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환율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 심리 위축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내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시사ON은 위기의 한국 증시와 경제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전망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먼저 오늘 모신 패널 두 분 소개하겠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김상호 사회자]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반갑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탄핵 정국. 여러 분야에 영향을 안 미치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은 금융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비상계엄으로 인해 국내 증시와 환율에서 이미 많은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변동성 확대에 대해서 두 분께 먼저 간단히 말씀을 듣고, 다른 것들을 한번 살펴보죠. 먼저 옥 위원님, 말씀 주실까요?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네, 12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긴 것은 1997년 IMF, 그리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였습니다. 약 15년 만에 1,460원을 돌파한 건데요.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과 비교하면 약 20거래일 만에 환율이 60원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 원화만 약세를 보이는 게 아니고,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주요국 통화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를 보시면, 2024년 4분기부터 우상향하고 있거든요. 중간중간 등락을 반복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있었던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기는 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황 박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일단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그러다 보니 환율이 이러한 우려들을 반영하면서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옥 위원님께서 환율에 관련된 부분은 잘 정리해 주셨던 것 같고요.
주식시장도 사실 상당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건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2월 3일 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그날 오후 주식시장은 약 2,50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월 4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서 3거래일 동안 71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정족수 부족으로 통과되지 않았잖아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12월 9일에는 67.58포인트 하락하면서 2,500에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12월 9일 2,360포인트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상승 반전을 하긴 했습니다. 현재는 약 2,45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탄핵 직전과 비교하면 50~60포인트 정도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흐름이 굉장히 불안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죠. 변동성은 커져 있는 상태이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주가가 상승 반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불안감이 이어지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역시 금융시장에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옥 위원님,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도 상황이 스케줄대로 진행되지 않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이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코스피 시장만 보면, 외국인들이 12월 26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순매도했고, 순매수한 날은 4거래일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비상계엄만의 영향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4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60거래일 중 약 15거래일만 매수했습니다.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밸류업 정책으로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나 싶었지만, 달러화 강세와 정치적 리스크가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선택지에서 배제한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황 위원님. 원래 이 주식이 하락 추세가 있을 만한 요인, 혹은 '셀 코리아'라는 한국 주식을 별로 매력적으로 안 보는 여러 가지 요인이 원래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기름을 부은 걸까요? 아니면 차라리 반등 조짐이 보이고 회복되던 것을 이번 탄핵 사태와 계엄 사태가 꺾어버린 건가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일단 회복 국면이 보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을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면 보통 주가가 상승하게 되고, 외국인 투자자가 팔면 주가가 하락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보이느냐 또는 매도세를 보이느냐는 주가의 향방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옥 위원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외국인 투자자는 이전부터 강한 매도세를 보여왔습니다. 한 달 평균으로 보면 약 1.5조 원에서 2조 원 정도를 매월 매도하는 모습을 보여왔단 말이에요. 탄핵 이전에도 그랬습니다.
다만, 탄핵 이전까지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성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면서, 트럼프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펼칠 것이라는 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이런 영향들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주가가 계속 하락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트럼프가 취임하고 구체적인 방향성들이 다시 숫자로 제시되면, 그때부터는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상승 반전할 수 있는 계기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계속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1월, 혹은 2월, 더 나아가 그 이후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반응입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자금을 다시 가지고 와서 순매수세로 전환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전까지만 해도 1월 중순 정도면 순매도세가 마무리되고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1월도 어렵지 않을까, 3월까지는 매도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렇게 말씀 주셨는데, 그것과 비교해서 추후 상승 가능성이 예전보다 훨씬 더 낮다, 이렇게 말씀 주신 거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우리가 가장 비슷한 사례로 분류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교를 조금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살펴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것은 2016년 12월 3일입니다. 우연히 날짜가 겹치긴 하지만,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것은 12월 9일입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인용 결정을 내렸던 것은 이듬해 2017년 3월 10일입니다.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 주가의 흐름을 살펴보면, 2016년 12월 2일, 그러니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기 직전 1,970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12월 9일에는 2,024포인트까지 약 5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2.5%의 상승으로,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 것입니다. 현재의 흐름과 비교하면, 사실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주가는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여줬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했던 2017년 3월 10일에는 주가가 소폭 상승하며, 2,178포인트까지 상승했습니다. 탄핵 인용 시점까지 약 200포인트, 즉 약 10% 상승한 것으로, 이는 코스피 지수가 꽤 많이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안정화된 흐름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비슷한 탄핵이라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은 훨씬 높은 상황이라, 오히려 주가 흐름이나 증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씀 주셨는데, 옥 위원님 보시기에도 현장에서 그런가요?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네, 그렇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 상황은 거시경제 여건부터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당시에는 거시경제 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면서 기업 실적도 개선되는 분위기였고요.
황 박사님 말씀처럼, 그때는 탄핵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시장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탄핵 과정이 90여 일 정도 소요되었으니 시장이 이를 예측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내란 사태 겸 계엄 사태가 밸류업을 기대했던 우리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에 밸류업을 하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주도 정책이었는데요?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굉장히 중요한 자본시장 정책이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고요. 사실, 이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본시장 정책은, 특히 밸류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자본시장 정책들은 우리 주식시장의 선진화, 그리고 우리 주식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이슈가 여기에 개입될 여지는 사실 크지는 않습니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된 여러 가지 개선 필요성들을 적절히 제시하고 있던 프로그램들이었기 때문에,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꾸준히 추진될 필요성이 있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사실 이 밸류업에 대한 추진 동력이 굉장히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유일하게 상승 동력을 제공했던 것이 사실 이 밸류 프로그램입니다. 이 밸류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올해 주식시장은 1년 내내 굉장히 약세를 보였을 것입니다. 상반기에는 그나마 괜찮은 흐름을 보였던 것이 밸류업에 대한 여러 가지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옥 위원님께서도 이 밸류업 정책의 동력이 많이 상실됐다고 보십니까?
[옥영경 DGB금융지주 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였기 때문에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주식은 삼성전자겠지만, 그 상위권에 매겨진 것들을 보면 밸류업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금융주들입니다. 동력이 많이 약화될 수는 있겠지만,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다는 정책들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