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의성군 "화물터미널 배치 없다면 대구경북신공항 반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두고 의성군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신공항 설계상 화물 터미널을 대구 군위군에 짓는다는 초안이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대구시와 군위군, 의성군이 의견 조율을 해 온 것처럼 보이는데, 일이 틀어진 계기는 바로 국토부가 8월 25일에 발표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이었습니다. 국토부는 민간과 군 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최초의 사례라면서 2020년부터 시작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주요 시설의 배치가 결정됐는데 의성이 반발한 것은 '항공 물류단지'입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전체 사업부지 중 가운데를 기준으로 위쪽이 의성군, 아래가 군위군입니다. 대구경북신공항 사업부지 중앙에는 공항 시설이 들어가는 곳으로 보면 됩니다. 문제가 된 민항터미널 지역은 군과 민간 공항의 여객과 화물 터미널이 자리 잡습니다. 여기가 군위군에 속하는데, 의성군민들은 원래 의성에 짓기로 한 시설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경북 의성군 주민 "화물 터미널 군위로 가면 의성은 껍데기 물류단지에 불과"
경북 의성군은 당초 공항 건설에 크게 동의하지 않다가 물류단지를 약속하니 찬성으로 돌아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화물 터미널이 군위에 들어선다는 내용이 담긴 초안이 발표되자, 주민들은 의성에 들어서는 물류단지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박정대 의성군 이전지원위원회 위원장은 군민이 처음부터 공항 유치에 찬성한 것이 아니라며 항공 물류를 의성에 준다는 약속이 있었고, 당연히 화물 터미널이 의성에 자리 잡을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처럼 되면 의성군수는 공항 유치를 무리하게 추진한 게 되고 그러면 주민소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8월 말 대구시가 주최한 신공항 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2백 명이 넘는 의성군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최근 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가 군위로 정해진 것에 강력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성군민
"약속 무시한 공항 이전, 주민 투표 다시 하자"
"의성군민을 완전히 우롱하고 이거는 사기야, 사기!"
"신공항을 취소하라"
"취소하라, 취소하라"
주민들은 군위에 화물 터미널을 배치한 건, 의성 지역에 항공 물류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공동 합의문'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비행기에서 비행기로 운송되는 화물, 즉 '환적화물'은 군위 공항 터미널에서 맡고, 육로를 통해 비행기로 운송되는 화물, 즉 '직화물'은 의성 물류단지에서 분리해 맡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석주 대구시 공항건설단장 "공동합의문에 따르면 항공 물류단지라고 표현돼 있는데, 항공 물류단지에 물류 터미널을 포함한 개념입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는 거고요. 저희가 조금 말미를 주시면 경상북도와 협의를 해서 그 방안을 내놓겠습니다"
하지만 공항 화물 터미널이 의성에서 4.6km나 떨어지게 되면 결국 기업들이 군위와 가까운 물류단지를 찾지 않겠냐며, 대구시의 설명을 반박했습니다. 특히 공항 소음 영향권에 위치한 주민들에 대한 대책이나 보상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며 대구시와 국방부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김선동 의성 신공항 이주대책위원장 "고향을 다 버리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다 버리고 이렇게 간다면서 (공항 유치에) 찬성표를 찍었는데, 그 무슨 심정으로 찍었겠습니까? 대구시가 지금까지 우리 주민들한테 협상 한번 하러 온 적 없습니다"
대구경북신공항과 관련한 '공동 합의문'은 지난 2020년 8월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만든 내용입니다. 공항을 두고 서로 결이 조금씩 달랐던 대구시와 군위, 의성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공동 합의문에는 항공 물류, 항공 정비산업단지 및 관련 사업과 물류 종사자의 주거단지는 의성군에 우선 배치한다고 했습니다.
2020년 8월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의성군과 합의한 인센티브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군부대 정문과 영내 주거시설, 복지·체육시설 의성 배치
- 항공 물류·항공 정비산업단지와 종사자 주거단지 조성
- 농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
- 대구에서 신공항을 거쳐 의성역까지 공항철도와 도청-의성 간 4차선 도로 건설
- 관광문화단지, 즉 의성랜드 조성
해당 내용은 기본 계획을 수립할 때 의성군과 협의해서 추진한다는 조항이 들어있습니다. 당초 안에서 의성군의 요구 사항이 반영돼 합의문으로 확정됐습니다. 이 합의문은 군위군 지원을 담은 합의문과 함께 이전부지 선정위원회의 의결 안건에 첨부돼 공식화됐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2020년 8월) "(군부대 시설 배치와) 농식품 산업클러스터 등 이런 내용은 국가와 충분히 검토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공항까지 철도는 타당성 검토보다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으려고 (합니다)"
의성군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군의회와 공항 유치위원회에 이해를 구하고 최종 합의했습니다.
김주수 의성군수 (2020년 8월) "(의성)군이 할 수 있는 문제, 특히 주민과 협력해야 하는 문제는 최선을 다해서 하루라도 빨리 공항이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구경북신공항은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새로 짓습니다. 민간 공항은 군위에, 군 공항은 의성에 자리 잡고요. 화물 터미널을 지금 발표대로 군위에 둔다고 하면 의성에 물류단지가 만들어져도 거리가 4.6km입니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러면 기업들이 먼 의성보다 화물터미널과 가까운 군위에 물류단지를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성군민들은 핵심 시설인 민간공항터미널과 군 영외관사를 군위에 주면서 의성은 전투가 소음에 시달리게 됐다는 반응입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지난 8월 이종헌 대구시 신공항건설 특보를 만나서 화물 터미널이 의성이 배치되지 않으면 의성군은 공항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구시가 새로 검토하는 것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의성 군민들에게 이대로 해도 될지 말지 의견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대구시가 의성군 달래기에 나섰는데, 홍준표 시장은 9월 4일 간부회의에서 공항시설인 화물 터미널은 군위에, 항공 물류단지는 의성군에 집중하는 것이 공동 합의문의 기본이라고 했습니다. 의성군 이외의 특정 도시에 항공 물류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신공항 물류 시설은 의성군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대구시는 공항 화물 터미널에서 의성 신공항 물류단지까지 직통 도로를 만들어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대해 의성군 이전지원위원회는 9월 7일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놓은 약속이 주민을 현혹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공동 합의문에 명시한 항공 물류는 핵심 시설이 화물 터미널이고, 이는 반드시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성군수는 모두 공항 업무를 중지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로써 대구경북신공항 사업이 또 다른 갈등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② 9.4 공교육 멈춤의 날···"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기 위해"
9월 4일,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49재 추모제가 전국적으로 열렸습니다. 대구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많은 교사가 추모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대구에서는 두 군데서 추모행사가 열렸는데 교육청 앞에는 전교조와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소속 교사가, 2.28기념중앙공원에서는 대구교총이 주최했습니다.
고 서이초 교사 49재를 추모하는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대구교육청 앞 광장을 가득 메웠고, 검은색 옷을 입고 고인에게 꽃을 바치며 명복을 빌었습니다. 닫힌 교실 속에서 교사 혼자 감당해야 했던 악성 민원과 과중한 업무가 결국 교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했습니다.
김도희 대구 사월초등학교 교사 "그런 어려움이 지금까지 누적되어 왔었고, 그런데 선생님들이 그런 어려움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교육 당국이 어떤 조치도, 그런 어려움을 모르지 않을 거면서 외면해 왔다는 생각이 들고요."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 외에 지난 주말 등 최근 나흘 사이 경기도와 군산에서 3명의 교사가 잇따라 숨지는 등 파장이 커지면서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교사들의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도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 "교사들의 이런 집단적인 목소리들을 당연한 권리 행사를 불법이라고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경북교육청은 교사들이 연가, 병가, 조퇴를 내고 서울지역 추모 집회 참석 등 집단행동을 했는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집계된 현황은 교육부에 보고하며, 징계 등 향후 처리 방향은 교육부 공식 방침에 맞춰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의 죽음은 교육의 죽음"···추모식에서 나온 '현실적인 교권 보호' 요구
추모식에서는 선생님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교사가 죽는다는 건 교육이 죽는다는 거라며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 공교육을 멈추고 모였다고 했습니다. 교사들은 안전한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작은 소망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어떤 유치원 교사는 2022년 대구시교육청에서 교권 침해 92건이 있었는데, 유치원은 한 건도 없다고 했습니다. 학부모가 기세등등하게 교사에서 압박을 가하는데도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으면 교권 침해롤 보지 않는다며 좀 더 현실적인 교권 보호를 요구했습니다.
사회적 여파가 커지자 교육부는 대책을 냈고 정치권도 법률 개정에 나섰습니다. 먼저 교육부는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균형을 잡고, 정당한 교육 활동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교원과 학부모의 소통 개선까지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정치권도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까지 4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교사들은 지금까지 대책과 뭐가 다르냐며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사법이 바꿔도 현장에서 무엇이 정당한 생활지도인지 다시 명확하지 않은 사안이 발생하면 아동학대로 해석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강은희 교육감은 9월 5일 언론인 모임에 나와서 아동학대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초중등교육법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며 이 법이 개정되면 교육 현장에 분명한 변화가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교권 침해를 생활기록부에 남겨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문제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연가와 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습니다. 정부와 교사들의 큰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공교육이 처음으로 멈춘 날을 계기로 교육 현장의 정상화를 위해 실효성 있는 입법과 제도 보완을 위해 힘써야 할 때입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오마이뉴스 조정훈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