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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보니] 셋째 임신한 환경 공무직···"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참 기분이 좋아지는 시기이지만, 환경 공무직들에는 지금이 가장 고된 시기라고 합니다. 쓸고 나면 바로 다시 쌓이는 낙엽 때문입니다. 대구시 동구에는 한 임산부 환경 공무직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미지 리포터가 만나봤습니다.

"나뭇잎이 한꺼번에 많이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러면 저희가 너무 힘이 드는데 그냥 지금처럼만 양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아이고, 아기 있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하냐?" 걱정을 또 되게 많이 해 주시면서도···"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대구 동구청 환경 공무직 예비 다둥이 맘 진윤주입니다. 반갑습니다.

Q. 예비 다둥이 맘, 축하드립니다.

A. 네, 감사합니다.

Q. 예비 다둥이 맘이라고 하셨는데 몇째인 건가요?

A. 지금 셋째 임신 중이고요. 10년, 거의 한 11년 만에 지금 제가 다시 임신한 것 같습니다.

Q. 이렇게 환경 공무직이 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일단은 정년이 보장된 메리트가 좀 있었고요. 원래는 제가 먼저 도전을 한 게 아니라 남편이 먼저 도전했다가 가보더니 "나는 안 되겠다. 자기가 해보는 게 어떻겠니" 뭐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때는 '그래, 어차피 일은 해야 하고 그럼 내가 해보겠다' 해서 두 번 도전하고 계약직을 하면서 운이 좋게 전환이 된 케이스였거든요?

제가 뭐 여러 가지 일을 사실 했거든요. 그런데 사무직을 해보니까 아, 이건 저하고는 또 맞지 않는 느낌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이 일을 하고 나니까 '이게 정말 내 일인가'라는 생각하게 된 부분도 있어요.

Q.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거든요?

A. 아침 5시 한 20분쯤에 일어나서, 저희가 6시부터 업무를 시작하거든요? 10시까지 오전 근무가 진행되고 11시부터 1시까지는 집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1시부터 5시까지 또 근무, 그리고 5시 이후부터는 완전 퇴근인 셈이죠. 5시 이후부터는 아이도 봐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그때부터는 주부가 되는 건데···

Q.임산부시니까 거기에 대해서 좀 궁금한 걸 여쭤보고 싶은데, 혹시 임신을 이번에 계획하셨던 건지?

A.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최근에 갑자기 생기게 돼서 사실 고민은 좀 많이 했어요. 제가 활동적이기도 하고 사실 이 일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일도 그만두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제가 버틸 수 있겠느냐는 그런 생각도 되게 많이 하고···

Q. 체력적인 부분 때문에?

A. 그런 것도 있고, 일을 사무직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고 계속 활동을 해야 하니까 또 조금 많이 고민이 됐죠. 그런데 주위 분들이 되게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왜냐하면 요즘같이 저출생도 좀 문제가 되고 사회적인 문제잖아요? 그런 것도 있고 또 사실 생명의 소중함도 있고 하니까···

Q. 지금 임신하신 상태니까 배 속에 있는 아이한테 혹시 좀 힘든 그런 자세라든지 아니면 힘든 그런 일이 있지 않을지 살짝은 염려가 되거든요?

A. 사실 쉽지는 않아요. 그게 보통··· 아직 리포터님은 안 해보셨잖아요? 이게 한 7개월 이후부터, 빠르게는 6개월 이후부터도 몸이 엄청나게 무거워지고 배도 많이 나오고 신체적인 문제와 변화가 좀 생기거든요? 힘들어요. 막 이렇게 하면 다른 분들한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제가 못 하겠다고 말은 못 하지만, 실질적으로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이 있잖아요? 거기는 땅바닥에 거의 널브러져 있잖아요? 그거를 손으로 주워 담을 때 배가 이렇게 나오다 보니까 이렇게 숙이기가 되게 힘들거든요? 숙여서 하기가 되게 힘이 드니까 그런 부분도 힘들고 특히 가을철 같을 때 낙엽이 많이 떨어지면 빨리빨리 쳐내야 하기도 하고···

Q. 계속 떨어지니까?

A. 맞아요. 그리고 어쨌든 장비를 이용해서 최대한 해보지만 쉽지는 않아요. 하고 나면 배가 조금 뭉친다거나 그럴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집에 가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쉬었다가, 또 쉬어야지 오후에 나와서 또 그 작업을, 똑같은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는 편이에요.

건너편에 제 동생들이 또 몇 명 있어요. 그러면 그래도 말이라도 "누나, 괜찮아? 할만해?" 뭐 아니면 와서 좀 도와줄 거라고 얘기를 하니까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주위에 좀 많은 것 같아요.

Q. 지금 이 시기가 환경 공무직 분들에게는 아주 고된 시기라고 하던데···

A. 완전 성수기라고 보시면 되죠. 성수기라고 보시면 되고, 저희는 성수기고 업무가 밀려오는데, 낙엽들도 사실 양심은 있어요. 양심은 있는데 석 달 열흘 100일 동안 맨날 떨어지는 건 아니고 그래도 나름 자기들도 소강상태는 있는 것 같아요, 비도 소강상태가 있듯이. 그래서 저희는 그냥 저희끼리 하는 말로 얘들도 양심은 있다, 막 주야장천 떨어지지 않고, 또 떨어지다가 우리가 또 다 치워놓으면 또 자기들 또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얘들도 양심은 있구나.

Q. 저는 요즘에 나무가 이렇게 예쁘게 물들고 나니까 얼른 가서 사진 찍어야겠다, 너무 예쁘다,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낙엽이나 눈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인가요?

A. 친정엄마가 최근에는 저한테 '낙엽 구경 갈래?' 얘기를 안 하시거든요? 낙엽을 보면 '아이고, 야야, 단풍이 뭐···' '응~ 저거 다 떨어지면 내가 치워야 하는데 엄마···' 일단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고, 언제 떨어질지, 언제 어느 만큼 떨어질까, 아니면 언제 다 떨어질까, 이런 걱정을 되게 많이 하게 돼요.

Q. 낙엽에 하고 싶은 말은? == 자막과 글로 처리

"나뭇잎이 한꺼번에 많이 떨어지면 좋겠지만 또 그러면 저희가 또 너무 힘이 드는데 그냥 지금처럼만 양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떨어질 때 며칠 떨어졌다가 또 한 이틀은 저희한테 소강상태를 주고 쉬었다가 에너지를 보충해서 다시 떨어지면 그때 또 치워주마"

Q. 지금부터 계속 배가 더 불러오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언제까지 일하실 수 있는 걸까요? 출산 전 언제까지?

A. 90일 출산 휴가 중에 산전에 45일을 쓸 수 있고 산후에 45일을 쓸 수 있는 게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2월 17일이 예정일이거든요? 그러면 45일로 봤을 때 한 1월 2~3일 정도가 45일이 딱 끊어지는 날이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1월 초, 길게는 제가 1월 말까지도 생각을 해봤는데, 그러면 정말 다른 분들이 미쳤다고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일단 1월 초 중반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셋째 엄마신데 지금 사회는 사실 저출산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셋째 엄마로서, 또 다둥이 엄마로서 좀 정부에 바라시는 말씀이 있을까요?

A. 저도 대구 사투리로 하고재비, 쓰고재비, 먹고재비인데 이런 걸 충족하면서 출산하려니까 너무 힘이 드는 거예요. 젊은 세대들이 안 놓으려고 하는 게 자기들도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쓰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그 부분을 나누어서 아이한테 같이 나눠서 써야 하잖아요? 정부에서 몇 년 동안 몇조를 투입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나눠서 받는 저희 입장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너무 맞지 않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Q. 애가 하나 더 늘면 그만큼 가정에는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걸 감당하기에는 사실 지금의 현금 지원이···

A. 부족하죠. 많이 첫째 둘째도 키워봤지만 정말 많이 하고 싶은 거를 다 안 하고 살더라도 아이가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해?"라고 표현을 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맞벌이하면서도 사실 뭐 적다 하면 적은 임금이고 많다 하면 많은 임금을 두 명이 벌고 있지만 그 부분들이 다 "너희 돈 많이 벌잖아" 하지만 그 돈 다 어디 가는지 모르겠어요.

Q. 지금까지 환경 공무직 일을 하시면서 혹시 정말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길 잘했다고 이렇게 보람을 느끼셨던 적이 있을까요?

A. 없어서는 안 될 직종으로 지금 분류되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아침에 막 길에 막 이렇게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제가 치웠을 때랑 비바람이 불고 낙엽이 막 떨어졌을 때 그 낙엽이, 길에 있는 낙엽들을 제가 다 치웠을 때 그러면서 지나가시는 주민들이 '수고했다' '너무 고맙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을 때가 제일 보람을 느낄 때인 것 같아요.

Q. 임산부인 걸 아시고 정말 고생이 많다고 해주시는 그런 시민분들도 계신가요?

A. 제가 며칠 전에 휴가를 다녀왔어요. 휴가를 다녀와서 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다른 분들이 오시니까 "어! 여기 여자분 어디 가셨냐"고 주위 분들이 물으니까, '임신해서 놀러 갔다' 이렇게 얘기를 하신 거예요.

그러면서 그 휴가를 지내고 오니까 몰랐던 분들도 다 '아이고, 아기 있는데 어떻게 이 일을 하냐?' 걱정을 또 되게 많이 해주시면서도 '셋째는 다 애국자'라고 '아이고, 나라에 큰 보탬이 된다. 고맙다 잘한다' 뭐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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