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낙동강 녹조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강정고령 지점에 조류경보 3단계 중 두 번째인 '경계'가 발령됐습니다.
강물에 포함된 유해 남세균 숫자가 급증하면서 수돗물 정수 과정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데요.
환경단체들은 수돗물이 녹조 독소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폭염이 지속되면서 낙동강의 녹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강정고령 지점에는 조류경보 3단계 가운데 두 번째인 '경계'가 발령됐습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월 22일 기준 강정고령 지점의 유해 남세균 숫자는 ㎖당 14만 4,375개로 열흘 전인 12일의 1만 4,990개보다 9.6배 늘었습니다.
이미 8월 19일 11만 6,875개의 유해 남세균이 확인돼 조류경보제 '경계' 기준치인 1만 개 이상, 2회 연속을 충족했습니다.
조류경보 '경계'가 발령되면 환경 당국은 친수 활동과 어패류 먹기, 가축 방목 등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거나 알려야 합니다.
유해 남세균은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배출하며 죽기 때문에 매우 위험합니다.
실제로 1996년 브라질 카루아루 지역의 혈액투석 센터에서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된 물을 사용해 49명이 숨진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수 과정에서 남세균의 특성을 잘 이용하는 제거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전공)▶
"살아있는 남세균들 그러니까 이게 터지기 전에 남세균들을 먼저 제거해야 해요. 그렇겠죠. 그러고 나면 물에 남은 독성이 있으니까 그걸 이제 포집을 해가지고 없애면 되는데 만일 반대로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독성 먼저 제거했죠. 그리고 남세균이 남아 있어요. 터지니까 다시 물에 또 독성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환경부는 정수 처리를 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을 99% 제거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해 남세균 숫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거되지 않은 1%의 유해 남세균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해 남세균이 '녹조 대발생' 기준치인 ㎖당 100만 마리인 경우 99%를 제거하더라도 1만 마리는 남게 됩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전공)▶
"이게 함정인데요. 이런 거예요. 99%를 제거한다 이러면 마치 다 제거되는 것 같잖아요. 예를 들어 여름철에는 1만 마리가 있으니까 99.99%를 없애야지 한 마리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자꾸 똑같은 이야기를 해요. '우리 99% 제거해' 그래서 뭐가 달라졌다는 거죠."
실제로 2022년 7월 대구문화방송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제공받은 정수를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0.226 ~ 0.281ppb 농도로 검출됐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치인 1ppb보다 낮지만 미국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2023년 9월에도 환경단체가 경북 고령군 지역의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국내 기준치의 2배가량인 1.9ppb가 검출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독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낙동강 보의 수문 개방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 당국은 이를 새겨듣지 않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