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녹조와 관련해 대구 수돗물 안전을 점검하는 뉴스를 집중 보도해 드렸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관련 보도 중 일부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보다는 정치적 성격이 짙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쟁점은 무엇인지, 심병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7월 대구 주요 정수장 3곳의 정수를 녹조 독소 전문가인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에게 검사 의뢰했습니다.
검사 결과 남세균이 생산하는 독소, 마이크로시스틴이 3곳 모두 검출됐습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의 성인 허용 기준치 1.6ppb 미만이지만 아동 허용치인 0.3ppb에 근접한 수치였습니다.
이후 낙동강에서 가까운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도 녹색 물질이 낀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이 중 하나의 수돗물 필터를 PCR 검사한 결과 역시 유해 남세균이 확인됐습니다.
◀이승준 녹조 독소 전문가 부경대학교 교수▶
"마이크로시스틴을, 그러니까 남세균 독성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남세균이었습니다. 즉 가정집 필터에 있는 세균은 유해 남세균이었고요. 유전자 검사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파장이 커지자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2022년 10월, 대구MBC와 함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 공동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북대 신재호 교수팀이 최첨단 유전자 검사법인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맡고 국립환경과학원이 PCR 검사 등을 실시했습니다.
검사 결과 남세균과 코코믹사 등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분석에서 큰 의견 차이를 보였습니다.
경북대 측은 남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봤지만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남세균 DNA만 확인되었지 살아있는 남세균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한 겁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일방적으로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의 일종 '코코믹사'라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대구문화방송은 코코믹사뿐 아니라 남세균도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더불어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목적인 남세균 PCR 검사는 제쳐놓고 코코믹사 PCR 검사만으로 남세균 검출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보도를 문제 삼아 대구지법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남세균과 남세균 DNA는 명백하게 다르다며 허위 사실 보도라고 주장합니다.
김동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큰 운동장에 멧돼지가 한 마리 있다고 해서 운동장을 멧돼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사건 현장에서 찾은 DNA도 증거로 쓸 수 없게 됩니다.
PCR 검사로 DNA를 증폭해 특정 생명체를 확인하는데, DNA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거나 친자 확인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신재호 경북대학교 (DNA 전공) 교수▶
"(성범죄 현장에서 나온) 정액에서 (누군가의) DNA가 나오면 정액 DNA가 나왔다고 얘기해야 하지 (누군가의) 정액이 나왔다고 얘기하면 안 되는 것하고 똑같은 얘기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더욱이 국립환경과학원이 코코믹사라고 발표한 것 역시 PCR 검사 결과입니다.
남세균 검출을 부정하는 논리대로라면 코코믹사 DNA가 나왔다고 발표해야 하는데도 모순된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환경단체들은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발언과 낙동강 수돗물 남세균 검출 보도 등을 MBC의 가짜 뉴스로 지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거는 과학적인 검증 결과에 따른 그런 소송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소송이라고 보입니다."
녹조 관련 대구MBC 보도를 '괴담'이라 깎아내리고 오보까지 낸 조선일보 기자가 대통령 표창을 받아 환경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CG 김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