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박 범죄가 우리 지역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한단 사실 아십니까?
최근 2년 동안 무려 2백여 명의 학생들이 도박에 1억 5천여 만 원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표면에 드러난 수치만 이 정도여서, 실제론 더 많은 학생이 도박 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도은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
게임방 입장을 위해 거쳐야 하는 회원가입엔 나이 제한도 없습니다.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인터넷 은행 계좌에 단돈 만 원만 있어도 배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친구 여럿을 가입시키면 도박을 하지 않아도 게임 머니가 쌓이는 구조입니다.
최근 3년 동안 이런 사이트를 통해 도박에 빠진 경북 지역 학생은 학교에서 파악한 것만 230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중학생이 140명이고 고등학생이 96명으로, 중학생이 더 많습니다.
도박을 위해 이 학생들이 충전한 금액은 무려 1억 5천 5백여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학생은 최고 4천만 원까지 배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학교의 선도위원회나 상담 기관을 통해 드러난 수치여서 실제로는 더 많은 학생이 불법 도박에 가담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6월 경북도의회에선 도박 범죄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데 반해, 교육 당국의 대처는 이를 못 따라온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교육청 차원의 도박 실태 전수 조사가 2024년이 처음인 데다, 조사 대상에서 중학생은 아예 빠져 있습니다.
◀박채아 경북도의원(교육위원, 경산)▶
"중학생 도박이 심각하다는 실증이 있는데도 학생 도박 실태 조사에서 중학생을 배제한 이유는 무엇인지?"
◀임종식 경북교육감▶
"1차 추경 때 예산을 설명하면서 고등학교가 심각하니까 고등학교부터 하자 이렇게 된 모양인데…"
학생의 도박 중독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빈약한 실정입니다.
경북교육청이 2024년 도박 예방 교육을 지원하는 학교는 33곳으로, 도내 전체 중·고등학교의 7%에 불과하고,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은 포항의 한 센터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박채아 경북도의원(교육위원, 경산)▶
"검거된 학생들이 경북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교실이란 범죄 예방 교육, 도박 중독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인 경찰청은) 교육 프로그램에 할애할 수 있는 담당 인력과 배정 예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경북경찰청과 경북교육청이 협력하여…"
도박 범죄로 최근 입건된 경북 도내 학생은 10명, 약식 재판을 받는 즉결 심판에 회부된 학생도 32명이나 됩니다.
경북교육청은 문항 개발을 마치는 대로 7월 중학교 260여 곳, 고등학교 180여 곳에 도박중독 실태 전수 조사를 벌인다고 밝혔습니다.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그래픽 도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