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악 할머니 기억하십니까?
김 할머니는 내가 죽어도 잊지 말아 달라는 유언과 함께 5천만 원을 기탁하셨고, 시민들 모금이 더해져 지난 2015년 대구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희움'이 만들어졌습니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지어진 역사관, 그런데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문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은 3차례에 걸쳐 무관심 속에 쓰러져가는 위안부 역사관 이야기를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변예주 기자입니다.
◀기자▶
2015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이 대구에 문을 열 때 모두가 주목했습니다.
전시실은 발 디딜 틈 없었고 함께 역사를 기억하자고 다짐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 할머니들의 사진만이 역사관을 지킵니다.
◀황혜원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연구원▶
"정말 안 온다 하는 날에는 10명도 채 안 오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비해서는 한 달에 평균 100명 정도는 준 것 같습니다."
사무실 바닥에 양동이 2개가 놓였습니다.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벽면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 이렇게 위안부 역사관 설명이 적혀있는데요.
물이 흐른 흔적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누수는 2023년 여름부터 심해졌습니다.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건물 노후화도 있고 지금 인근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공사로 인해서 누수가 더 악화하였습니다."
수장고에는 피해 할머니가 생전 쓰던 안경과 신분증, 먹던 약이 남았습니다.
유품 상자는 하나둘 쌓여가고, 위안부 관련 기록물들도 가득합니다.
전시 공간도, 보관 장소도 부족한데 재정비할 예산이 없습니다.
상근하는 직원은 단 두 명, 전시기획부터 기념품 포장까지 도맡습니다.
◀서혁수 (사)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재정 상태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거의 정부 지원 없이 저희가 후원금으로 운영하려다 보니까 지금 여기에 근무하시는 활동가분들에게도 정말 급여를 드리기가 좀 어려울 정도로···"
역사관은 후원비와 관람료, 기념품 판매 수익으로 운영됩니다.
매년 6천만 원 남짓.
직원 급여와 관리비로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대구시가 기림의 날 행사비로 해마다 5백만 원을 지원할 뿐, 정기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열악한 재정난에 역사관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해놓고 해결 못했으면 이 역사관이라도 똑바로 좀 하나를 해 주고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것조차도 아무것도 해준 게 없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잊혀지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어느 독립운동가의 말처럼,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MBC 뉴스 변예주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