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작가와 예술가, 철학가들이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랜 세월을 이어오며 현대 문명에까지 다양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겠죠. '그리스·로마 신화'에 얽힌 다양한 의학 이야기의 세계,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경과 전문의 유수연 교수와 떠나보시죠.
[김혁]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실 문학·예술에 영향을 정말 많이 끼쳤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플롯은 예술 파트에서 많이 활용되기도 하는데 의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그 신화 속 인물 중에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최고는 헤라클레스가 아닌가. 힘도 제일 세고 태생도 비범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런데 이 헤라클레스가 신경과 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이건 사실이 아니죠?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이제 딱 신경과 병이 진단받았을 때 나오지는 않죠, 신화니까.
[김혁]
외래로 온 것도 아니고.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그렇죠. 방문하지는 않았으니까. 저희가 이제 가설이기는 한데 헤라클레스가 겪었던 증상 중에서 신경과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김혁]
그게 뭔가요?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헤라클레스가 키타이론이라는 괴물을 퇴치하고 나서 테베 왕의 딸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이제 위대한 영웅이니까. 이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까 헤라클레스를 항상 좀 싫어하는 헤라 여신이 벌을 내린 거죠. 그래서 광기를 불러일으켜서 갑자기 아내와 자식들이 모두 괴물로 보여서 결국에는 자식과 아내를 강한 힘으로 막 때려서 헤치고 마는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는데요.
신경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저희가 뇌전증이라고 하는, 그 뇌전증에 발작 후에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헛것을 보고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한 게 아닌가, 이렇게 추측을 해볼 수가 있고. 그래서 그런 증상은 보통 측두엽 혹은 전두엽 뇌전증 발작 이후에 나타날 수 있어서 혹시 이제 헤라클레스가 고대에 살았지만 사실 그런 증상을 겪었던 게 아닐까. 그런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고 헤라클레스의 그런 비극과 연결한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김혁]
와, 힘이 굉장히 센데 뇌전증을 앓고 있다니까 좀….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안타깝죠.
[김혁]
그렇네요. 그런데 사실은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읽는 것은 지금은 좀 많이 보편화 되어 있긴 하나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름도 너무 길고, 그 이름이 그 이름 같고 막 그렇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책까지 내신 분이에요. 그 속에서 의학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조금 쉽게 독서할 수 있는 비법, 팁이라고 해야 할까요? 있을까요?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너무 이름이 낯선 이름이 많고 이제 그리스식 이름이니까···
[김혁]
계보도요. 이렇게 부부가 되었다가 이게 또 섞이고···
[유수연 신경과 전문의]
누군지도 모르겠고. 또 우리 유교 문화관에서도 당황스러운 것 같긴 해서. 잘 이해가 안 돼서 처음에 읽다가 막 지치시는 분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조금 힘드실 수도 있어서, 신화 속 얘기들, 에피소드들이 멋진 그림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거든요. 그런 명화들, 멋진 그림들을 좀 찾아보시면서 그 그림에 관련된 에피소드 중심으로 먼저 익힌 다음에 그 에피소드를 여러 개를 익혀서 또 그 관계를 연결 지어서 하시면 조금 더 재미있게 그리스 로마 신화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요. 또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이제 제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제일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김혁]
오늘 다시 한번 읽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구성 진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