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지난 2005년 울진 왕피천 일대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지역 주민 90여 명을 채용해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단속하고, 불법 산림 훼손이나 산불 감시 활동까지 전담해 왔는데요.
2024년 정부의 인건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김형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환경부는 지난 2005년 울진 왕피천 일대 1만 헥타르의 면적을 생태 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방대한 면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환경부는 2007년부터 지역 주민 90여 명 민간 환경감시원을 꾸려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 민간 환경감시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송재성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주민회 위원장▶
"15년 가까이 이렇게 감시원 제도로 해서 지금 그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갑자기 예산이 부족했다 이래서 한 명도 없이 삭감돼 버렸습니다."
환경단체도 민간 환경감시원 제도가 폐지되면 외부인 출입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왕피천 일대의 환경 훼손은 물론 산불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원호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9개 (감시) 초소에 이렇게 주민들이 안 계시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실 생태 관광 보존 지역이 지정만 되어 놓고 그냥 방치될 수 있는, 그래서 환경 훼손이 굉장히 파괴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이제 굉장히 큰 우려가 되고요"
특히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돼 인근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어 왔는데, 이제는 감시원 일자리마저 없어지게 됐다며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학 울진군 금강송면 왕피리 새마을지도자▶
"이제 일자리를 없앤다라고 하면 저희 주민들은 그러면 이걸 (생태경관보전지역) 해지를 해달라는 거죠. 옛날처럼 주민들도 사실 왕피리 같은 경우에 핵심 구역이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 다 피해를 보는 입장인데···"
이에 대해 환경부는 민간 환경감시원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반드시 관련 예산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광현 대구지방환경청 왕피천 환경출장소 소장 ▶
"금년도 예산은 불가피하게 삭감이 되었지만 감시원 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저희도 판단하기 때문에 내년도 감시 업무 관련 예산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저희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현실을 외면한 예산 삭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습니다.
MBC 뉴스 김형일입니다. (영상취재 노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