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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①"발달 장애인, 갈 곳 없어졌어요"

발달 장애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전후해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성인이 되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이제부터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달 장애인의 가족은 어떨까요? 성인이 된 자녀를 종일 붙어서 보살펴야 합니다.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는 것이 보호자들의 이야기인데요, 주간보호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장애의 정도가 심한 발달 장애인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구 동구청은 3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달 장애인 시간제 돌봄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2022년 말이면 이 사업이 끝나면서 장애인 보호자들이 크게 상심하고 있습니다. 발달 장애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차기영(발달 장애인 보호자)
대구 동구청의 장애인 시간제 돌봄서비스 지원센터 사업이 종료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용자들이 있고,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사업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마실(장애인 시간제 활동센터)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하니 마실을 이용하며 밝아진 우리 아이의 모습에 슬픈 감정이 들고 다가온 현실이 막막해졌습니다.

우리 부모들이 사업 종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동구청으로 찾아가기 전에 동구청의 어느 누구도 먼저 사업 종료에 따른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현실적인 구체적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김혜진(대구발달장애인연대 회원)
마실 동료들의 부모들은 8월과 9월에 동구청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마실 동료들은 다른 시설에 가거나 주간 활동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발달장애인은 다른 곳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적응하기도 어렵고 사람들과 지내기도 어렵고 중증이라서 받아주지 않습니다. 무조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안 됩니다.

차기영(발달 장애인 보호자)
동구청이 말하는 이런 대안들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시간제 활동센터 마실 이용에 만족하고 있음에도 당초 계획이라는 이유로 다니던 곳을 없앤다는 동구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너무 화가 납니다.

동구청과의 몇 차례 만남에 실망한 우리 부모와 대구 발달장애인 연대가 함께 20일 넘게 동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지만 동구청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김혜진(대구발달장애인연대 회원)
그래서 우리 발달 장애인들은 화가 납니다.

차기영(발달 장애인 보호자)
그래서 우리 발달 장애인 부모들은 분합니다. 동구청은 발달 장애인과 부모에게 이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발달 장애인 돌봄 대책 마련 촉구를 위해 기자회견을 하려고 합니다.

서민정(발달 장애인 보호자)
23살 예쁜 아가씨입니다. 저기 휠체어 타고 있는 저 남방 입은 저 아이입니다.

비록 말도 못 하고 청신경에 문제가 있어서 귀도 잘 들리지 않고 먹는 것, 입는 것, 용변 보는 것,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중복 중증 발달장애인이지만 세상 어느 자식이 귀한 것처럼 저에게도 귀한 자녀일 뿐입니다.

영민이는 세 살 무렵부터 경기를 시작했으며 심한 자해 행동으로 인해 영민이뿐만 아니라 온 식구가 영민이로 인해 하루도 마음 편히 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자립·자존의 능력은 전혀 생기지 않고 자해 행동의 강도만 더 세질 뿐이었습니다.

요즘 장애 자녀와 동반 자살하는 엄마의 뉴스가 많지요. 이해 못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무리 참고 참아도 끝나지 않는 현실이 무서울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영민이가 마실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아이와 같이 있으면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어서 잠시도 눈을 못 뗍니다. 지금도 눈을 못 떼고 있지요. 세수도 못 하고 화장실도 못 가고 집안일도 못 합니다.

수면 장애가 있어서 수시로 자고 깨는 바람에 잠 한 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실컷 자본 적도 없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정말 딱 2시간 만이라도 누가 봐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마실이 흔쾌히 그 일을 해주었습니다.

다른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영민이와 같은 중증은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임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영민이는 마실을 다니면서 신기하게도 자해하는 것이나 땅에 드러눕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정서적으로 아주 안정됐습니다.

영민이를 아는 모든 사람이 영민이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아이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주신 마실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장애인 본인 당사자분이시거나 장애인의 부모, 그리고 가족 어느 누구도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게 될지 아무도 예측 못했을 겁니다. 우리 인간 모두는 뜻하지 않은 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므로 보통의 사람이라면 장애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가장 보호받아야 마땅한 우리 장애인들을 동구청은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동구청은 제발 눈에 번쩍이는 사업보다 사람 살리는 일에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마실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마실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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