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이른바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에 있는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며 10곳의 특수활동비를 점검했습니다. 대구지검과 서부지청, 그리고 대구 주변에 있는 검찰청 점검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준 1,317만 원···특수활동비의 행방은 '오리무중', 자료는 검찰청마다 '제각각'
2017년 12월 21일 대구지방검찰청이 누군가에 1,317만 원을 줍니다. 대구의 평범한 노동자 넉 달 월급쯤 되는 이 돈은 특수활동비였습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받아 갔는지 먹칠을 해 놔서 알 수 없고 그냥 받아 간 것입니다. 대구지검과 서부지청은 이 밖에도 여러 번 천만 원 단위의 돈을 특수활동비로 지급했습니다. 모두 구체적인 사유와 수령인 정보는 가렸습니다. 단지 기밀 수사를 목적으로 엄격하게 썼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보면 주요 부분은 '먹칠'이 되어 있고, 보관 상태도 꼼꼼하지 않습니다. 일단 자료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2017년까지 특활비 자료는 1~2개월마다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법에 따라 공문서는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게 원칙인데 이렇게 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10개 검찰청 사정도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2017년 상반기 자료는 모두 증발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 있겠지만 2017년이 이영렬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집니다. 그래서 검찰은 특활비 관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그해 9월 약속했는데, 그게 검찰청마다 제각각인 상황입니다.
대구·경북에는 10개 검찰청이 있는데, 자료 공개 측면에서 본다면 모두 다른 모습입니다. 2017년 상반기 특활비 자료가 없는 문제를 검찰청마다 묻고 있습니다. 대구고검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만 하고, 대구지검 역시 "보유하고 있는 2017년 자료를 모두 우리에게 줬다"고 합니다. 포항지청과 의성지청도 9월 이후 자료를 공개한 상태고, 영덕지청은 2017년 자료가 없다고 하다가 뒤에 9월 이후 자료를 찾았다고 했고, 경주지청도 9월부터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서부지청과 김천지청, 상주지청은 더 상황이 나빠서, 2017년 자료가 전혀 없고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부지청에선 찾아도 자료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폐기를 한 거냐 물어도, 그건 아닌데 찾아도 없다고 합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안동지청은 유일하게 8월부터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검찰 특활비, 어떻게 쓰여지나?
검찰 예산 검증 작업이 전국으로 확산한 의미를 찾는다면 이른바 '떡값'처럼 쓰인다는 것을 밝혔고, 앞으로는 예산을 그렇게 나누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원래 어떻게 쓰도록 되어 있는지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 기관 예산 사용은 기획재정부가 다루고, '예산 및 기금 운용계획 지침'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 안보, 경호 등 국정 수행 활동에 쓰이는 경비'라고 되어 있습니다. 월급이나 상여금, 떡값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검찰의 부실한 예산 사용 실태로 드러난 것은 한동훈 장관이 특활비가 '떡값'처럼 나뉘어졌다는 국회의원 지적을 두고 "'뇌피셜'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연말이니까, 명절이니까, 임기 마치니까, 누가 왔으니까 떡값 주듯 격려금으로 사용된 특활비 사용 실태를 뉴스민이 대구·경북에서도 일부 확인했습니다.
뉴스민이 확보한 10개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는 지난 69개월, 2017년 8월~2023년 4월 동안 쓴 약 17억 원에 대한 5,000여 페이지 분량입니다. 그 가운데 의심스러운 부분을 일부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구지방검찰청이 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증빙자료를 보면, 같은 날 같은 금액으로 시작해 같은 금액으로 끝나는 고정 지출 패턴이 확인됩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 사이 쓴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증빙자료는 모두 같은 금액으로 시작합니다. 시작만 그런데 아니고 450만 원을 포함한 9건이 같은 날 집행됐는데 금액과 지출 순서가 매달 일치합니다.
2017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는 450만 원, 90만 원, 50만 원, 30만 원, 40만 원, 135만 원, 25만 원, 20만 원, 10만 원 순으로 이어지고, 2018년 1월부터 6월 사이, 6개월 동안에는 450만 원, 70만 원, 35만 원, 20만 원, 30만 원, 100만 원, 20만 원, 15만 원, 10만 원 순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매월 공과금이 빠져나가듯 규칙적인 특활비 고정지출입니다. 영수증 한 장만 남긴 채 같은 날 같은 금액 현금으로 전달된 이 특활비는 누군가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한 겁니다.
2017년 9월부터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가 2018년 6월 이후에는 같은 패턴을 보이지 않습니다. 상황을 찾아보니 대구지검장이 바뀝니다. 바뀌기 전에 이상한 패턴을 보였던 시기에는 노승권 지검장이 있었습니다. 이영렬 돈 봉투 만찬사건 참석자입니다. 2017년은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가 한창 활동할 시기였고 4월에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 전 지검장을 포함해 특수본 검사 6명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식사를 하면서 돈 봉투를 나눠줬습니다. 그때 노 전 지검장이 100만 원을 받았는데, 출처가 특활비였습니다. 청와대가 감찰을 지시했고, 개선 방안까지 나왔지만, 그 후 노승권 특수본 검사가 대구지검장이 된 시기에도 특활비는 특이한 방식으로 계속 지급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 전 지검장 퇴임 후인 2018년 7월부터는 '450만 원 고정지급' 패턴은 보이지 않고, 대신 또 다른 정기 지급 패턴을 보입니다. 매달 같은 날 6~8명에게 적으면 145만 원, 많으면 325만 원을 정기적으로 줍니다. 다만 7월 이후 보이는 정기 지급 패턴은 '450만 원 고정지급'과 달리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덜해 실제 기밀 수사에 쓰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450만 원 고정지급'은 긴 기간, 열 달 동안 일관적인 지급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진짜 기밀 수사에 썼는지 의심이 갑니다.
연말·임기 말 '특활비 몰아 쓰기' 정황 나타나
10개 검찰청 특활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선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좁혀서 살펴본다면 특활비 총액은 약 4억 2,270만 원으로 연간 2억 원꼴입니다.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년 치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입니다. 노 전 지검장 재임 기간 사용된 특활비는 후임 박윤해 지검장 재임 기간에 사용된 약 1억 4,645만 원과 비교해 80%가량 더 많은데, 노 전 지검장 임기 중에는 연말 몰아 쓰기와 지검장 퇴임 전 몰아 쓰기 정황도 발견됩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사용된 특활비를 월별로 보면 2017년 12월에 약 6,336만 원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됩니다. 연말 몰아 쓰기 정황이 보이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2018년 6월이 약 4,114만 원으로 뒤를 잇는데, 이때 검사장 자리가 바뀝니다.
2018년 6월은 노 전 지검장 임기가 종료되는 6월 21일까지와 이후로 나눠 살펴보면 노 전 지검장의 임기 말 몰아 쓰기 의혹이 짙어집니다. 2018년 6월 한 달에 대구지검이 쓴 특활비 4,114만 원 중 대부분인 약 3,966만 원이 6월 21일까지 사용됩니다. 특히 고위 검사 인사가 발표된 6월 19일부터 사용액이 급증해서, 임기 마지막 날인 21일까지 사흘 사이에만 2,825만 원을 몰아 썼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쓴 특활비 중 약 70%에 해당합니다. 반면, 6월 21일 이후 특활비 집행액은 6월 25일과 28일 2차례 148만 3,960원에 불과합니다. 6월 집행분의 대부분을 노 전 지검장이 집행했는데 노 전 지검장이 기밀 수사와 관련 없이 퇴임 전에 특활비를 몰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이전에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것을 보면 2017년 12월 대검찰청은 성탄절 다음날인 26일 4억 천만 원을 전국 63개 검찰청에 차등 지급했는데, 연말 국고 환수를 앞두고 남은 특활비를 나눠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2017년 12월 사용 현황을 보면, 20일까지는 다른 달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12월 21일부터 지급 규모가 커집니다. 그날 1명에게 1,317만 원이 집행되고, 엿새 뒤인 27일에도 적지 않는 금액이 고르게 지급됩니다. 이렇게 대구지검에서 연말에 20명에게 수천만 원을 지급한 시기는 대검찰청이 전국 검찰청에 한 달에 두 번 특활비를 내려보낸 시점과 같습니다. 연말의 '13월의 돈 잔치'가 전국 검찰은 공통 분모였을 가능성이 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지검에 대한 특활비는 의혹은 주로 노승권 전 지검장 시기로 모아지는데, 노 전 지검장은 통화에서 "내용을 알지 못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고, 문자메시지를 통한 질의에는 "특수활동비는 검찰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사용, 집행되고 있으며 매년 그 사용내역을 내부 감찰을 통해 확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밀 수사 목적으로 써야 할 특활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오남용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