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3년 2월 18일은 192명의 희생자와 151명의 부상자를 낸 대구 지하철 화재 대참사가 일어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구에서는 20주기 추모제가 열려 참석자들은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그날의 아픔을 기억할 것을 다짐했지만 추모제를 반대하는 집회도 열려 어수선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정을 책임지는 대구시장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유족들과 대구 시민들로 구성된 2·18 합창단이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성악가가 되고 싶었던 한 여대생의 꿈이 참사로 물거품이 된 것을 안타깝게 여겨 결성된 합창단의 애절한 노래가 마음을 울립니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화마에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는 2023년으로 벌써 20년째를 맞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의 좁은 골목에서 159명이 어처구니없게 희생된 참사가 일어난 뒤여서 이번 추모제는 더욱 남다릅니다.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
"지난 20년 동안 똑같이 되풀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부끄럽습니다. 저 하늘의 별이 된 우리의 영령들에게 정말 부끄럽습니다."
추모제에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유족을 비롯해 재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억울한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유족의 바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박래군 4·16재단 이사▶
"(대한민국에서는)사건 현장과 증거를 은폐하고 왜곡하고 없애는 데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또 책임지는 것은 항상 뒤로 뒤로 미루고 했습니다."
20주기 추모제를 맞아 서른두 명의 희생자 유골이 묻힌 묘역에는 새로 추모 꽃밭이 조성됐습니다.
매년 이날 이곳을 찾는 김정강 씨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막대들 사이에서 조카딸들의 이름을 찾고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립니다.
참사로 함께 숨진 딸들을 가슴에 묻고 그해 가을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 불쌍한 여동생을 생각하면 목이 멥니다.
◀김정강 고 서은경·서은정 이모▶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버렸습니다. 가정이라고 해봐야 연고자는 죽은 삼 모녀밖에 더 있나. 그래도 (조카딸들의) 아버지라도 연락이 되면 덜 원통하겠어요."
유족들의 이런 마음보다 추모탑이 있는 곳의 인근 상인들은 생존권 요구가 더욱 중요합니다.
대구시가 동화시설지구 경제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한 약속을 어겼다면서 추모 반대 집회를 열고 추모 공간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정작 갈등을 해결해야 할 홍준표 대구시장은 추모 행사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시민단체까지 모여 활동하는 것은 정치투쟁과 다름없다면서 불참했습니다.
대형 참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참석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한 20주기 추모제였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