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과거 중장년층이 향유하는 술로 인식됐던 와인은 이제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제와인기구(OIV)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와인 소비는 2001년 850리터에서 2021년 4,910리터로 20년 만에 6배나 성장해 세계 와인 업계가 한국 시장을 주목할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프랑스에 본부를 둔 38개국 와인 전문가 단체인 ‘세계 와인 기사단 총연합(FICB)’의 한국 총사령관이자 영남이공대 호텔‧항공서비스 전공 김동준 교수를 만나 와인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와인 상식 뽐내는 꿀팁
#BTS 진이 좋아하는 ‘컬트 와인’이란?
#저가 와인 맛있게 먹는 법
#1억 대 와인은 무슨 맛일까?
"딱 하나를 꼽으라면 DRC 본 로마네 라 타슈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수억대입니다"
"비싼 와인이 맛있는 건 사실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와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죠"
"저가 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영남이공대학교 호텔·항공서비스 전공 김동준 교수입니다.
FICB 세계 38개국 와인 기사단 한국 총사령관으로서 와인의 전문 지식 및 대중화에 앞장서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FICB는 어떤 단체인가?
FICB(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CONFRÉRIES BACHIQUES)는 전 세계 38개국 와인 기사단 총연합이죠. FICB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습니다. 1855년부터 역사를 두고 있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조직입니다.
이 세계적인 조직은 상업적 조직이 아닙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비영리재단으로서 막강한 그런 조직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저는 유일한 한국의 총사령관인데요. 6년 전에 핀란드 대회 때 기사를 받고 총사령관으로 임명이 되었습니다.
Q.와인 마실 때 꼭 지켜야 하는 것?테이블 매너도 있듯이 와인에도 매너가 있는 것이죠. 와인을 소주 원샷 하듯이 벌컥벌컥 마시는 건 좋지 않죠. 그리고 와인 모임에 나갈 때 또 사전에 공부를 좀 해서 가야 하는데 그냥 무신경적으로 간다든가 이런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음식과의 궁합이죠. 어울리지도 않는 음식하고 같이 먹으면서 와인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이런 언급을 한다는 것도 또한 분위기를 해칠 수 있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와인을 오픈해서 바로 마시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비싼 좋은 와인도 맛이 없습니다. 오픈을 해서 반드시 디캔팅 또는 브리딩을 해서 마시는, 그런 어떤 아주 기초적인 지식도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적정한 온도와 적정한 와인 잔에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브리딩: 와인에 산소를 공급해 와인이 숨을 쉬게 해준다
Q. 디캔팅이 왜 중요한가?
원래 디캔팅의 의미는 오래된 와인을 천천히 따라서 밑에 있는 침전물을 분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침전물 이외에 와인을 부드럽게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서 맛있게 마시는 그런 개념까지 포함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죠. 모르기 때문에 바로 따서 마시면 그 오랜 시간, 또는 짧은 시간이라도 병 속에서 갇혀 있던 와인이 자신의 맛을 뽐내고 발산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반드시 열어서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서 마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1만 5천 원짜리, 2만 원짜리 와인이라도 오픈해서 2~3시간 정도 있으면 좋습니다.
Q.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이유?
일단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서 기인하는 부담이 없다. 둘째는 와인은 로맨틱한 이런 분위기 또는 매력적이며 독특한 그런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죠. 그러니까 단순한 술이 아니라 문화다.
그리고 와인 한 병 한 병에는 다 스토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스토리를 서로 이야기하면서 흥미를 이끌 수도 있고 또 맛을 보고 아로마가 어떻다, 부케가 어떻다, 어느 음식과 어울린다, 이런 것들을 공유할 때는 다른 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런 흥밋거리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에 젊은 층 같은 경우에는 미국의 와인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냐 하면 젊은 층들은 과실 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직관적인 걸 좋아해요. BTS 진 아시죠? 그 친구가 이연복 셰프님한테 선물하면서 또 확산하고 회자하는 와인이 있는데요. 소위 이런 걸 컬트 와인이라고 합니다. 생산량도 좀 줄이고 또 양조 기술을 발달시키면서 과실 향을 응집시켜서 맛있게 직관적으로 이런 컬트 와인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컬트 와인: 소량 생산된 고품질 와인
Q. 비싼 와인이 맛있다?
사실 비싼 와인이 맛있는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봐서도 또 많이 찾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는 법이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와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죠. 왜냐하면 맛이라는 것은 사실 주관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나 자신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제가 추천을 해드리겠습니다. 저가격에서 고가격으로 간다든가, 아니면 신세계 와인에서 구세계의 와인으로 간다든가, 아니면 나라별로 마셔본다든가, 또는 포도 종류별로 마셔본다든가, 이런 것들의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와인을 찾아가는 거죠. 왜냐하면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20만 가지가 넘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 먹습니까? 그리고 돈이 많을 수도 없고 시간적 제약도 있고 많이 먹으면 또 술에 취합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만들어 가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신만의 좋아하는 와인,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저가 와인 맛있게 먹는 법?
일반인들이 어떻게 매번 뭐 몇십만 원, 10만 원 이상 와인을 먹겠습니까? 1~2만 원 저가 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맛있게 드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와인을 구매할 때 가능한 한 오래된 빈티지를 달라고 얘기를 하세요. 거래하는 그런 마트 이런 데 미리 얘기를 해놓으면 1년, 2년이라도 오래된 와인이 좋습니다. 와인은 좀 더 익고 완숙된 시음 최적기에 이르렀을 때 그 맛이 엄청납니다. 그러니까 저가 와인이라도 조금 더 성숙했을 때 맛의 차이는 크다 이렇게 보고요.
둘째는 와인을 따서 바로 드시면 안 돼요. 그건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이거 싼 와인인데 오래 따놓으면 식초가 돼? 안 그렇습니다. 와인 무시하시면 안 돼요. 와인은 이미 설탕 한 방울 없이 완벽한 생명체가 된 하나의 물질이기 때문에 저가 와인이라도 충분한 디캔팅을 했을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맛을 드러내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오래된 와인을 찾고 와인을 저가라도 2만 원짜리라도 최소한 2시간 이상 열어놨다 먹어라, 반드시 그렇게 드셔야 합니다.
Q.와인 지식 뽐내는 꿀팁?
와인을 많이 안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래서 모른다고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면 좀 아는 척은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와인 모임 가서 가만히 있으면 또 그렇잖아요?
그래서 아는 척하는 방법은 좋은 방법은 와인 테스팅에 대한 방법과 맛을 표현하는 몇 가지 단어만 알면 됩니다. 디캔팅, 브리딩, 또는 공기, 와인잔의 종류, 그리고 아로마, 부케입니다. 와인 한 잔을 탁 보고 냄새 맡고 마시고 이 세 단계 속에서 그다음에 표현하는 거를 몇 가지만 알면 됩니다.
첫째는 아로마죠. 아로마는 뭐냐 하면 자연적으로 느껴지는 향입니다. 꽃, 과일, 채소입니다. 딱 마시고 어떤 과일이야, 어떤 꽃이야, 채소도 흘러가네? 그러면요, 최소한 애호가 이상의 수준을 받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면 부케입니다. 부케는 말 그대로 꽃다발처럼 향이 엄청나게 폭발적이라는 걸 얘기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발 더 나아갑니다. 바닐라, 스파이시, 향신료, 가죽, 커피, 카카오, 감초, 다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조금 이따가 스월링을 싹 하면서 한 잔 딱 먹으면서 시간이 지났는데 좀 열렸어, 열렸는데 바닐라 향이 나, 조금 지나니까 감초 향이 나네? 그런데 감초인데 좀 매콤한데? 이런 식으로 몇 가지 단어를 자기가 알아서 맛과 일치시켜서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면 어떤 모임에 가서도 절대 지지 않습니다.
*스윌링: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키기 위해 잔을 돌리는 행위
Q. 최고의 와인은?
저는 사실 일반적인 와인은 거의 매일 마시고요. 40년 이상 된 올드 빈티지 분야에 제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한 27~8년 동안 700병 정도의 올드 빈티지 와인을 먹은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최근에 마신 겁니다, 자꾸 입맛이 변하니까. 그래서 지난주 제가 이탈리아 출장을 갔을 때, 또 지인을 통해서 먹은 1938년 산 'DRC 본 로마네 라 타슈'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게 과연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을 했고요.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라 타슈 와인 구하기는 힘들지만 하나의 방법은 박람회라든가 모임 또는 시음회가 있거든요? 이런 데 가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면 드실 수가 있습니다. 꼭 기회를 잡아보기를 바랍니다. <그 가격이 얼마쯤 됩니까?> 뭐 굉장하죠. 또 이거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지만 뭐 결국 이런 38년 산은 소더비나 크리스티(경매회사)에서 검색하면 알겠지만 수억대입니다. (편집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