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이지만, 프로농구와 관련한 뉴스가 가득한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우승만 5번이나 차지한 KBL의 명문구단, KCC가 그 주인공인데요. 전주를 홈으로 쓰며 3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KCC는 하위권을 오갔던 시즌도 있었지만, 꾸준한 인기와 함께 22년간 전주의 겨울을 책임졌는데요. 이번 가을은 전주에 농구는 없습니다. 바로 KCC의 새로운 연고지가 '부산'으로 바뀌기 때문이죠. 전주시와 KCC 사이의 체육관 문제는 결국 논란으로 이어졌고, 이별을 결심하는데 이릅니다. 유독 KBL에서 흔하게 이어지는 이 연고 이전 논란과 고르지 못한 연고 지역에 대한 문제, 대구MBC스포츠플러스에서 좀 더 들여다봅니다.
사상 초유의 야반도주, 오리온스
연고 이전을 한 팀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는 KBL에서 가장 막장인 사례는 이제 사라진 팀 오리온스의 연고 이전입니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대구를 연고로 한 농구단으로 자리한 오리온스, 하지만 모기업이나 선수단 구성에서 대구와 연관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선수단의 사무국은 서울, 숙소와 훈련시설은 경기도에 있었지만, 대구의 팬들은 32연패의 순간부터 우승까지 늘 함께했는데요. 2011년 갑작스럽게 연고지를 떠나며 대구시와 팬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대구를 떠나 고양에 연고를 둔 오리온, 하지만 그 결말은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고양 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듯했지만, 한 시즌 만에 없어지며 농구단의 역사는 끝을 알렸는데요. 선수단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재창단하는 방식으로 소노 구단이 다음 시즌 합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오리온이라는 이름과 그들이 남긴 역사의 흔적은 대구 시민들에게 아픔이자, 농구팬들의 상처로 분명 자리할 겁니다.
대구와 부산에도 농구단이 없는 시절
대구의 경우, 10년간 농구단이 없는 도시로 겨울을 보내다, 지난 2021년 한국가스공사가 인천전자랜드의 새 주인으로 자리하면서 다시 농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대구와 함께 3대 광역시 자리를 이야기하는 도시인 인천이 이 사태를 계기로 농구단이 사라지게 됐다는 겁니다. 서울에 2개 팀이 있지만, 우리 광역시 가운데 농구단이 없는 도시가 더 많다는 건 KBL의 전국적인 분포가 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의 2번째 도시라 할 '부산'의 경우를 보면 좀 더 확실합니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기아엔터프라이즈라는 농구대잔치 시절 명문구단이 부산에서 프로농구를 시작했지만, 운영 주체가 현대모비스로 바뀌며 연고지도 울산으로 바뀝니다. 1997년부터 5년간 농구단과 함께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농구단이 사라진 도시 부산. 하지만 2003년 KTF라는 이름의 농구단이 다시 부산을 연고지로 겨울을 책임집니다. 연습 시설과 열악한 홈구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부산을 연고 함께 했던 KT. 하지만 모기업과 지자체의 갈등은 그 골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2021년에 이르러 19년의 세월은 이별이라는 결말에 이릅니다.
이번 KCC 사태로 인해 약 2년 만에 다시 농구 도시의 위상을 되찾은 부산, 하지만 부산조차 농구단이 떠났다가 나타나길 반복했다는 점은 KBL과 우리 농구계가 무겁게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연고지를 바탕에 두는 건 프로스포츠의 덕목 가운데 하나라 할 터, 우리 프로농구에는 유독 연고지의 개념이 약하다는 거죠.
KBL에 연고 의식이 약한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도 있습니다. 리그 초반부터 연고 이전이 잦아지면서 한 팀이 한 지역과 함께 한다는 의식 자체가 약하다는 부분도 있고, 지역 자치단체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지원이 적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일부에서는 학원스포츠에서 다른 종목에 비해 고교농구의 전국적인 분포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농구의 경우만 놓고봐도 부산이나 전라도 지역에 여러 학교가 농구부를 운영하지만, 이런 노력이 프로농구의 인기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려워 보입니다. 지역 내 농구단이 함께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대구의 경우, 농구부가 있는 고등학교가 딱 한 곳이지만 새로 정착한 가스공사는 지역의 농구 분위기를 만들고, 연고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학생들의 농구 문화가 프로농구의 바탕이긴 하겠지만, 직접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드는 건 아니라는 거죠.
각각의 지역에 새로 자리한 농구단들, 허니문처럼 첫걸음에는 희망과 노력이 있겠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시설에 대한 아쉬움이나, 환경에 대한 부족함을 서로 느끼고 협조에 대해 서운할 수 있겠죠. KBL도, 각 구단도, 그리고 각 지역자치단체도, 이 부분을 깊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겁니다. 농구단은 그저 쉽게 떠날 수 있다는 지금의 분위기를 이겨내야 프로농구가 다시 예전 농구대잔치 시절의 열기와 각각의 지역에서 사랑받는 스포츠 구단이란 가치를 동시에 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