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에게는 '대백'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죠.
국내 유일의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자산을 대거 공개 매각합니다.
본점과 아웃렛, 물류센터까지.
영업 중인 대백프라자를 빼면 사실상 주요 자산 대부분을 매각하는 셈입니다.
잇단 대형 백화점의 대구 진출과 온라인 중심의 소비 행태 변화로 갈수록 실적이 악화하자 자구책으로 내놓은 건데요.
한때 대구 경제를 상징했던 대구백화점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구백화점, 8월 29일 본점·아울렛·물류센터 매각 공고
대구백화점은 8월 29일 자 조간신문 3곳에 매각 주간사인 KPMG삼정회계법인 명의로, 보유 중인 3개 자산을 매각한다고 공고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대구 동성로 본점과 대구 동구 신천동 구 대백아울렛, 동구 신서동에 있는 물류센터 3곳입니다.
1969년 개점한 본점은 대구의 중심 상권인 동성로 한복판에 자리 잡은 대구 대표 백화점이었습니다.
50년 넘게 대구 시민의 만남의 장소이자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대구백화점의 경영 악화로 지난 2021년 7월 1일 폐점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1월, 개발업체인 제이에이치비홀딩스에 2,125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까지 했다가 잔금 미지급 등의 문제로 계약이 파기되며 매각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대백아울렛은 도심형 아웃렛을 표방하며 2017년 대구상공회의소 건너 옛 귀빈예식장 자리에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대구백화점은 "지역 유통업계 장자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아웃렛이라는 새로운 업태 진출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불과 17개월 만에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현대백화점과 10년 임대계약을 체결했고 '현대시티아울렛'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동구 신서동 물류센터는 현재 대기업 산하 물류업체에 임대한 상태입니다.
대백 "유휴 자산 매각으로 재무구조 크게 개선될 것···대백프라자에 집중"
대구백화점 측은 8월 29일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유휴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대백프라자의 영업 경쟁력 확보 및 활성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매각 공고한 자산 중에 동성로 본점의 경우, 대구 최대 번화가이자 사통팔달 교통망의 중심지에 위치한 만큼 입지 조건이 특출한 데다 대구 최초의 관광특구인 동성로 관광특구 중심에 위치해 잠재된 매수 희망자가 많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매각 후 본점 후적지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침체한 동성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도 했습니다.
대구백화점에 따르면 동성로 본점의 장부상 가격은 1,100억 원입니다.
아웃렛과 물류센터 장부가격이 별도로 나와 있지 않다고 하는데, 아웃렛과 프라자점 등 다른 유형자산을 더하면 2,740억 원(장부가 기준)입니다.
대구백화점이 밝힌 현재 부채 총계는 2,770억 원(유동부채 1,440억 원)입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장부가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매매가는 더 높게 형성된다고 보고 있으며, 본점과 아울렛을 매각하면 부채 전체를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된다면 유동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기대감 때문인지 자산 매각 발표 당일인 8월 29일 대구백화점의 주가는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창립 80주년 맞은 대백···위기 벗어나 반전 이끌어낼까?
해방 전인 1944년 설립된 대구상회를 모태로 하는 대구백화점은 2024년 창업 80주년이 됐습니다.
1969년 동성로 본점, 1993년 프라자점을 개점하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1998년 외환 위기 때 워크아웃을 겪기도 했지만 2년 만에 조기졸업하고 2002년에는 연 매출 6,900억 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롯데백화점, 2011년 현대백화점, 2016년 신세계백화점까지 국내 빅3 대형 백화점이 대구에 잇따라 점포를 열면서 실적이 갈수록 악화했습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이 개점한 뒤에도 양강 체제로 어느 정도 버텼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개점한 뒤에는 어려움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5년 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자리에 신세계백화점이 개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16년부터 8년 연속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요.
2024년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 손실 61억 7천만 원, 금융 비용을 포함한 반기 순손실 133억 2,4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와 비교해 1년 만에 영업손실이 14%, 반기 순손실은 약 20% 증가해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잇단 실적 악화로 앞서 언급했듯이 폐점한 동성로 본점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지난 7월 16일에는 23년간 장기보유 중이던 현대홈쇼핑 주식 38만 2,600주를 178억 원에 전량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대구백화점이 자산 매각이라는 방법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구의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매수자가 선뜻 나타날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자산이 계획대로 팔리더라도 백화점 업계에서 대구백화점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패션 유통 전문지 어패럴뉴스가 지난 7월 2024년 상반기 국내 백화점 70개 점포별 매출 순위를 발표했는데요.
개별 백화점들이 공식 발표한 자료는 아니지만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꽤 정확하다고 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대구 지역 백화점 가운데 신세계 대구점이 매출 7,639억 원으로 1위(전국 6위), 더현대대구가 3,034억 원으로 2위(전국 20위), 롯데 대구점이 955억 원으로 3위(전국 52위)에 올랐습니다.
대구백화점은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내 빅3 백화점과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가 소비 행태가 온라인 위주로 바뀌고 있어서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대구백화점이 대구 지역에서 갖는 상징성도 있지만 소속 직원과, 연관된 근로자 330여 명, 그리고 협력업체의 생계도 달려 있습니다.
대구백화점이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