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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전세금 15억 날리고 쫓겨나게 생긴 피해자들 조롱한 건물주···8개월 만에야 구속

대구문화방송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대구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 사건과 관련해 건물주가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구속됐습니다.

그동안 건물주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나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조롱하고 죄가 없다며 발뺌하기에 바빴습니다.
"왜 이렇게 방송이 약하냐, 기자에게 돈을 주지 않았냐?"···전세 사기 피해자 조롱한 건물주
2023년 5월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의 17가구 세입자들은 전세금 15억 5천만 원을 날리고 쫓겨날 처지에 놓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건물주가 부동산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고 금융권 대출을 받은 뒤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겁니다.

건물주는 사실상 집주인도 아니면서 부동산신탁을 잘 모르는 세입자들을 속이고 불법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도 건물주는 사과와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은커녕 방송국에 제보해도 소용없다면서 오히려 조롱하는 일까지 벌어져 피해자들의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의 보도가 나가자, 건물주는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왜 이렇게 방송이 약하냐, 기자에게 돈을 주지 않았냐? 사기로 고소해서 계속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관련 보도가 나가자 바로 건물주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수사에 착수해 범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2023년 6월 검찰이 건물주에 대해 사기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습니다.
검찰이 건물주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했지만···법원은 "고의성 있는지 다툼의 여지 있다" 기각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건물주가 건물 준공 후 부동산신탁회사와 담보신탁계약을 맺어 소유권을 넘기고 수익권 증서를 받아 대구 모 신협에서 29억 원 정도를 대출했지만 고의성이 있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당시 영장 담당 판사는 건물 가치가 29억 원 이상으로 전세보증금 15억 5천만 원보다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돈을 떼어먹으려고 한 고의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냐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 "건물주가 속여 전세금 모두 날렸는데···사기 친 임대인은 자유롭게 생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소유권이 없어서 전세 계약을 맺을 권한이 없는 건물주가 자신들을 속이고 무단으로 계약을 하는 바람에 전세금을 모두 날리게 되었는데 이런 법원의 결정이 말이 되냐고 반발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저희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거든요. 하지만 저희한테 이렇게 사기를 친 임대인은 자유롭게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정말 답답한 현실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몇 주간 대구지방법원 부근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법원의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했습니다.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결정은 전세 사기와 관련한 다른 법관들의 엄격한 판단과도 차이가 있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다른 영장전담 판사들은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집을 샀다가 집값 폭락으로 깡통전세가 되어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 대부분 구속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다른 법원의 판단과도 상반되고. 그다음에 시민들의 법과 법원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는 그런 측면도 있고. 상식적인 측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다시 구속영장 청구···이번에는 법원 "증거 소명, 증거 인멸·도주 우려 있다" 구속영장 발부 
경찰과 검찰은 이후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고 보강 수사를 벌였고 일곱 달 뒤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건물의 가치가 전세보증금보다 크기는 하지만 피의자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써버렸기 때문에 무자본 갭투자 관련 전세 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영장전담판사에게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피의자의 증거 인멸과 도주를 막는 한편 세입자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범죄가 소명이 되며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침산동 전세 사기 피해자 대표인 정태운 씨는 "뒤늦게나마 법원이 피의자를 구속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전세 사기를 벌인 피의자를 처벌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만 1만 2천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전세 사기꾼들에게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엄정한 사법 판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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