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교 기업'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지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특수학교가 만든 기업인데요.
경북 북부에선 안동의 영명학교와 상주의 상희학교 두 곳에 있습니다.
두 곳 다 카페를 운영 중인데, 어느덧 각각 개업한 지 10년과 5년 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이도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매의 눈으로 에이드에 들어갈 탄산수와 과일시럽의 비율을 확인합니다.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힘껏 집중하는 직원들.
모두 상주에 위치한 특수학교 상희학교의 졸업생입니다.
◀김진수 상희학교 출신 4년 차 바리스타▶
"저희 카페는 상희학교 감나무 카페이고 커피도 맛있고. 많이 찾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0여 개 메뉴 가운데 가장 비싼 음료가 3천 원도 안 됩니다.
저렴한 가격에 아늑한 분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제법 멀리서도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습니다.
◀김상옥 상주시민▶
"직원들도 좋고 우리가 들어앉은 카페(분위기)가 온화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하루도 빠짐없이 와요."
연간 매출은 5천만 원 정도.
일반 카페와 비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발달장애 학생들의 노력과 선생님들의 헌신이 어엿한 5년 차 카페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커피 한 잔은 물론, 고객 응대하는 말 한마디 모두 수백 번의 연습 끝에 나온 겁니다.
◀김예진 상주 상희학교 특수교사▶
"쟁반하고 같이 이동해서 손님 앞에 놓으면 돼요. (실례합니다. 카푸치노 나왔습니다)"
감사함을 무한대로 나누자는 뜻의 감나무 카페의 운영 수익은 다시 장애 학생들에게 기부 형태로 돌아갑니다.
◀류연하 상주 상희학교 교감 선생님▶
"원재료를 수입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 거의 75%를 씁니다. 나머지는 학생들의 장학금, 이웃 학교의 사랑 나눔 장학금으로"
안동에는 영명학교의 '명 커피'가 있습니다.
경북교육청 건물에 1호점, 안동시의회에 2호점까지 내면서, 창업 10주년을 앞두고 연 매출이 2억 원을 넘겼습니다.
◀임종식 경북 교육감▶
"특수 학교에서 (교육청 입점)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것은 우리 학생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겠다, 특수교육의 목적도 결국은 '자립'이고 자립하려면 취업해야 하는데 여기서 취업의 길도 익히고 실제 현장 실습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카페를) 설치했습니다."
최근에는 드립백과 텀블러, 커피 화분 등 부가 상품 제조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윤영석 안동 영명학교 출신 2년째 드립백 제조▶
"실력이 늘었어요. (대리님이 만든 드립백에는 불량품이 없나요?) 없어요. (확신합니까?) 확신하는데 흘릴까 봐 걱정돼요."
선생님들은 더 많은 학생에게 일할 기회가 돌아가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습니다.
지금도, 전체 학생의 10분의 1 정도만 채용된 상태입니다.
◀김준우 안동 영명학교 특수교사▶
"이 '명 커피'란 브랜드 로고를 한 분이라도 더 보면서 '아, 거기 안동에 있는 영명학교에서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야. 그리고 명 커피란 곳은 발달장애인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착한 기업이야.'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더 심어 주기 위해서···"
최근 영명학교는 운영 수익을 모아 커피차를 구매하면서, 조금 더 많은 학생이 바리스타 체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준희 안동 영명학교 특수교사▶
"우리가 이 커피차를 이용해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다른 특수)학교로 방문해 친구들에게 체험도 시켜주고 커피도 한번 내려보고··· 학생들의 실습처로 잘 활용하겠습니다."
도내에서 취업 연령에 든 장애 학생은 모두 1천 6백여 명.
하지만 정기적인 수입을 얻는 일자리에 취직한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직장 생활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장애 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에 관심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박재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