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동구청이 3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달장애인 시간제 돌봄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돌봄 부담을 호소하던 보호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올 연말이면 이 사업이 끝나서 이 제도를 유지해 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은혜 기자입니다.
◀기자▶
장혜진 씨는 아침마다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22살 딸 연주 씨와 시간제 활동센터 '마실'을 찾습니다.
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연주 씨를 받아주는 주간보호센터를 찾기 어려웠는데 '마실'은 연주 씨를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이곳에서 연주 씨는 여러 활동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냅니다.
◀장혜진▶
"애도 사회성을 길러야 하거든요. 아무리 장애가 있어도… 제일 중요한 건 연주가 여기 오면 너무 좋아한다는 거예요."
어머니 장 씨도 '마실' 덕분에 종일 돌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장혜진▶
"너무 힘들고 우울증도 생기고 그런 게 좀 있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케어해야 하니까 힘든데 이렇게 시간제가 있으니 잠시라도 맡기면 저도 볼일도 보고 물리치료도 받고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보호시설 문턱은 높고, 보호자들의 돌봄 부담은 그만큼 무겁습니다.
종일 자녀를 돌보면서 아프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잠시라도 맡길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게 보호자들의 바람입니다.
대구 동구청도 수요 조사를 통해 2019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간제 돌봄 기관을 공모해 6억 5천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장애인기관도 모범 사례로 평가했고 호응도 높았지만 2022년 말 사업이 중단됩니다.
동구청은 "기간이 정해진 사업이었고, 예산 확보가 어려워 연장은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시간제와 비슷한 주간 활동 서비스를 안내하고, 시설 연계 등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증 발달장애인 보호자들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좋은 제도는 없앨 것이 아니라 확대돼야 한다는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요구가 거셉니다.
◀서민정 마실 부모 모임▶
"(많은 주간보호센터가) 중증은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임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동구청은 제발 번쩍이는 사업보다 사람 살리는 일에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발달 장애인 보호자 다수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봤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가 덮친 지난 2년여간 잇단 극단적 선택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발달 장애인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이동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