습니다. 위성사진 판독과 같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교육을 받고 이 업무를 하는데요. 징병의 대상이 되지는 않더라도 본인이 군 복무를 희망할 경우에는 그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잘 조화될 수 있는 임무를 부여받을 수 있게끔 우리의 징병 시스템이 좀 바뀔 필요가 있지 않느냐, 많은 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국민들의 모습을 닮아가는 병역제도를 만들기 위한 고민도 우리 군이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경계선 지능 장애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 군의 지휘관이나 군의 상부에서도 인지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한 과정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자폐 환자를 위한 군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만 18세 이상인 모든 국민에게 병역 의무가 있습니다. 단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면제인데, 2013년부터 자폐 환자가 자원입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폐 환자 자원입대 군인을 위한 특수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전투 부대를 제외하고 인공위성 영상 분석을 전담하는 부대를 만든 건데요, 비장애인은 못 찾는 미세한 차이도 식별해 내는 능력을 활용하는 겁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이스라엘군에는 정찰 부대가 있는데 사막에 최적화된 사막 유목민인 베두인으로만 구성돼 있거든요? 이것도 같은 맥락이죠. 우리나라도 의무잖아요. 그렇다면 이스라엘처럼 개개인의 건강 상황, 특성에 맞춰서 적합한 직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이런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염전 강제 노역·보이스피싱·성폭력···갖가지 범죄에 노출된 경계선 지능인
지난 2014년 '염전 강제 노역 사건'이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섬에 감금된 채 하루 18시간 일을 하는데도 임금도 못 받고 비닐하우스에서 수년간 강제 노역 당했던 사건인데요, 이후 검사를 해 보니 피해자가 경계선 지능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사건처럼 일을 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는다거나 보이스피싱, 혹은 휴대전화를 여러 개 개통을 시켜서 소액결제를 시킨다거나, 이런 경제적인 착취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 역시 상당한데요, SNS를 통한 성폭력의 경우, 경계선 지능인 상당수는 외롭고 친구가 없어서 SNS에서 친구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친구를 사귀게 돼서 사진을 주고받다가 어느새 그게 협박의 빌미가 되면서 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친족이나 아는 사람에 의해서 장기간 이어지는 성폭력도 있는데요, 제가 한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시아버지가 있는데, 며느리가 대출 사기를 당한 거예요. 그래서 법적인 도움을 주려고 지인을 소개시켜 줬는데, 이 여자분이 경계선 지능인이었던 거예요. 지인이 이를 알아채고 악용하기 시작했는데, '변호사와 직접 만나 상담이 필요하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사무실로 여러 차례 불러내서 성폭력을 한 겁니다. 소위 가스라이팅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 못 하게 하면서 8개월 동안 범행을 이어갔습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경계선 지능인은 오랜 시간 동안 부정적인 시선, 부적응이 누적되면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결핍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호의를 베푸는 척 접근해서 피해를 입히는 거죠. 특히 여성의 경우 성범죄에 취약한데요,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이거 너에게 좋은 거다, 나쁜 게 아니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말하지 마' 이런 말에 순종하는 경향을 보여요. 실제 성범죄를 당한 경우인데 가해자가 '조사받을 때 남자친구라고 얘기해'라고 말하면 수사 과정에서 남자친구라고 말하기도 하거든요? 가해자가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피해를 입어도 이게 피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은 다음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모르는 거죠"
#13
"자기 자신을 방어하거나 아니면 사건을 대응하는 능력이 비장애인보다는 조금 떨어지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 경험에서 무수한 실패를 반복하시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과 자신의 경험을 믿지 못하시고 다른 사람의 말에 의지하는 경우도 좀 많으십니다. 그러다 보니까 범죄 가해자들의, 뭐라고 해야 할까, 지시라든지 아니면 강요 행위에 저항을 못하시고 따라가시는 부분이 있고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의 역할을 맡고는 이걸 범죄라고 여기지 못하고 자기가 취업을 했다, 드디어 취업을 했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분의 지능 상태가, 지적 능력 상태가 경계선 지적력, 그러니까 비장애인과 조금 다르게 특이한 부분이 있다, 특이점이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조금 선처를 받을 수 있는 부분으로 좀 작용을 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변호를 했는데, 재판부에서는 그런 부분을 제대로 반영을 해주시지 않았고, 비장애인과 같이 처분을, 처벌을 받은 부분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라든가 사법기관에서 명확하게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일률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고요, 결국에는 개개인 법관이나 수사 담당자의 역량 또는 감수성에 의해서 사건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경계선 지적장애인분들이 진단 자료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사실 사건 초기가 아니라 사건 중간 단계부터 이분이 경계선 지적장애라는 사실을 주장할 수밖에 없고 사실 지적장애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발달장애인 지원법상 대한민국 사법기관에서는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라는 것을 운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 수년째 그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이 되었던 부분이 있고요. 최근 들어서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를 운영하고자 전담 수사관을 지정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수사 경험이 많은 수사관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선 경찰관 중의 막내라든가 혹은 순번을 정해서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일선 수사관의 발달장애라든가 경계선 지적장애에 대한 경험이라든가 아니면 이 특성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능력이 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사 기관의 능력이 사실 장애인 등급제를 폐지한 이유가, 장애 특성에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지원 제도가 등급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장애 정도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필요해서 장애 등급제를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장애 등급제가 폐지된 것처럼 경계선 지적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등록 장애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약 그 사람이 장애 정도에 따라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술 조력인이라든가 일선 제도상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지원 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라든가 조례 개정이 이루어져서 피해 장애인을 지원해야만 일선 수사라든가 재판 과정에 있어서 경계선 지적장애의 특성이 반영된 사법 운영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현우 변호사)
#14
"스팸 내지 문자부터 시작해서 보이스피싱, 이런 데 많이 노출이 되고요. 어딘가에서 무엇을 준다고 하니 그게 공짜인 줄 알고 가는데 막상 그것을 누르고 찾아갔을 때는 공짜가 아니고 다음에 더 큰 경제적 피해로 오게 되는 경우들이 있고요. 요즘 많이 쓰이는 말로 그루밍 또는 가스라이팅이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성적 착취 같은 경우에 상대방이 자기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라는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외로우신 부분이 있는 거죠. 그것을 좋은 의도이든 나쁜 의도이든 간에 그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으니 이 사람은 그 사람에게 집중을 하게 되니까 이런 일들을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죠"
"주위 지인을 통해서 우리 기관에 오는 경우도 있고 지역사회 복지시설 또는 주민센터를 통해서 신고 접수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를 입어도 피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그래서 한 개 한 개 설명을 드린 후에 자기가 무언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그 피해 회복에 대한 의지나 '이것이 다음에 어떻게 되지'라는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때는 계속 옆에서 조력자가 도움을 줘야지 피해 회복의 선까지 갈 수 있게 됩니다. '당신, 피해 입었으니까 저희랑 같이 경찰서 가서 이야기를 합시다'라고 얘기를 한다 하더라도 경찰서에서 '아, 저 피해 아니에요. 그 사람이 돈을 갚아준다고 했어요'라고 진술해버리면 이게 모두 없었던 일로 넘어가 버리게 되는 거죠"
(김태훈 부산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피해 초기부터 수사 단계까지 '조력자'가 있어야
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 지능군의 경우 자발적으로 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64% 정도 되지만 경계선 지능군은 비자발적 폭로, 그러니까 주변에서 말하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피해가 발생하면 그걸 주변인이 빨리 알아서 수사 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력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수사 단계 역시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서 수사 기관에서는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소통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니 수사기관에서는 이 사람이 충분히 인지를 하고 그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15년 발달장애인법에 의해 도입된 '발달장애 전담 조사관 제도'는 장애 등록이 안 된 경계선 지능인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일단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장애가 있는지 장애 정도를 확인을 해야 전담 조사관을 요청하든지 할 텐데,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지침이 없다 보니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냥 조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발달장애인, 그리고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 그 정도에 따라서 비장애인과 구별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수사기관 내부에서 교육도 필요하고 사회적으로도 이 제도가 더 알려지고 정착이 돼야 할 부분이고요. 또 인력이 부족해서 한 사건에 집중해서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요. 그래서 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수사 이후엔 재판이 기다리죠? 판결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은데,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 모두가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다거나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이로 인해 사회적 적응이 어렵고, 인식의 왜곡이나 정서장애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 장애로 보는 것도 어느 정도 타당하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처벌 수위를 정하는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계선 지능인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 것일 겁니다. 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성에 대한 이해와 정보 습득 기회가 제한적이니 성교육이 필수적일 텐데요, 현재 부산시 동구, 사하구, 서구, 영도구, 남구, 수영구, 해운대구 장애인복지관 이렇게 7곳에서 경계선 지능 대상 성범죄 예방 특화 교육 사업인 '안단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예방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계선 지능 여성, 청소년을 발굴하고 포괄적인 성교육과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에 체포되어서야 자신이 '가해자'임을 알게 되는 경계선 지능인
그런데 경계선 지능인이 늘 피해자인 건 아닙니다.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채권추심 담당 직원'으로 채용된 줄 알고 일을 했는데 경찰에 체포되어서야 본인이 한 일이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결국 법관 개개인, 그리고 수사 담당자의 역량이나 감수성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실제 한 경계선 지능인이 범죄인 줄 모르고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일했던 거예요. 그래서 조사 과정에서 인지능력이 부족했다는 걸 알게 됐고 재판부에서는 '범죄행위를 한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실패, 부적응이 누적되면서 자기 고립에 빠지고 그게 분노로 표출되면서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서울 신림동 한복판에서 행인에게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둘러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가해자의 지능지수가 75로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결국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사회적 좌절이 범죄로 이어져서 더 큰 사회적 피해,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실제 2017년 일본 소년원 신규 수감자 중 34%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거든요? 이런 통계를 봤을 때 우리 사회가 경계선 지능인을 방치할 게 아니라 범죄 피해자, 또 범죄 가해자가 되지 않게끔 적절한 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15
"지금은 그냥 집에 있어요. 저녁에는 피시방 가고 낮에는 그냥 핸드폰하고···"
"공장에서 일 해봤고 알바도 해봤고··· 알바는 말도 없이 잘렸고···"
"제가 부족하기도 하고 겁도 나서 잘 못해서···"
"현재 일은 하고 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잡일꾼이죠. 전부 다 간단한 일이기 때문에···"
"공장은 제가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나왔어요"
"그나마 배운 것이 제과제빵이랑 바리스타에요. 그런데 과연 나한테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사람으로서 저희는 이해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잖아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데, 말을 하면 한방에 알아듣지 못하고, 한 여섯 일곱 번은 말해야 해요. 그러다 보니, 답답하다 보니까 취업을 하는 게 쉽지가 않죠"
"같은 사람끼리도 평범한 사람과 경계선 지능인, 이렇게 둘을 세워 놓고 취직 경쟁을 벌이잖아요? 100% 경계선 지능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똑같이 노력하는 일반인을 쫓아갈 수 없으니까요"
(K 경계선 지능인)
일자리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경계선 지능인···성인 되어도 부모 용돈으로 생활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고용의무제도가 있어서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에서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어서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출발선 자체가 학습적인 부분이나 사회성, 상황 판단 능력이 다르다 보니 취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 대부분 부모로부터 한 달에 10~2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서 미성년 자녀 수준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 직업교육을 받아보거나 구직활동 서비스도 잘 몰라서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또 막상 일은 하고 싶지만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또 중요한 게, 취업을 했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구하더라도 뼈아픈 경험을 안고 되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들이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경계선 지능인은 배움이나 판단이 더디다 보니까 일하면서 동료들과 많이 부딪히기도 하고 또 직장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갈등이 있을 때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이런 직장생활 기술이 없다 보니까 오래 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16
"경계에 있는 분들에 대한 어떤 수용성이 좀 필요하고, 그다음에 이해도가 좀 높아야 하는 상황이고, 그분들의 이력서를 실제로 저희가 한번 보면 대부분 1개월, 2개월, 3개월··· 여러 직장을 졸업 후에 기본적으로 한 3~4군데, 5군데 정도의 직장들을 거치면서 오신 걸 봤을 때는, 그분들이 바로 직무에 적용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훈련들이 필요하고 취업하기 전에 지원할 수 있는 지원책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무 효율성의 이런 부분에서는 많이 뒤처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비장애인 분들을 고용하기 쉽지 이분들을 고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계선 지능인들에 대해 직업 훈련을 해 주는 곳은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고, 요즘은 교육청에서 학교 내에서 진행하는 부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직업에 관계돼서 교육을 한다든지 연계를 한다든지 이런 부분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계선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한다고 해서 고용 지원금을 받는 부분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지원책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황태연 매일매일즐거워 협동조합 이사(경계선 지능인 고용))
경계선 지능인의 사회 진출 위한 지원은 '매우 부족'
경계선 지능인 역시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됩니다. 성인이 되면 자립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이제 막 경계선 지능인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게 생긴 정도입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를 위한 취업 지원이나 자립 지원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대구시와 부산시 모두 관련 조례가 있긴 하지만 대구는 '평생교육'에 맞춰져 있어서 취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부산은 취업에 관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사실 두 지자체 모두 2023년에 조례를 제정하다 보니 아직 시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2022년 6월 전국 최초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평생교육 지원센터를 만들었는데요, 경계선 지능인의 자립을 목표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재형 부산MBC 기자 "서울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에서는 일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교육, 사회성 교육, 직업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요. 또한 전국 첫 실태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사각지대에 있던 경계선 지능인을 조금을 밝힐 수 있는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나 가족들이 모여서 서로 위로하고 교류하는 하나의 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 그동안 경계선 지능인이 도움을 받고 싶어도 어디를 가야 할지,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센터가 생김으로써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거죠"
서울 경계선 지능인 평생교육 지원센터는 전국에 한 곳밖에 없다 보니까 강원도나 울산 등 전국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서울시가 평생교육 지원센터에 투입한 예산은 2022년 8억 3천만 원, 2023년에 13억 원 정도입니다.
부산시가 2023년에 제정한 경계선 지능인 지원 조례에 '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설치해야 한다'가 아니라 '설치, 운영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어서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대구시의 경우에는 예산 문제로 조례에 '센터 설치'에 관한 내용은 제외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장 대구와 부산에 서울시처럼 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혜진 이음발달지원센터 대표 "사실 하나의 센터가 모든 경계선 지능인을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 센터가 중심이 돼서 지역에 있는 아동센터라든지 복지관이라든지 병원이라든지 이런 여러 기관을 연계해서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거든요? 이런 거점 역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라도 센터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대구나 부산 같은 지역에서는 전문기관을 찾기도 쉽지 않거든요"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법률로 경계선 지능인의 조기 진단이나 교육, 직업 활동 같은 전반적인 지원을 규정하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독일처럼 직업 활동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독일 돈보스코 직업교육훈련소에서 경계선 지능인이라든지, 가벼운 장애가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직업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비장애인이 2, 3년 걸릴 교육을 학생들의 속도에 맞춰 3, 4년간 느리게 교육하고요, 이론보다는 실습 교육을 많이 하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훈련을 하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직업을 가졌을 때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우리 중의 14% 경계선 지능인
IQ 70에서 85 사이를 경계선 지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숫자로 경계를 만드는 게 과연 옳을까요? 도움이 필요하지만 IQ가 70이 조금 넘는다고 어떤 공적 지원도 받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너무 매정한 게 아닐까요? 경계선 지능인이 인구의 14%라고 한다면 우리 바로 옆에서, 우리가 앉아 있는 커피 전문점에서, 우리가 타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항상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