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태풍 '난마돌'이 큰 피해 없이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2주 전 '힌남노'로 쑥대밭이 된 포항지역 시민들은 혹시나 하는 긴장감 속에 긴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위험지역 주민 8백여 명은 임시 대피소에서 불안한 밤을 보냈는데요,
군인들과 공무원, 기업체 직원들도 비상근무를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규설 기자가 현장 취재 했습니다.
◀기자▶
나뭇가지가 크게 흔들리고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집니다.
2주 전 물난리로 공장이 부서지고 펜션 건물이 떠내려갔던 포항 냉천에 또다시 흙탕물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 구룡포와 경주 감포에는 70mm가 넘는 많은 비가 왔지만, 다행히 하천이 범람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송면 제내리에 나와 있습니다.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모래로 방어벽까지 쌓아 놓았지만 다행이 강수량이 많지 않아 위험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험지역에 사는 주민 800여 명은 대피소에서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윤춘덕 포항시 대송면 제내리▶
"집에 있으면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물이 언제 먼저처럼 찰까 싶어서요"
시골 마을의 경우 마을 이장과 동네의 젊은 주민들이 집마다 찾아가 어르신들을 대피소로 이동시켰습니다.
◀정말영 포항시 장기면 인중 2리 이장▶
"자식들한테 연락드려가지고 우리 동네는 오늘 저녁에 비우니까 부모님 모셔가라고 연락드리고 아침에도 방송해가지고 아들딸 집으로 피신을 하라고···"
태풍 '난마돌'은 비보다는 바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집채만 한 파도가 해안 전체를 집어삼킬 듯 거세게 몰려오고, 방파제에 부딪혀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포항 구룡포에서 초속 26.7m, 영덕에서는 초속 24.1m의 강풍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바닷가 마을은 바람도 바람이지만 해일이 더 걱정입니다."
간판과 가로수, 벼가 쓰러지고 사과 낙과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경주 현곡에서는 9월 16일 실종된 60대 여성이 사흘 만에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공장 둘레에 모래를 쌓고 방수벽을 설치했고, 해병대 1사단은 장갑차와 고무보트를 포항지역 소방서에 배치해 태풍에 대비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태풍 '난마돌'은 비교적 얌전하게 경북 동해안을 빠져나갔습니다.
MBC 뉴스 이규설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