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이 사상 초유의 충돌 사태를 빚었던 대구 퀴어 문화축제가 9월 28일 대구 동성로에서 다시 개최됩니다.
2024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던 참에, 행사 시작 전부터 관계 기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잡음과 갈등이 일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대구 퀴어 문화축제, 집회 제한 구역에 도로 차단하고 개최하면 위법"
퀴어 축제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힌 쪽은 대구시입니다.
지난 9월 2일 산격청사 열린 간부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회 제한 구역에서 도로를 차단하고 개최한다면 위법"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법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청과 협의해 미리 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 "방해와 탄압에도 꺾이지 않고 퍼레이드를 할 생각···홍준표 시장, 공무원들을 더 이상 불법 현장에 동원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음 날인 9월 3일,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시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동성로 옛 중앙파출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당당히 행사를 펼치겠다"며 "어떤 방해와 탄압에도 꺾이지 않고 집회 시위의 자유를 명확하게 쐐기 박는 퍼레이드를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홍 시장의 전날 발언을 겨냥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023년 5월 축제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법원 1심 결과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 위원장은 "지난 판결에서 행정대집행은 불법이라고 명확하게 판결이 났기 때문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무원들을 더 이상 불법 현장에 동원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축제 개최를 20여 일 앞두고 대구시와 축제조직위 측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경찰 "퀴어 문화축제, 대중교통전용지구 왕복 2개 차로 중 1개 차로·인도만 사용해야"···2023년까지는 2개 차로 사용해 와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9월 4일 주최 측에 '집회 제한 통고'를 한 겁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왕복 2개 차로 중 1개 차로와 그에 달린 인도만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기존에는 2개 차로를 사용해 왔습니다.
강신규 중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한 개 차로는 정상 소통을 시키고 대신에 그 인도 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그러면 크게 장소 규모의 변화는 없다"며 "경찰은 평화적으로 집회가 개최되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대구시와 조율된 의견이 아닌 경찰 자체적으로 검토한 의견"이라며 "집시법에 따라 지난해 노동절 행사 때도 차선을 축소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 조치가 퀴어 축제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 "경찰, 신고제인 집회를 허가제로 바꿔 표현의 자유 침해···1년 사이 무엇이 바뀌었길래"
조직위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경찰서장이 차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집시법 12조 1항을 남용하고 있다' '신고제인 집회를 허가제로 바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창호 대구 퀴어 문화축제 인권 팀장은 "경찰이 집회 자유의 수호자로 표현했고 작년에, 그런데 이제는 집회 자유의 파괴자, 침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1년 사이에 무엇이 바뀌었길래,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는데···"라고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최 측은 경찰의 집회 제한 통고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대구시 "대구 퀴어 문화축제, 장소 변경해 달라···시민에게 교통 불편 초래"
경찰이 퀴어 축제에 대해 집회 제한 통고를 한 사실이 알려진 지 몇 시간 뒤에, 대구시는 퀴어 축제에 대한 입장문을 냈습니다.
9월 28일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릴 예정인 대구 퀴어 문화축제와 관련해 행사 주최 측에 집회 장소 변경을 촉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시는 "지난해 행사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 차도를 막고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시민에게 극심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시는 또 대구경찰청에는 "집시법 제12조에 따라 지역의 주요 도로인 중앙대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2023년 대구 퀴어 문화축제에 무슨 일 있었나? 성 소수자 인권 향상 위한 '연례행사'에 제동 건 홍준표 대구시장···경찰-공무원 충돌 '초유의 사태'
한편, 2023년 6월 도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렸던 대구 퀴어 문화축제는 예년과 양상이 달랐습니다.
성 소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한 연례행사에 홍준표 시장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공무원 약 500명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에 나섰는데, 경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라서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공무원들을 막아섰습니다.
결국 경찰과 공무원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 홍준표 시장 등 검찰에 고발·4천만 원 손해배상 청구···법원 "대구시·홍준표 시장, 700만 원 지급해야"
2023년 7월 조직위와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과 당시 이종화 경제부시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조직위는 대구시와 홍 시장에 대해 4천만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이 중 700만 원을 인정해, 대구시와 홍 시장이 조직위에 지급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구참여연대는 9월 2일 성명을 내고 "대구지방검찰청은 홍준표 대구시장을 조속히 소환해 조사하고, 법리에 따라 조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홍준표 시장,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지 14월째이지만 검찰은 '감감 무소속'···9월 28일 전에 수사 결과 나오면 불필요한 대립 예방"
이들은 2023년 7월 대구참여연대와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홍 시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지 14개월째지만, 검찰이 홍 시장을 소환 조사하지 않는 등 수사를 지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난 5월 조직위가 대구시와 홍 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최 측이 승소 판결을 받은 지도 3개월이 지났는데 검찰은 여전히 '수사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9월 28일 퀴어 문화축제 개최 이전에 손해배상을 판결한 법원의 취지에 부합하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불필요한 대립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으로 16회째, 성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열리고 있는 대구 퀴어 문화축제가 시작 전부터 갈등에 휩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