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은 창사 59주년을 맞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방송영상 기획취재 지원사업의 하나로 '사분오열 대한민국, 진영 논리를 넘어 미래로'라는 특별 기획 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1980년 대 말 영호남 지역 갈등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이후 각 부문에서 갈등이 새로 생기거나 깊어지고 있습니다.
갈등을 넘어 이제는 상대방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혐오사회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지역과 이념, 세대, 젠더 갈등의 현실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영호남 지역 갈등의 현 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 대구의 시민들로 구성된 '대선 원정대'가 광주로 출발합니다.
영. 호남인들이 대선 개표를 지켜보면서 갈등을 허물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다희 호남 국악인▶
"아직도 가끔 얘기하지만 지역 감정이라는 게 정말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변동해 전남 장성군 세심원 대표▶
"우리 이웃이지 경상도가 어딨고, 전라도가 어딨어요."
이번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지역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오자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영남이 늘 지지해 왔던 보수정당 계열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반면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왔던 정당 계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광주·전남·전북에서 8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반된 투표 성향이 나온 데에는 단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만 작용했을까요?
또 다른 요인은 없었을까요?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웹 패널 방식의 집단별 갈등 인식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영호남 갈등이 크다고 응답한 사람이 78%나 차지했습니다.
아주 크다고 생각한 사람은 40%나 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14% 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영호남 갈등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차장▶
"현재 양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을 연고로 한 정치를 계속하고 실제 결과도 지방선거 때 결과도 영호남이 완전히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제가 봤을 때 이거는 지역 구도가 완화가 되지 않는 이상 지역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영호남의 지역갈등은 최소한 정치 분야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영호남은 사실 비슷한 정치적, 역사적 배경과 아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는 1956년 대선에서 진보 진영인 조봉암 후보에게 70% 이상 지지를 보냈던 진보 도시의 대명사였습니다.
1960년 4월 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화 운동의 발생지이자 해방 직후 미군정 때 최초의 민중항쟁인 10월 항쟁이 발발한 저항의 도시였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가 1980년 5월 신군부에 저항하다 많은 시민이 희생된 것과 닮은꼴입니다.
이런 대구는 왜 보수의 성지가 되었을까?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호남 출신인 김대중 후보와 맞서면서 영남 대통령을 들고나오면서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입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 성장의 과실이 영남지역으로 쏠리면서 영호남의 불균형이 생겼고 전두환 군사정권은 이를 이용하고 가속화했습니다.
◀채장수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영남) 지역민의 경제적, 정치적 입지에 크게 도움이 되면서 보수화와 동시에 기득권을 내면화하는 과정들이… 지역주의가 강화, 시작된 측면들이 있었고요."
영호남 갈등은 우리나라 정치사가 빚어낸 산물이지 지역민 간의 직접적인 대립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치유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최근 들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대구의 중학생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된 의미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광주를 찾았습니다.
◀박채희 대구 고산중학교▶
"5.18을 책으로만 배웠을 때는 약간 덜 와닿는 느낌이었는데 여기 와서 모형이나 동영상을 보니까 마음이 이해가 되고…"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이 미래 동반자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고 시민 사회단체들도 교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김재옥 전교조 광주지부장▶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의 다르다고 하는 생각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벽은 자주 만나고 얘기를 나누면 금방 허물어질 수 있는 가상의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노력과 소통이 최소한의 해법이 될 것이고 이런 고민과 행동이 쌓일수록 두 지역 사이의 벽은 허물어질 것입니다.
"영호남이 지역 갈등을 넘어 내일로 향해 묵묵히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영 논리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그 첫걸음을 뗄 것입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마승락)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